교육현장의 '풀뿌리 자치'가 허용되지 않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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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현 칼럼] 교육감 권한 축소 원칙과 방향을 찾아서

              I. 교육감 권한 축소의 원론적 당위성

  아마도 교육문제 만큼 해결이 쉽지 않고, 그래서 지속적으로 쟁점이 되는 사안도 드물 것이다. 미국처럼 세계 1위의 강대국에서도 매 선거 때마다 경제 다음으로 교육이 쟁점이 된다. 하물며 이제 가까스로 선진국으로 발돋음 하려는 한국으로서는 교육 문제에서 그 해법을 찾으려는 건 당연지사이다. 왜냐하면 한국의 미래는 사람에게 달려 있는데, 그에 요구되는 사람은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에서 올 것이기 때문이다.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수차례나 한국의 교육을 칭찬해 마지않아도, 우리는 생뚱맞은 표정으로 고개를 절래 흔들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한국 국민의 교육열은 알아줄 만할지 모르지만, 그러나 어느 나라보다도 치열한 교육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애들은 불쌍하고 그렇게 안쓰러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부러워하는 한국국민의 교육열이 짧은 시간에 개도국에서 선진국 문턱으로 한국을 견인하는 데 일정하게 기여했음은 인정해야 할 듯하다.

  어느 나라에서나 교육은 단순히 학교 교육현장의 문제만이 아니다. 오히려 교육현장 밖의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가치관의 충돌과 삶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에서 비롯되는 뜨거운 감자이다. 그래서 언제나 교육을 둘러싼 문제제기의 복잡함만큼이나 그 해법도 백가쟁명을 띠는 게 통상적이다. 이 가운데 때마침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선거가 올 6월 진행되면서 정부로부터 교육감 권한 축소 문제가 제기되었다. 3월 9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교육 비리는 비리를 척결하는 차원에서 끝나선 안 되며....제도적 개선이 선결되는 근본적이며 근원적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쟁점화된 것이 그것이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교육감에게 인사권과 재정권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고....(그래서) 교육감이 가진 무소불위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방향으로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법적·제도적 보완 작업을 벌여 이른 시일 안에 종합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도 “현재 교육감 한 사람에게 권한이 집중돼 각종 비리가 생겨날 소지가 많다....특히 교장 등에 대한 인사권을 일선 교육청이나 학교로 이양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원론에서 교육감의 권한 축소는 누구나 찬성할 바이다. 왜냐하면 그 자세한 실상은 잘 모르지만 언뜻 보기에 그리고 여러 현직 교사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시․도 교육감이 학교장에 대한 인사-재정에서 너무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니 분권과 분산이 중요한 민주적 가치라면, 교육감의 막강한 권한도 널리 공유되고 나누어 갖도록 하는 제도적 개선을 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의가 없어 보인다. 문제는 교육감의 권한을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축소할 것인가와 그럼으로써 교육현장의 민주화와 인간화를 얼마나 어떻게 높여 나갈 것인가의 방안 마련일 것이다.

  이와 관련 필자는 우선 교육감의 권한 축소와 같은 이른바 교육개혁의 주체가 교과부라는 정부기관이어서는 별 기대할 바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육감의 권한 축소가 당위적으로 요구된다는 아래로부터의 원론적 당위는 그러한 개혁 작업을 정부가 위로부터 일방적으로 수행해 나간다는 행정편의적 접근과는 부합되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널리 교육 현장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직․간접으로 교육과의 연관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과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추진해 나갈 때 비로소 교육개혁의 의의가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시․도 교육청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교과부가 교육감의 권한에 대해 직접 팥 나와라 콩 나와라 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교과부에 유리한 방향으로 교육감의 권한 축소 및 조정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교육감의 권한 축소에서 교육개혁의 진정성과 유용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특히 교육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민주적 공론화 과정이 필수적으로 주어져야 함을 재삼 강조해야 하겠다.

            II. 교육감 권한 축소를 둘러싼 논의

  교육 비리는 사실 어제 오늘의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비리를 줄이기 위해서 제도적 개혁을 찾아나서는 것은 오히려 만시지탄의 것이다. 여기서는 최근 잇따라 발생한 교육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시·도 교육감의 인사-재정권을 대폭 축소해 지역교육청이나 학교로 분산하는 방안과 관련하여, 그 하나의 유력한 제도적 개혁으로 교장공모제 확대 등을 추진함에 있어서 제기되는 몇 가지 쟁점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우선, 교육감 권한과 교육 비리 간의 인과성 문제이다. 여기서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고전적 진술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권력과 비리간의 인과성은 동서고금에서 보편적이다. 그런 점에서 교육감의 권한 축소 추진이 ‘선출직 교육감의 핵심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일부 지적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러한 지적은 오히려 교육감이 관행적으로 행사해 온 인사-재정권을 그대로 존속시키는 데 이해관계가 있는 측의 반발이라는 인상이 더 짙다. 적어도 교육현장에서 쉬쉬하면서 자행되어 온 비리를 조금이나마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 가운데 하나로 교육감 권한 축소가 일리가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어떻게, 얼마나의 권한 축소인가’에서 그 방법론만이 하나의 쟁점이 될 수 있다.

  둘째, 교육감 권한 축소 추진과 관련한 한국교총 대변인의 지적도 반은 타당하고 반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보겠다. “6월 지방선거에서 선출되는 교육감은 학교운영위원들이 뽑는 기존의 간선제 교육감과 달리 완벽하게 직선제로 뽑히는 교육 수장인데, 그 권한을 축소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은 수긍하기가 쉽지 않다. 직선 교육감이라 해도 권한이 너무 크고 집중되어 있다면 이를 교정하고 재구성하는 건 충분히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중앙정부가 교육감의 권한을 떼어내 이를 대신 행사하려는 의도라면 교육자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은 충분히 공감 가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교육감 권한 축소의 문제는 직선 교육감의 위상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할 게 아니라 교육자치의 원칙이라는 원론적 측면에서 추진상의 문제점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 게 더 생산적일 것이다. 

  셋째,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논평을 내어 “교육감 권한 축소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반대하는 교육감들의 당선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며 “교육계 비리의 근본 원인인 잘못된 교원 인사제도를 고치지 않으면 그 어떤 대책도 무용지물에 불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교조의 이러한 논평은 적어도 이명박 정부가 왜 하필 2010년 3월의 시점에서 교육감 권한 축소 문제를 들고 나왔을까의 배경과 의도에 대한 의구심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다. 경기도 김상곤 교육감의 시국선언 교사 징계 거부로 체면을 구긴 바 있는 교과부가 앞으로 자신들의 기대에 어긋나는 교육감이 선출될 경우에 대비하여 교육감의 권한을 축소하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의혹은 정황적으로 설득력이 있다. 문제는 정부의 의도가 불순해 보인다고 해서 교육감 권한 축소의 원론적 당위성을 부인하는 건 별로 전향적이지 못하다는 인상이다.

  오히려 이러한 정부의 교육개혁을 통한 비리 줄이기 시도를 계기로 삼아 보다 폭 넓게 교육감의 권한 축소 등을 포함하여 교육현장의 자율성 강화책을 마련하는 등 보다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대응이 요구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더욱이 전교조의 지적처럼, 교육계의 비리 원인이 잘못 된 교원인사제도에 있는 것이라면, 보다 능동적으로 교육감의 인사권을 조정하고 교원인사제도를 교정해 나가려는 대국민 설득과 방안 제시가 요청된다. 나아가 교육 비리를 줄이기 위한 자체 세미나 등 대국민 공론화를 더욱 활발하게 펼쳐나감으로써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널리 알리는 게 현 시점에서의 과제가 아닐까.

                  III. 교육자치의 방향

  교육비리 척결을 위한 교육감 권한 축소와 관련하여 정부는 인사권과 재정권을 교육감으로부터 교육장과 학교장으로 이양하는 하나의 안으로 교장공모제 확대를 제시하고 있다. 현재 전국 5% 정도의 학교에서 시범적으로 도입된 교장공모제를 전국 초·중·고교의 50%까지 확대하려는 것이 그것이다. 이는 최근 직접적으로는 공정택 전교육감과 관련한 비리를 접하면서 그 이유를 교육감의 막강한 권한 때문이라는 원인 분석에서 출발하여 그렇다면 앞으로 교육감의 권한을 일정하게 축소하게 되면 그만큼 교육 비리도 줄어들지 않겠냐는 논리의 산물인 듯싶다.

  필자가 보건대 한국 교육계의 비리는 부분적으로는 교육감의 권한 집중으로부터 오는 제도적 차원에서의 이유도 있지만 동시에 교육감의 사소한 비행을 감싸온 정치권의 눈에 보이지 않은 보호막도 크게 작용했다. 그렇기 때문에 ‘바늘 도둑이 소 도둑이 된다’는 옛말처럼, 교육계를 포함하여 정치권 전반에서 조그마한 비리도 처음부터 봐주지 않고 그때그때 징계를 하여 비리 불감증을 해소해 나가려는 자체 정화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 한, 단순히 교육공모제 확대만으로 비리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교장공모제인 경우도 결국은 누가 최종 결정권을 갖느냐에 따라 그에 따른 비리는 상존할 것 같기 때문이다. 혹 교장공모제가 교과부의 개입 여지를 가져올 요량이라면, 이는 혹 떼고 다른 혹을 붙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여기서 필자는 교육 비리를 줄이는 데는 제도적 접근 못지않게 인간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를 제시하고 싶다. 권한 축소 내지는 이양과 같은 제도적 장치는 이에 수반하여 감시감독 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어야 비리 척결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이다. 그리고 바로 이와 같이 누가 어떻게 권한을 감시-감독하느냐의 또 하나의 어려운 문제의 지점에서 교육자치의 원칙이 새삼 전면에 부상하게 된다. 왜냐하면 이는 우리의 교육현장이 자치가 아니라 관치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비리가 만연될 수밖에 없다는 구조적 문제점을 다시금 부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인사-재정권을 통해 교육현장을 장악-통제할 수 있는 교과부-교육청-학교장의 계서적 교육관리 체계가 그대로 존속하는 한, 교장공모제 등을 통한 교육감 권한 축소나 이양이 과연 교육 비리를 줄이는 데로 나아갈 지에는 의구심이 든다.

  그래서 교육감 권한을 줄이는 것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공감을 하면서도 많은 일선 교육현장의 교사들은 교육자치라는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할 것 같다. 즉, 교육장과 교장 공모제, 지역교육청 기능 개편, 독립적인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인사위원회, 학교운영위원회 활성화, 근무평정제도 개선 등 최근 정부와 교육단체 등에서 내놓는 여러 대안들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공론화 과정에서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결국 교육 비리의 근원이 교육감의 권한집중으로부터 기인하다는 원인규명이 일리가 있고 그래서 그 해법으로 교장공모제 등을 통한 교육감의 권한분산이 한 방안임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교육현장의 자율성과 독자성을 가능한 한 최대로 늘리는 것으로서의 풀뿌리 교육현장의 자치역량 허용이 더 핵심적인 해법이라는 것이다. 이는 교육감이라는 광역단위의 자치만이 아닌 교육장이라는 기초단위와 학교장이라는 단위학교에서의 자치가 적극 허용된다는 것인데, 그 출발은 교육장과 학교장도 단수 임명이 아닌 합의로 임명된다면 그만큼 비리가 개입될 수 없도록 하는 견제가 가능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 양길현 제주대 교수
  인사제도의 민주성이 인사권의 다변화를 의미한다고 본다면, 교육감의 권한 축소라는 것도 인사-재정권에 대한 민주적 견제와 감시감독권 강화로부터 시작하는 것일 게다. 동시에 교육감 권한 축소를 위해 외부인사의 참여를 확대함으로써 권한집중에 따른 비리를 줄여나가겠다는 교과부의 정책 의도가 성과를 내려면, 진정으로 그러한 외부인사 참여에 교과부가 일절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또 하나의 제도적 장치를 요구한다. 이렇듯 제도로 인간을 완성시키려는 건 실현되기가 어려운 꿈일지 모른다. 그래서 교장공모제 확대라든가 외부인사 참여와 같이 외형적으로 보다 민주적인 제도적 접근 역시 무엇을 완성시키기 위한 만병통치가 아닐 게다. 오히려 항상 긴장 속에서 조심스럽게 추진해 나가는 하나의 시도인 것으로 파악하면서 겸손하게 접근하는 게 더 사리에 맞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양길현 제주대 윤리교육과 교수

 

* 이 글은 월간 <우리교육> 3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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