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성 문화유적100] (15)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 신흥리 볼레낭당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제주여성과 그들의 삶이 젖어있는 문화적 발자취를 엮은 이야기로, 2009년말 ‘제주발전연구원’에서 펴냈습니다.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2008년에 이미 발간된 『제주여성 문화유적』을 통해 미리 전개된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필진들이 수차례 발품을 팔며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노력이 깃들어 있습니다. 오늘 우리 제주가 있도록 한 ‘우리 어머니’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제주의소리>는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의 협조로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을 인터넷 연재합니다.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제주의소리

▲ 볼레낭당 ⓒ김은희

신흥리 볼레낭당은 신흥리 해안도로변에 위치한 당으로 볼레낭(보리수나무)을 신목으로 호적, 장적, 해녀 및 어선 수호의 기능을 하며, 산육과 피부병에 효험이 있다는 당이다.

볼레낭당의 유래를 보면 일제강점기에 15세인 박씨 처녀가 바닷가에 파래를 캐러 나갔다 왜놈이 겁탈하려 들자 기겁하여 도망가다 볼레낭 근처에서 죽었다. 이렇게 억울하게 죽은 박씨의 한을 달래기 위해 당을 설립하여 박씨할망으로 모시게 되었다. 이 당은 남성에 대한 원한 때문인지 남성은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 곳을 지나갈 때도 고개를 돌려서 지나가는 곳이다.

신흥리 본향당은 토지지관인 동산밧당이 있었으나 제주4·3사건 당시 볼레낭당과 합당하여 모셔져 있다. 원래 본향신이 상위신이지만 볼레낭당의 주인이 박씨 할망이기 때문에 볼레낭당의 좌측에 작은 궤를 마련하여 토지지관의 좌정처로 삼았다. 그래서 이 당에 갈 때는 메 2기, 채소 2기, 종이 댓장을 가지고 가서 먼저 토지지관에게 메를 올린 후에 박씨 할망에게 올린다.(하순애, 『제주도신당이야기』, 2008)

당에 가는 날은 축일이나 택일해서 가며 매인 심방은 없다. 다른 당에 비해 아늑하다 할까? 박씨 할망의 한이 서려있는 곳에 오히려 한을 승화하여 마을의 평화를 찾았으니, 오히려 후손들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빌며 위안을 삼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본다. / 김은희

*찾아가는 길 : 신흥리 해안도로변→어촌계 울타리담 북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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