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보는 보험[3]

현금흐름'이란 기업 혹은 가계의 현금유입과 현금유출을 말하는 것으로 기업에서는 현금흐름표 분석을 자산과 자본,부채 상황을 나타내는 대차대조표 분석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현금흐름이 좋지 않은 기업은 자산이 많고 이익을 내더라도 도산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한다.

특히 경제위기 상황에서 많이 나타나는 흑자도산 기업의 대부분은 이익을 내지 못하거나 적어서가 아니라 현금흐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기업이라는 사실로 볼 때 건전한 현금흐름이야 말로 기업 생존의 필수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계의 경우에도 과도한 소비지출이나 고정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통하여 유동성 있는 비상예비자금이 확보되는 건전한 현금흐름은 기업 못지않게 매우 중요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가계저축률은 굉장히 심각한 수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가계 저축률은 ↓  기업저축률은 ↑

가계저축률은 세금 등을 공제한 가처분소득에서 최종소비지출을 뺀 금액을 다시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것으로 1990년대 20%를 넘나들며 세계 최고의 자리에 있었던 우리나라의 가계저축률은, IMF 구제금융 시기에 금모으기 열풍으로 인해 최고조에 달했고 이는 경제위기를 단기간에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 1위였던 가계저축률은 이후 점점 하락하여,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0년 가계저축률은 3.2% 로 OECD 가입국 중 일본과 더불어 꼴찌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한다.

저축률의 하락은 가처분소득의 증가속도에 비해 지출의 증가 속도가 월등하게 빨라졌기 때문으로,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빚을 내서 주택을 구입하는 가구가 늘어 담보대출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와 사교육 열풍에 따른 교육비 지출등 고정지출의 증가, 그리고 신용카드로 대표되는 신용소비의 확대가 주원인이며 공적연금과 사회보험등 비(非)소비지출의 증가, 청년실업과 조기은퇴로 인한 소득구간 감소 또한 저축여력을 감소시키는 원인이라 할수 있다.

반면에 기업저축률은 IMF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는데, 이는 대다수의 기업들은 외환위기 시 유동성 부족으로 인해 위기를 경험한 학습효과로 인해 생산적인 투자대신에 잉여금을 현금·예금등 유동성 자산으로 비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과거에는 가계에서 저축한 돈을 기업들이 대출을 통하여 왕성한 생산적 투자를 했다면 현재는 반대로 기업들이 저축한 돈을 가계에서 대출하여 주택을 구입하고 소비지출을 하고 있는 형국이 되어 버린 것이다.

금융상품 다양화/ 부동산 담보 대출이 가계 유동성을 악화시키는 원인

유동성 자산이란 언제라도 원금의 손실없이 현금화 할 수 있는 자산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현금·예금·CMA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과거 부모님 세대에는 금융상품이 예적금 등으로 한정이 되어 있어 높은 저축률이 곧 유동성으로 연결되었지만 펀드,변액보험등 다양한 금융상품이 존재하는 현재는 저축액이 많다고 하여 반드시 유동성이 좋다고는 할 수는 없다.

편드나 변액보험등은 장기상품으로 위에서 언급한대로 원금 손실없이 즉시 현금화 할 수 있는 유동성 자금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속되는 저금리 기조속에 투자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동성자산으로 일정한 비상예비자금 없이 수익률만 추종하는 투자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사례에서 보듯이 일순간 유동성의 문제를 일으켜 가계의 재정을 위기에 빠지게 할 수 있다.

또한 신용대출과 부동산 담보대출에 따라 발생한 금융비용은 곧바로 고정지출 증가로 이어지고, 특히 대출을 통하여 구입한 부동산의 가치 상승은 가처분소득이 증가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산이 증가하였다는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소비지출의 증가를 불러오고  한번 늘어난 소비는 줄이기가 어렵다는 소비의 하방경직성으로 인해 저축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더욱 더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보험과 투자 이전에 건전한 현금흐름을 갖는 것이 우선

보험료 지출과 투자는 비상예비자금 확보와 단기목적자금 마련을 위한 저축의 여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험관리 수단으로서 보험이 갖는 의미도 중요하지만 불확실한 위험을 대비하는 수단인 보험으로의 지출 때문에 현금흐름이 악화된다면 언젠가는 해지를 하게 되어 금전적 손실은 물론 위험관리도 실패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노후대비와 투자수단으로 가입하는 변액보험과 펀드 등의 경우에도 이러한 비상예비자금이 없는 상태라면 소득감소 등 유사시에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해지 또는 환매를 하게 되어 노후대비 수단과 장기투자라는 본래의 목적이 변질될 수 있으며 심지어는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하게 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렇듯 가정 경제에서 건전한 현금흐름이 갖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으며, 유사시를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비상예비자금의 확보는 보험과 투자 보다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다. / 김대용 CFP 착한재무주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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