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성 문화유적 100] (19) 아기 갖게 헤줍서 - 와산리 불돗당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제주여성과 그들의 삶이 젖어있는 문화적 발자취를 엮은 이야기로, 2009년말 ‘제주발전연구원’에서 펴냈습니다.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2008년에 이미 발간된 『제주여성 문화유적』을 통해 미리 전개된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필진들이 수차례 발품을 팔며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노력이 깃들어 있습니다. 오늘 우리 제주가 있도록 한 ‘우리 어머니’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제주의소리>는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의 협조로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을 인터넷 연재합니다.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제주의소리

▲ 불돗당의 신석 ⓒ김은희
2009년 와산리 불돗당에 칠월칠석굿을 보러 갔다. 아침 7시부터 시작한다고 해서 서둘러 갔지만 굿은 이미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집집마다 마련해 온 제물(메1기, 채소, 술, 생선, 떡, 3종류 과일)을 올리고, 지전, 실, 쌀과 돈을 따로 올리고, 굿은 소박하게 치러지고 있었다. 신석(神石) 앞에 놓인 제물과 촛불들은 신석을 더욱 신비롭고 아름답게 비춰 주었다.

당에는 마을 이장을 비롯하여 부녀회장과 마을 일을 돕는 분들이 계셨고, 굿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이 있어서 어떻게 왔는지 물어봤더니, 이 당에서 치성을 드린 후에 낳은 자식이라며 굿할 때는 꼭 데리고 온다고 했다. 내 친구도 둘째아이가 안 들어선다며 심방에게 얘기하자, 불돗당에 데리고 와서 정성을 올리니 둘째아이가 생겼다고 했다.

굿이 끝난 후엔 심방이 하반기 운세를 집집마다 봐주었다. 마치 신과 인간이 소통하는 것처럼, 가깝고도 친근한 모습이었다. 사람들이 당을 찾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와산리 당오름 불돗당은 하늘에서 내려온 별공주 따님이 와산리에 ‘불도 삼승또’가 되어서 임신과 양육을 관장하는 당이다. 와산리 마을에서는 웃당이라 불린다. 이 당의 본풀이를 살펴보면, 옥황상제 셋째딸이 당오름 봉오리에 좌정하여 자식 없는 여자가 “이 당이 영급이 있거든 포태를 시켜주십서.”하였다. 그 여자가 포태가 되어서 그 당에 제를 지내려 하여“ 영급이 있거든 당오름 아래 편안한 데로 내려와 좌정하시면 제를 지내겠습니다. "아뢰었다. 그 말이 떨어지자 돌이 아래로 둥글려 와서 좌정하였다고 전해진다. 이 당은 애기 못 낳는 사람이 치성을 드리면 효험을 본다하는 곳으로 지금도 소문을 듣고 찾아와 치성을 드린다.

신복순(1935년생, 여) 씨는 “당에는 미륵보살 돌만 크게 있었는데, 제주4·3사건 때 총에 맞아 깨져서, 지금은 깨진 채로 모셔져 있다.”고 말했다.

불돗당의 대제일은 3월 13일이다. 이날은 찾아오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굿은 김윤수 심방(인간문화재)이 당
매서 하다가 그의 부인인 이용옥 심방이 물려 받았다. 당에 갈 때는 메, 채소, 제숙, 돌래떡, 과일을 준비한다. 굿을 하기 전에 심방이 당오름 꼭대기에 가서 닭을 들어 고한 다음 굿은 시작된다. 자치는 지전, 속지, 양단을 올린다. 당에 가려면 돼지고기는 먹지 말아야 한다. 칠석날과 동짓달 사흘날 아니면 일렛날이 제일이다. 동짓달에는 그해에 수확한 곡식과 과일을 올리는 날이다. 불돗당은 당집에 모셔진 신석도 신령스럽지만 보호수로 지정된 팽나무가 웅장하여 당의 위엄을 과시하는 듯하다. / 김은희

*찾아가는 길 : 와산리 마을회관 → 선흘리 선인동 방향→당오름까지 800m→과수원 밭 옆 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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