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스님의 편지] 그 노인네 며칠후면 49재입니다

노인네 한 분
호젓한 호숫가를 걷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듯한 얼굴로
따사로운 햇살만큼이나
맑디맑은 물빛만큼이나
정갈한 모습으로
노인네 한 분
월든 호숫가를 걷고 있었습니다.

▲ 네팔 카트만두의 화장터 ⓒ제주의소리 / 사진=오성 스님

그 오솔길과
지금은 표지석만 남은 작은 오두막 주인은
길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하였지만
걷고 있는 노인의 나이보다 곱절도 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강원도 산골 오두막 짓고
마음의 벗을 그리며 살다가
그 노인네 
그렇게 그리운 이에게 마중 가듯
꽃들이 만발한 날에 떠나갔습니다.
며칠 후면 49재입니다.

▲ 희망의 불빛으로 다시 오소서 ⓒ제주의소리 / 사진=오성 스님

▲ 오성 스님
한조각 구름이
한 줄기 봄바람에 너울대듯
그 노인네
마음의 월든 호숫가를 걷고 있을 겁니다.
한들 바람이 귓가를 스치웁니다.

* 월든 호숫가는 미국의 자연주의 사상가인 헨리 데이빗 소로우(Henry David Thoreau, 1817~1862)가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자연주의 삶을 영위하고자 오두막을 짓고 홀로 지냈던 곳입니다.
데이빗 소로우는 그곳에서의 삶을 기록한 '숲속의 생활'(Life in the Woods)'이라는 제목으로도 불리는 '월든(Walden)'이라는 책을 출판한 바, 생전의 법정 스님도 무소유를 실천하며 미국 역사의 지성으로 남은 데이빗 소로우의 자취를 찾아 월든 호수에 세 번이나 방문했습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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