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주 칼럼] 국제금융 안정을 위한 개혁과 저항

오바마의 금융규제개혁 법안이 상원 심의를 코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 의원들은 의사진행을 좌절시킬 태세다. 이런 시점에서 미국의 최고 감독기관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골드만 삭스를 사기 혐의로 법원에 고소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주고, 똑같은 생선을 손님들에게 팔았다는 이야기’ 정도로 압축하면 될까. 자세한 내용은 점차 밝혀질 것이다.

미국의 건강보험 개혁법의 의회 통과 과정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캘리포니아 주의 최대 민간보험회사인 앤썸 블루크로스(Anthem Blue Cross) 사가 주인공이다. 작년에 보험료를 68% 인상하고서 지난 2월에 38%를 또 인상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많은 가입자들의 원성을 샀는데 이것이 건강보험개혁을 앞당겨야 한다는 여론 형성에 기여했던 것이다.

증권거래위원회는 또 다른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리포-105’는 은행들이 기왕에 가지고 있는 유가증권을 중앙은행에 팔고 일정한 기간 후에 이를 다시 사오는 조건의 거래, 즉 환매(還買)조건부 매도 거래를 말한다.

불투명했던 월 스트리트

그런데 이것을 완매(完賣)거래로 회계처리하면 실제와 다르게 은행의 부채비율이 낮아지게 된다. 이미 문을 닫은 리먼 브러더스 사가 이용했던 수법이었는데 현재 다른 금융기관들도 증권거래소 공시자료에 이런 편법을 사용하고 있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많은 미국인들은 월 스트리트의 개혁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바라지 않는 측의 반대도 매우 강하다. 민주 공화 양당의 현란한 정치적 수사와 때로는 약간의 의도적인 오도도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하고 있는 것 같다.

개혁안을 요약하면 파생상품 거래를 장외(OTC)로부터 장내로 가져 오는 것, 예금은행들의 위험도 높은 투자를 막는 것, 그리고 금융소비자보호 기구를 강화하는 것 등이다.

파생상품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은 헤지 펀드다. 헤지(hedge), 즉 울타리의 본래의 뜻은 손실을 막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무역을 하는 회사가 환율변동에 대비하여 통화선물이나 옵션을 사두는 것이 그것이다. 환율이 불리하게 움직이더라도 이러한 헤지 거래에서 발생하는 이득으로 이를 만회한다.

그러나 현실은 거의 투기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파생상품의 또 하나의 문제는 소위 마진 거래라는 특징에 있다. 원금 전부를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하루의 가격 변동폭에 해당하는 최소의 증거금(마진)만으로 거래가 성사된다. 잘만 하면 들인 금액의 몇 배에 이르는 큰 돈을 벌 수 있다.

반대로 예상을 벗어날 경우에는 이를 상쇄할 실물거래(예, 수출대전 입금)가 없으므로 큰 돈을 그대로 잃게 된다. 또한 그런 사정을 부외(off balance-sheet)로 성실히 명기하지 않으면 제3자의 눈에 뜨이지 않는 투명성의 문제도 있어 왔다.

모든 파생상품을 거래소를 통하여 결제되도록 하는 것은 거래가 투명해 지는 효과와 함께 시스템 전체의 안정화에 기여한다. 증거금의 중앙 관리와 결제시 네팅(netting ; 다수 참가자 간에 수많은 거래내역을 상쇄해서 실제 결제할 규모를 축소시키는 것)이 가능하므로 리먼 브러더스의 부도가 가져왔던 시장 패닉을 되풀이하지 않게 된다.

정부의 보호를 받는 예금은행들이 이렇게 위험한 거래를 하지 말라는 것이 개혁안의 두번째 골자다. 다만 고객의 요청에 의한 거래, 따라서 원금의 손실이 있어도 은행의 책임이 아니라는 고객의 분명한 인식이 있는 경우는 무방하다. 은행이 자신의 이익증대를 위해 소위 프롭 트레이딩(proprietary trading)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세번째가 소비자 보호청 신설이다. 날이 갈수록 난해해지는 금융상품들을 소비자 입장에서 뜯어보고 알기 쉽게 설명해 줄 수 있는 기구의 필요성에 부응하려는 것이다. 과대포장을 하거나 위험성을 은폐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파생상품이 규제의 중심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개혁에는 저항이 따른다. 이번에도 많은 절충과 양보를 거칠 것이다. 또한 일부에서 추측하듯이 골드만 삭스 사건이나 리포-105 조사 등이 여론조성 목적으로 동원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국경 없는 국제금융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도 오바마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되기를 바란다.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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