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스님의 편지] 오월입니다

▲ 선래왓 앞 마당에 찾아온 꿩 ⓒ제주의소리 / 사진=오성스님

오월입니다.
따사로운 햇살 등에 받으며
조금 이르다 싶긴 하지만 콩을 심었습니다.
비가 오고 순이 났습니다.
흙먼지 날림을 방비하고자 앞마당에 심었는데
새들 특히 멧비둘기가 자주 방문하기에
보기도 좋고 지가 먹으면 얼마나 먹나 나뒀습니다.

그런데 싹이 난 후가 문제였습니다.
숨어 있던 씨앗들마저 모두가 노출되어
꿩들까지도 겁 없이 코앞 방문턱까지 접근해서
며칠 째를 쫓고 돌아오고를 반복하였습니다.
그러는 사이 나의 일과는 그 놈들과 함께 하게 되었고
나의 생각은 그 놈들의 몸짓에 따라 움직였습니다.

▲ 어린 소나무 아래 꿩한마리가 이리저리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제주의소리 / 사진=오성스님

▲ 오성스님
황당한 것은, 어제 늦은 저녁에
이놈들을 노리고 야생 고양이가 덮쳤습니다.
놀래서 신발도 신지 않고 마당으로 달려 나가
사태를 수습하고 안정을 찾고 거실에 앉아
남은 싹을 먹고 있는 그네들을 보며
내가 적(?)들을 보호하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오늘 아침에 햇살 가득한 마당을 보니
훵했던 예전으로 돌아갔습니다.
나의 도둑맞은 마음도
고요함을 되찾았습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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