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현 칼럼] 매니페스토를 통한 제주지사 후보 정책 대비

            I. 매니페스토와 숙의민주주의

  6․2 제주지사 선거는 몇 차례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4파전으로 요약되었다. 6개의 정당 가운데 이른바 야당연합의 단일후보로 나선 민주당의 고희범 말고는 강상주-우근민-현명관 모두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물론 또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져 4자구도가 흔들리게 될지 모르나, 일단 4파전이라 보기로 하자. 이렇게 선거가 4자구도로 진행될수록 대세론이 유리하다. 왜냐하면 대세를 깨뜨리려는 움직임이 분산되어 단합된 파괴력을 보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 말 이래의 여론조사를 돌이켜보면, 제주지사 선거는 김태환-우근민-현명관 3강구도로 시작되었지만, 김태환 불출마와 현명관의 저울질 속에서 우근민이 대세였다가 집권여당인 한나라당 후보경선을 거치면서 2강(우근민-현명관) 1중(고희범) 의 3파전 구도로 정립되는 듯싶었다. 그러나 현명관 동생의 금권선거 파동을 거치면서 현명관과 강상주의 동시 무소속 출마로 인해 한나라당 지지세가 분열되기에 이르자, 선거구도는 1강(우근민) 1중(현명관) 2약(강상주-고희범)으로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물론 아직 누구도 선거구도의 내용을 무어라 규정하는 건 무리다. 그렇지만 한나라당 분열이 어떻게든 수습되지 않는 한, 우근민의 선두 고수가 그만큼 유리해지리라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알 수 있는 사안이 아닐까. 실제로 우근민은 이미 일찍이 민주당 탈당 파동을 거친 이후  민주당 고희범과의 경합을 둘러싸고 민주당 지지세와의 관계를 어느 정도 정리해 있기 때문에 그만큼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볼 것이다. 물론 우근민의 이러한 선두 고수는 누구나 다 인정하고 있듯이 지난 몇 년에 걸쳐 유력한 경쟁후보인 현명관보다 발품을 많이 팔아 온 이른바 조직관리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그러나 여전히 선거란 역동성과 불확실성이 그 핵심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혹 앞으로 1강 1중 2약의 선거구도에 유의미한 판세 변화를 가져올 수 요인이 있다면, 그것은 늦었지만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파악되는 정책대결일 것이다. 그래서 여기서 4자구도 형성 이전부터 가장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는 행정구조 개편과 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4후보의 입장을 다음에서 비교해 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정책대결 갖고도 다른 후보들이 우근민 선두의 여론흐름에 변화를 가져오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최소한 이 두 쟁점 사안에 관한 우근민의 입장도 탄탄해 보인다.

  그동안 지사 후보가 최종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서도 강-고-우-현 4분의 후보를 포함하여 예비후보로 등록하였던 강택상-고계추-오옥만-현애자 등 8분 모두가 제주의 미래를 위한 공약을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내고 있었기에, 지난 4월과 5월의 백가쟁명에서 나름대로 정책대결은 끊임없이 제주 정가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후보자간 정책대결을 일일이 들여다보는 건 사실 귀찮고 번거로운 일일 뿐만 아니라 제대로 평가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선거에 임할 때마다 정책선거를 당위인 것으로 거론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후보지지도 여론조사의 흐름에 눈이 가는 것은, 무엇보다도 후보들 간의 지지도 차이와 흐름이 숫자로 표시되어 선명하게 그리고 큰 수고를 하지 않고도 간명하게 알 수 있도록 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정책선거를 위해서 매니페스토라고 하여 재원과 기한 등을 수치로 나타내는 공약을 제시하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기는 쉽지 않다. 여론조사의 수치는 일정 시점에서의 현실을 일정부분 담아내지만, 후보자가 제시하는 공약의 수치를 어떻게 객관적으로 타당한 것인지를 밝히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여론조사의 흐름과는 달리 공약을 너무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숫자로 표현하는 것도 상황 변화에 따른 유연성과 적응성을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도 있는 것이어서, 필자는 모든 정책과 공약을 수치로 환산하도록 요구하는 것도 무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렇지만 제주경실련 등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주창하는 매니페스토 운동은, 혁신적 민주주의 이론과 실천으로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숙의민주주의의 한 축을 구성하고 있다고 보기에 그 유용성이 크다. 그래서 여기서는 2010시민매니페스토만들기제주본부(이하 제주본부)가 발표한 민선 5기 제주특별자치도지사 10대 정책 아젠다 가운데 해군기지 문제와 행정구조 개편 문제에 초점을 맞춰, 강상주-고희범-우근민-현명관 4후보의 정책방향을 비교해 보면서 잠시나마 숙의민주주의의 시간을 가져보기로 하자.   

  여기서 제주본부의 10대 아젠다에 주목하는 이유는, 제주본부가 도내 각계각층으로 구성된 30명의 전문위원에게 이메일 설문조사(주관식)를 통해 총 3차에 걸쳐 133개의 아젠다를 발굴하고 이 중 10개를 지역 아젠다로 선정한 노고를 존중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6․2 제주지사 선거에서 숙의민주주의를 위한 하나의 주제로 해군기지와 행정구조 문제를 대비해 보는 이유는, 이 두 쟁점이 지난 4년 동안 계속하여 제주사회의 화두로 전개되어 온 사정을 충분히 헤아려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두 쟁점과 관련해서 2010년 4월 제주의소리와 한라일보, KCTV제주방송, 제주CBS 등 제주언론 4사가 공동개최한 ‘선택2010 6․2지방선거 후보초청 대담’에서 강-고-우-현 후보자가 가장 눈에 띄게 대비되는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유념하고 있다.

            II. 제주행정구조에 대한 후보자 입장 대비

  6·2 제주지방선거에서 쟁점 가운데 하나는 어떻게 하면 풀뿌리 자치권이 제대로 유효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인지의 논쟁이다. 제주도는 2005년 7월 26일 주민투표를 통해 행정계층구조 개편의 한 방식으로 기초지방자치단체를 폐지하면서 특별자치가 출범하였는데, 이를 두고 지난 4년간 도민들 사이에서 말이 많았다. 특히 행정시 체제와 관련해서는, 제주본부의 지적처럼,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통로인 기초의회와 기초자치단체장 등의 역할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메운 행정시는 ‘행정의 민주성과 효율성’ 모두에서 그 역할이 부족한 것으로 널리 인식되어 왔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행정시가 집행부서에 너무 치우쳐 있다는 데에서 찾아야 할 듯싶다. 왜냐하면 행정시가 그 이전의 시·군 기초지방자치단체처럼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예산을 확보하고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여 추진해 나가려는 노력보다는 특별자치도의 지시와 위임에 따라 집행하는 데에 더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주민자치의 핵심인 ‘주민의 자기결정과 자기책임’에서 벗어나 있다는 민주성에서의 문제만이 아니라, 실제에 있어서도 행정시장이 도지사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은가 하면 아직 제도가 자리 잡지 않은 이유 등으로 인해  ‘업무 중복 및 혼선’과 같은 비효율성의 문제를 보여온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고희범은 “행정구조 개편과 관련해선 대동제와 기초자치단체 부활 등 여러 가지 논의가 있지만 이 문제는 도민의견 수렴기구를 만들어서 충분한 논의를 한 뒤 오는 2013년쯤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할 문제”라고 전제하고는, ‘1광역도 4준자치시’ 체제 구상을 밝히면서 “이는 기존의 1광역도의 통합적 장점은 살리면서 과거 4개 시군의회 기능은 기존의 광역의회에 맡기는 방식으로서, 시장의 경우 직선제를 통해 선출해 풀뿌리 민주주의체제를 보완하고 준자치단체로서 인사권과 예산권을 보장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미묘한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강의 골격에서는 비슷하게 우근민도 현행 ‘1광역도 2행정시’ 체제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면서 “자치입법권과 재정권, 예산편성권, 내부인사권이 보장된 제주도특별법상의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해 이 같은 비효율성을 개선”해야 하며 “부활하는 기초자치단체장을 직선으로 선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있고, 특히 “시군부활은 과거로 회귀하자는 것이 아니며, 몇 개로 분할할 것인지는 ‘위원회’를 구성해서 연구해 나갈 것”이라며 “법 개정 전이라도 우선 행정시 내부인사권과 예산편성권 등을 부여해 단계적으로 자치권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덧붙이고 있다. 

  이러한 비판과 관련하여 행정시의 출범이 4년도 채 안 된 시점에서 이를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반론이 존재하며, 그리고 지속적인 제도개선을 통해 제주형 행정시 모델이 가능하다고 주장된다. 더욱이 주민투표에 따라 결정된 제주특별자치를 몇 년 제대로 시행도 안 해 보고 종전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는 게 아니냐는 입장에서, 현명관은 “지금은 특별자치도를 만들고 법까지 만들어진 마당에 이 시점에서 과거로 회귀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행정시에다 자치권을 준다는 ‘자치시 부활’ 논의에도 찬성하지 않고 있다. 

  강상주는 “역사는 앞으로 전진해야 하는 것이지 뒤로 후퇴할 수 없는 것”이기에 “과거 시군체제로의 단순한 부활이나 회귀는 반대”라는 기본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그러나 “소홀했던 주민 풀뿌리 민주주의 보장과 중앙정부 지원이 가능토록 법제도적 뒷받침이 선행될 수 있도록 당선이 된다면 최우선적으로 행정계층구조에 대한 바람직하고 확실한 대안을 마련해나가겠다”고 밝힘으로써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자치권 부활을 선호하고 있다.   

  행정구조 개편과 관련한 2010년 5월 4일 언론 4사의 여론조사에서 자치권 부활에 대한 도민의 인식이 찬성 59.6%, 반대 29.4%로 나타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현명관의 기존 행정시 고수는 상당한 소신이거나 아니면 여론 무시의 오만 가운데 하나이다. 문제는 단순한 과거 회귀가 아닌 그야말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증진이라는 차원에서 어떻게 접근해 나갈 것이냐의 방법론이자 대중앙 절충력일 것이다. 이 점에서 필자는 지난 김태환 도정의 시행착오를 이제라도 바로 잡으려는 것으로서, 제주도 행정구조 개편의 방향은 일단 강상주-고희범-우근민의 주장처럼 그리고 제주본부의 10대 아젠다를 존중하는 입장과 최근의 도민여론 흐름을 수용하면서,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하여 직선행정시장이 주도하는 1도 2시(장기적으로 4시)의 행정구조로 나아가는 게 ‘준자치시’가 보다 유용한 개선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다만 중앙정치권에서 특별시와 광역시의 기초의회 폐지 논의가 진행되는 것을 고려할 때 대중앙 절충을 위해서 그리고 제주특별자치도의 출범 이후 4년밖에 안 지났는데 과거 그대로 회귀하는 것도 너무 조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기에, 기초의회 부활은 좀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기로 하고 우선은 부활된 준자치시에 대한 감독과 견제 기능을 도의회가 맡도록 하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이 경우 명실상부한 특별자치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 도의회의 도의원 수의 확대라는 양적 측면만이 아니라 도의회의 위상과 권한 강화, 예를 들면 감사위원회를 도의회 소속으로 하는 등의 실질적인 제도개선이 뒤따라야 함은 재언을 요하지 않는다.

               III. 강정해군기지에 대한 후보자 입장 대비

  지난 4년의 김태환 도정에서 해군기지만큼 뜨거운 논쟁이 된 쟁점도 없었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4년 내내 서로 찬반으로 나뉘어 싸울 일도 없는 일이었고, 최근 제주지사 선거에 나선 후보들의 정책공약을 보더라도 주민소환투표까지 갈 정도로 해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렇게 박 터지게 싸우고도 아직도 해군기지를 둘러싼 논쟁이 해결되지 못할 정도로 시간은 흘러가고 또 그런 가운데 해군기지 착공 문제도 그렇게 서서히 진행되어 가고 있음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정부와 제주도정이 얼마나 무능한가의 의구심만 더할 뿐이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소통하고 대화하고 그리고 조급해 하지 말고 은근과 끈기로 정부와 도민간의 밀고 당기는 타협을 만들어 가는 데 정부와 제주도정이 조금만 더 수고를 했더라도, 강정해군기지 문제가 이렇게까지 꼬여나가지는 않을 텐데 하는 생각을 금할 수가 없다. 마치 모든 것을 1-2년 만에 후딱 처리하려는 조급증이 해군기지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하였음은, 2010년 5월 중하순의 오늘날까지도 그 숱한 논쟁과 다툼과는 무관하게 해군기지 문제가 다시 6․2 지방선거의 10대 아젠다 가운데 1위가 되고 있다는 데서 너무나 잘 나타나고 있다.

  어떻든 제주본부의 지적처럼, 해군기지는 찬반 여부를 떠나 제주의 미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원점에서 원칙대로 접근할 필요가 있음은 당연하다. 해군기지가 계속 논쟁점이 된 이유는 처음부터 사업의 실체를 제대로 밝히지 않는 가운데 추진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도민들이 인정할 수 있는 절차적 정당성을 획득하는 데도 실패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시간이 4년 이상이 지나는 동안 도민들 사이에 갈등만 키워온 대표적 현안이 바로 해군기지 문제였다. 따라서 해군기지 해법과 관련 제주본부가 제시한 것처럼, 1)군사기지 주체인 국방부가 직접 도민 앞에 나서서 군사기지 추진배경과 사업규모, 사업내용 등을 명확하게 밝히는 게 우선이며, 2)해군기지 도입 타당성, 입지 타당성, 경제적 보상 방안 및 규모를 검증해야 하고, 3)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하는 원칙과 순서를 지켜 나가야 한다는 방안에는 이론이 없어 보인다.

  강정해군기지와 관련한 강-고-우-현의 입장은 크게 다르다. 우선 현명관은 “입지 재선정 논의와 현재 강정마을 입지 타당성에 대한 의견 차이가 있고 일반적으로는 안덕면 화순이 기지 입지조건이 더 낫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제하는 데서 보듯이 강정해군기지 결정에 졸속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많은 갈등과 논의를 거쳐 강정마을로 선정된 상황에서 과거로 회귀해 또 다른 갈등의 고리를 만드는 후보지 재선정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미 결정된 사안을 추인하는 입장이다. 이어 “갈등을 봉합해서 이왕 추진할 거면 대형 크루즈항이 주이고 해군기지는 부가 되어야” 한다는 방책을 제시하는 한편으로, “국가적으로도 대접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맞으며, 그러므로 현재 기공식도 이왕 할 것이라면 지연시킬 필요가 없다”고 말할 정도로 강정해군기지 추진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강상주는 “행정의 신뢰성을 위해 해군기지 사업을 전면 백지화할 수는 없다”는 입장에서 사업 추진에 동의하면서도, 현명관과는 달리 “제주해군기지 사업이 정당하게 진행되어 왔는지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이므로 우선 이 결과를 보고 나서 진행하는 것이 옳다”고 보고 있지만, 종국적으로는 “국가안보와 국책사업이란 측면에서 사업을 추진하되 사업 투명성을 높이고 지역사회와 공존하며 발전할 수 있는 지역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면서 정부와 제주도정의 행․재정적 지원을 해군기지사업의 필수조건으로 제시했다.

  반면 고희범은 “제주해군기지 추진일정을 모두 중단하고 오는 6.2지방선거 이후로 미뤄달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해왔다”며 “특히 국책사업이라는 해군기지 설치 필요성과 타당성을 정부가 나서서 도민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지금까진 정부가 그런 모습 없이 왜 강정마을인지에 대해서도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따라서 “정부의 충분한 설득 이후에 충분한 도민공론화와 도민찬반을 확인하고 나서 입지선정이나 보상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데서 보듯이, 해군기지와 관련한 정부와 제주도정의 그간 경과에 가장 강한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우근민은 현명관과 고희범 사이의 중간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강정해군기지는 국가차원의 국책사업이면서도 강정지역에 대한 지원은 매우 미약하다”면서 “서귀포시가 강정지역 종합발전계획을 발표하면서 8,69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이 투자액 중 국비는 단 55% 뿐”이라고 지적하고는, “평택 미군기지 이전 사례를 보면 일반지원 7조원, 지역개발 18조 8,000억 원을 지원했고, 경주 핵방폐장 사업에 일반지원 1조 5,200억 원, 지역지원 3조 2,000억 원을 지원한 점을 감안해 기공식 연기를 제기했던 것”이라며 “지방선거가 끝난 후에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해군도 승리하고, 강정주민도 승리하고, 제주도민도 승리할 수 있는 좋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해 절충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강정해군기지와 관련 제주본부는 중앙정부가 제주도민을 설득하는 과정을 몇 가지 예시하고 있는데, 1)군사기지가 들어올 경우 제주지역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책 마련, 2)장단점 및 군사기지 후보지에 대한 지원 사항 공개, 3)제주도정은 중앙정부가 제시한 내용을 가지고 도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후보지역 공모를 공개적으로 실시(주민투표 포함), 4)후보지역 선정 및 모든 사항 마무리 후에 군사기지 건설 시작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아직도 강정해군기지는 마치 원점으로 다시 돌아온 듯 현재진행형의 쟁점으로 남아 있다. 이렇게 시간이 요하는 일을 왜 김태환 도정은 주민소환투표까지 당하면서 그렇게 조급하게 애를 쓰면서 달라붙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역사에 남을 도지사가 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새삼 돌아보게 될 뿐이다. 그러나 저러나 강정해군기지 문제는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자 하는 현명관보다는 한 번은 더 거르자는 우근민-강상주나 아니면 입지선정과 보상문제 등 원점에서의 검토 필요성을 강조하는 고희범에 의해 더 민주적으로 그래서 보다 더 도민합의에 기초한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은 필자만의 것이 아닐 것이다. /양길현 제주대 윤리교육과 교수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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