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스님의 편지] 갈등은 삶의 불꽃, 건강히 갈등하는 법 배워야…

▲ 갈등 - 칡넝쿨과 등나무 ⓒ제주의소리 / 사진=오성 스님

저 숲 어디선가 뻐꾸기 울어
여름이 왔음을 알립니다.
저는 때를 알아
떠나고 돌아옵니다.
나는 저를 통해야 그 때를 압니다.

철모르는 나는 게으르기 한이 없어
새 아침이 와도
의지의 근육보다 육신의 무게만 더하며
어제에 오늘을 포개 놓을 뿐입니다.

▲ 숲 ⓒ제주의소리 / 사진=오성 스님

저 숲에는 열정이 있습니다.
등나무와 칡넝쿨이 서로 얽히어
새 숲을 향해 가한 열정으로 갈등합니다.
건강한 생존의 모습입니다.
나는 갈등을 삶의 활기로 이끌지 못하고
반목과 대립의 각을 세우려 합니다.
다른 이를 나의 생각으로 줄 세우려고 합니다.
그래야 내가 편해지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행복이라 착각합니다.
그것을 위해 갈등합니다.
다른 이도 그러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은 삶도 계속해서 이렇듯 살아간다면
어제의 불만에 오늘의 불안을 더할 것입니다.

▲ 오성 스님 ⓒ제주의소리
어찌 삶에 갈등이 없겠습니까.
갈등은 삶의 불꽃입니다.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여
다양하게 가꾸어 가는 숲에서
건강히 갈등하는 법을 배워야겠습니다.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생각을 내려놓을 때입니다.
뻐꾸기 울지 않아도
심연에서 들려오는 열정의 소리를 들어야겠습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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