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성 문화유적100] (24)제주 신당의 원조, 송당 - 송당리 송당본향당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제주여성과 그들의 삶이 젖어있는 문화적 발자취를 엮은 이야기로, 2009년말 ‘제주발전연구원’에서 펴냈습니다.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2008년에 이미 발간된 『제주여성 문화유적』을 통해 미리 전개된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필진들이 수차례 발품을 팔며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노력이 깃들어 있습니다. 오늘 우리 제주가 있도록 한 ‘우리 어머니’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제주의소리>는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의 협조로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을 인터넷 연재합니다.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제주의소리

▲ 송당 본향당의 제단 ⓒ양영자

송당은 고려후기에 몽골에 의해 목마장이 설립될 때 1소장이 설치되었던 목장지역으로, ‘솔당’, ‘손당’, ‘소남당’ 등으로 불렸다. 원래 웃송당(상동), 샛송당(중동), 알송당(하동), 넙은밧(광전동), 가시남동네, 드랭이(대천동), 장터(장기동) 등 7개의 자연마을이 있었으나 제주4·3사건 때 넙은밧·가시남동네·장터가 소개되고, 경찰에 의해 집단화 당하면서 마을을 떠나버린 사람들이 많았다.

제주도 전역에 분포한 당신본풀이에는 ‘웃송당에 금백주, 샛송당에 세명주, 알송당 소로소천국’이 좌정해 있다고 한다. 금백주와 소로소천국 사이에서 출생한 아들 18명과 딸 28명, 손주 78명이 제주도 각처에 당신으로 들어가 좌정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송당은 제주사람들의 신당 계보의 뿌리를 이루고 있어 실로 제주 당신앙의 원조이며 고향이라고 할 만하다. 이에 걸맞게 마을 이름도 송당이고, 본향당의 이
름 또한 송당이다.

송당은 예로부터 본향당의 기세가 워낙 세서 불교를 비롯한 외래종교가 파고들지 못했던 곳이기도 하다. 송당은 인간과 신이 조우했던 신성한 장소로 여전히 동경과 숭배의 대상이 되고 있는 당신앙의 메카라 할 수 있다.

마을사람들은 대부분 본향당에 다니고 있으며 영험하고 어지신 당할망의 음덕에 대한 경외심과 자긍심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10년 전까지 이 마을에서는 포제도 행해졌으나 지금은 모두 본향당 당굿에 흡수되어 치러진다. 그래서 정월 열사흘 당굿은 이 마을에서 주관하는 가장 큰 행사다.

본향당에서는 정월 열사흘날의 신과세제, 이월 열사흘날의 영등굿, 칠월 열나흘날의 마불림제, 시월의 시만국대제 등 1년에 4차례에 걸쳐 큰 당굿이 행해져 왔다. 송당 본향당의 당신은 금백주이다. 마을사람들은 이날 한해의 풍년과 추수에 대한 감사,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고, 제비좁기(쌀점)를 하여 가족의 운수를 빈다.

당굿은 큰굿으로 하루 종일 행해지는데, 하루 종일 말명을 해도 다하지 못할 정도로 당골이 많았다. 상당골은 웃손당에서 거주해 온 광산김씨, 중당골은 샛손당에 거주해 온 잡성, 하당골은 내알손당에 거주해 온 잡성이다. 제물을 진설할 때는 상당골에서 제물이 안 가면 제물 진설을 하지 못하고 그 제물이 도착하고 나서야 순서대로 중당골, 하당골의 제물을 진설한다.

제의에 참석하는 당골들이 차지하는 자리도 엄격하게 지켜져 당할망과 가장 가까운 곳에는 상당골, 그 다음이 중당골, 하당골 순서로 앉는다. 심방이 말명을 할 때도 상당골인 광산김씨의 역사를 닦는 것으로 시작된다. 마을의 형성과 기반, 마을의 운용 등이 본향당을 중심으로 한 신앙공동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당신에게 바치는 제물은 메 1기, 돌래떡, 삶은 계란 3개, 고소리술, 청주, 탁주와 술잔, 청감주와 생감주, 밤, 비자, 사과, 배, 귤 등 5가지 과일, 채소는 고사리와 미나리 생채를 준비한다. 이 외에 지전 석 장, 시렁목 석 자, 소지 등을 식솔에 맞게 준비한다. 소지는 굿이 끝나면 사른다. 특히, 물색천으로 옷을 만들어 가거나 천을 갖고 가서 팽나무 맨줄에 걸었다가 굿이 끝나면 차곡차곡 개어 궤 속에 놓는다. 궤가 꽉 차면 들어온 순서대로, 먼저 바쳐진 옷부터 정월 열사흘 대제일에 태운다.

요즘은 육지에서 찾아온 무속인들이나 보살들이 맘대로 궤 문을 열고 촛불을 켜서 비념하거나 칼을 꽂아놓고 가는 경우가 있어 당골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에는 당집에 단단한 쇠문을 달아 놓아 열지 못하게 하고 있다. / 양영자

* 찾아가는 길 : 송당리 마을회관 → 대천동방향 → 본향당 팻말에서 200m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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