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 신청된 부 교장 등장에 학생·학부모 당황

축하 마당이 돼야 할 졸업식장이 야유와 탄식으로 일순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불법선거운동 혐의를 받고 있는 부희식 제주사대부고 교장이 6일 오전 졸업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바로 이날 부 교장에 대해 구속영장이 신청된 터라 그의 참석을 반신반의했던 것.

5일 제주지방경찰청에 재소환, 조사를 받은 후 6일 오전 5시께 귀가한 부 교장이 졸업식장에 모습을 보인 것은 오전 11시5분.

부 교장의 참석을 예상치 못했던 학생들은 다소 피곤한 듯한 얼굴로 식장에 들어서는 부 교장을 보고 놀라워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잠깐 동안 야유 섞인 탄성도 터졌다. 장내는 한동안 소란스러워졌다.

놀라기는 학부모들도 마찬가지. "정말 교장이 참석했냐?"며 자리에서 일어나 교장의 모습을 확인하는 학부모도 눈에 띄었다.

졸업식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구속영장까지 신청된 마당에 졸업식에 참석한 용기는 대단하다. 새롭게 출발하는 아이들 앞에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하다"며 학교장 회고 순서를 자못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다른 학부모는 "어떠한 사과표명도 없이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 아직도 참석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흥분하기도 했다.

부 교장이 졸업장 수여를 위해 강단에 서자 학생들은 또 한차례 술렁거렸다.

한 졸업생은 "어떻게 아무런 내색 없이 우리 앞에 설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졸업식 전에 만난 한 졸업생은 "다른 분도 아니고 학생들 앞에 서서 우리를 지도하고 훈계하는 교장 선생님이 이번과 같은 일에 연관돼서 마음이 좋지 않다"며 "교장 선생님은 사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날 부 교장은 회고에서 "영광스런 오늘의 졸업은 부모님과 교사들의 은덕으로,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밝은 미래는 오직 준비하는 자에게만 열려있다"고 강조했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은 귀담아듣지 않는 눈치였다.

그러나 부 교장은 졸업식이 끝날 때까지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