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생이 김홍구, 오름속으로 12] 북돌아진오름-괴오름-폭낭오름

연초록색 봄빛이 좋아 오름으로 걸음을 내딛는다.  오름을 왜 오르는가라는 물음에 다양한 나름대로의 답이 있겠지만 오름에 오를때마다  답이 다르다. 오늘은 봄빛이 좋아서, 오늘은 발걸음이 오름으로 향하기에, 잡념을 덜기 위하여,  생각을 하기 위하여, 자연에 동화 되기 위하여 등 참으로 많다.  그 중에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오름의 갯수를 채우기 위하여 오른다는 사람들이다.  난 오름 몇개를 올랐느니하는 말,  넌 몇개 올라가 보았느냐하는 말이다. 오름을 전혀 모르고 아니 오름을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소중한 오름에 오르려는 각자의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 개민들레 ⓒ김홍구 객원기자

▲ 솜방망이 ⓒ김홍구 객원기자

신제주에서 평화로를 타고 가다보면 새별오름 건너편에 보이는 오름이 있다.  북돌아진오름과 괴오름, 폭낭오름이다.  이 오름들은 큰바리메오름에서 보면 아주 잘 보인다.  봄빛이 잔잔하게 가슴을 파고 든다.  이미 토착화단계에 들어간 개민들레와 솜방망이, 구술붕이가 피어 있다. 그리고 등산화에 채이는 이름모를 풀과 들꽃이 마냥  싱그럽다. 

그들의 이름을 모르면 어떠리. 내가 자연의 품안에 안겨있는 것이  좋은것을.  북돌아진오름을 오르는  길목에서뒤돌아 보면 새별오름과 이달오름, 누운오름, 금오름, 정물오름, 당오름이  펼쳐져 보인다.   한편으로는 큰바리메오름과 족은바리메오름, 그사이로 큰노꼬메오름이 다정하게 서있다.  한껏 물오른 푸르름이 보기에도 맑은 기운을 돋게 한다.  북돌아진오름의  서쪽에서 오른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관계로 등반로는 확연하게 나있다.  드러나 있는 나무의 뿌리가 시리게 느껴진다.  가끔은 아무도 다니지 않던 때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자연의 신음을 듣고 가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생각을 덜러 왔다가 자연의 신음소리에 생각을 더하곤 한다.

▲ 구술붕이 ⓒ김홍구 객원기자

▲ 당오름-도너리-정물-금오름-이달오름-새별오름 ⓒ김홍구 객원기자

▲ 큰바리메-큰노꼬메-족은바리메 ⓒ김홍구 객원기자

얼마가지 않아 정상이다.  북돌아진오름은 멀리서 보면 마치 북같이 생긴 암벽이 매달려 있다하여 붙혀진 이름이다.   표고   643m 이다.  비고는 118m 로서 제법 높은 편이다.  북서쪽으로 난 말굽형분화구를 가지고 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장관이다.  한라산 방향으로 보면 큰암벽을 가운데 두고  좌로는 큰,족은바리메오름과 큰노꼬메오름 그리고 괴오름과 다래오름, 멀리 한대오름과 돌오름이 보이고 지척에 폭낭오름이 있다.  남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왕이메, 고수치, 돔박이오름이 보인다.  저멀리 산방산도 보인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이 제주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가.  맘껏 가슴을 내밀어 자연을 느껴본다.  싱그러운  공기, 자연의 소리, 풀과 꽃내음이 내품안에 있다.  그저 좋을 뿐이다.

▲ 북돌아진오름 ⓒ김홍구 객원기자

▲ 큰바리메-다래오름-폭낭오름 ⓒ김홍구 객원기자

▲ 폭낭오름-왕이메-돔박이-고수치-산방산-정물오름 ⓒ김홍구 객원기자

괴오름으로 향하는 길에 박새와 천남성이 마냥 자신을 봐 달라고 자태를 드러낸다.  오름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아름답다.  하늘과 오름,  구름과 햇살과 오름을 담을 수만 있다면 좋겠다.  옛날 언젠가 지리산에서 무척 산을 좋아하던 친구가 나에게 이런말을 했었다.  산에 오면 눈으로 보고 가슴에 담아야 한다고.  그말을 듣고 카메라를 들고 있던 내가 참으로 부끄러웠다.

▲ 천남성 ⓒ김홍구 객원기자

▲ 박새(왼쪽)와 솜방망이 ⓒ김홍구 객원기자

오름의 모양새가 고양이를 닮았다하여 붙혀진 오름으로서 고양이와 관계된 오름이 제주에는 괭이오름, 괴살메등 몇군데가  있다.  괴오름은 표고 653.3m,  비고 103m 이며 북쪽으로 난 말굽형분화구를 가지고 있다.  북돌아진오름과  괴오름 사이에는 삼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정상은  몇명이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남쪽에 폭낭오름이 있다. 고개를 돌려 한라산을 바라본다.   다래오름, 한대오름, 돌오름, 빈네오름, 이돈이, 영아리,폭낭오름이 너무나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그저 신비로울 따름이다.

▲ 한라산-다래오름-한대오름-돌오름-빈네오름-이돈이-영아리-폭낭오름 ⓒ김홍구 객원기자

▲ 폭낭오름 ⓒ김홍구 객원기자

물한모금 마시고 남쪽에 있는 폭낭오름으로 향한다.  괴오름에서 곧장 내려오면 폭낭오름이다.동서양쪽 봉우리 사이에 평평한 평지가 보인다. 빗물에 쓸려 내려간 골이 마치 길을 형성하듯 보기싫게 나있다.  이 골을 따라 올라가다 뒤돌아보면 북돌아진오름과 괴오름이 마치 형제처럼 다정하게 보인다.  이 오름에 폭낭(팽나무)가자란다하여 폭낭오름이라 하며 표고 645.5.m,  비고 76m 이다.  주변에 골프장이 조성되어 있어 아름다운 오름이 몸살을 앓고 있다.  폭낭오름을 비롯하여 다래오름, 빈네오름이  자신의 살을 도려내는 아픔에 고통을 받고 있다.  

▲ 폭낭오름 ⓒ김홍구 객원기자

▲ 북돌아진오름-괴오름 ⓒ김홍구 객원기자

▲ 빈네오름-한대오름 ⓒ김홍구 객원기자

제주사람에게 있어 폭낭은  추억이다. 올레마다  폭낭이 있어  삶의 이야기가 있고 벌초때 시원한 그늘아래 조상의 삶이 나오고  어린이에게는 폭총이라  불리는 놀이기구로 놀던 기억도 있다.   폭낭은 오래살며 크게 자란다.  목재는 단단하고 잘 갈라지지 않아서 가구나 집을 짓는데도 쓰인다.  열매는 콩알만하게초록색으로 열었다가 황색으로 익는다.

▲ 고수치-남소로기-도너리-당오름-정물오름 ⓒ김홍구 객원기자
▲ 금오름-누운오름-이달오름-새별오름 ⓒ김홍구 객원기자
▲ 비양도-이달오름-북돌아진오름 ⓒ김홍구 객원기자

고영이라는 시인이 있다. 외로움과 위로가 어우러지는 시집 <너라는 벼럭을 맞았다> 중에 "폭낭"이라는 시가 있다.    그 전문을 보면 " 폭낭 그늘에 초가 한 채 짖고 / 그대와 단둘이 누웠으면 좋겠네 / 남들이야 눈꼴이 시든 말든 / 하르방 몸뚱어리가 달아오르든 말든 /  그대와 오롯이/  배꼽이나 들여다보면서 / 여린 그대 배꼽 그늘 위에 / 우악스런 내 배꼽 그늘을 포개면 /  묵정밭 우채꽃은 더욱 노랗게 피고 / 돌문 밖  바다물결 간질이는 /  그대 숨비소리, 숨비소리 / 딱 하루만이라도 그렇게 /  물허벅 지듯  그대를 들쳐 업고/ 뒹굴었으면 좋겠네"  지극히 일상적이고 감추어진 일상이 소재가 되어 우리에게 다가온다.

평편한 등성너머 정상에 이르면 사방이 탁트인 전경이 경이롭기조차 하다.  한대오름,  빈네오름,돌오름, 이돈이, 영아리, 왕이메오름이 둘러져 있고  북돌아진오름과 괴오름이  이웃해  있다. 내려가는길에 복분자나무에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한쌍의 나비가 너울너울 춤을 춘다.   주변을  지나는 철탑이 흉물스럽지만 오늘의 오름 산행은 오름몽생이게 또 하나의 즐거움을 준다. 

▲ 한대오름- 빈네오름-돌오름- 이돈이-영아리-왕이메오름 ⓒ김홍구 객원기자

▲ 철탑- 북돌아진오름 ⓒ김홍구 객원기자

▲ 복분자 ⓒ김홍구 객원기자

▲ 나비 ⓒ김홍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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