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교육감들, 제주교육사태에 질책과 충고 이어져

제주교육감을 지낸 교육계 원로들이 공황상태나 다름 없는 작금의 제주교육에 대해 쓴 소리를 던졌다.

김황수·고봉식·강정은 전 교육감은 6일 오후 5시30분 김경회 제주도부교육감의 초청으로 라마다프라자호텔 중식당에서 마련된 간담회에 참석해 도교육청 인사비리와 교육감 불법선거에 대해 교육원로로서 질책과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취재진들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맨 먼저 입을 연 김황수 전 교육감은 "이번 사태는 책임자의 잘못된 관행에서 비롯된 것으로 평생 교육계에 몸담았던 한 사람으로서 괴로움과 서글픔이 앞서며, 혼탁한 제주교육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다"며 원로로서의 괴로움을 토로했다.

김황수, "혼탁한 사회 바로 잡겠다는 각오 있어야"

김 전 교육감은 "이번 사태를 보면서 강정은 교육감을 만나 (교육계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법에 걸어져 있어 도울 게 없었다"면서 "남은 간부들 중심으로 혼탁한 사회를 바로 잡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 후 "부교육감 중심으로 국장과 과장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황수 전 교육감은 "불법선거는 교육감선거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 군수 선거도 마찬가지로 결국은 국민의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너무나 불행한 사태"라며 말문을 연 고봉식 전 교육감은 "세상이 다 썩어도 교육계만큼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그게 깨져서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아니 충격보다 허탈감이 더 크게 느낀다"며 참담한 심정을 털어놨다.

고 전 교육감은 "(인사비리로) 검찰에 계류된 사건과 교육감 선거 두 사건중 교육감 불법선거는 교육계 전체비리보다는 선거부정 문제로 사법처리를 받으면 되지만 검찰에 계류된 (인사비리) 사건은 사법처리로 마무리될 게 아니다"라고 말해 도교육청 인사비리가 더 심각한 문제임을 지적했다.

고봉식, "제주도교육청은 하나의 복마전이었다"

고봉식 전 교육감은 "도교육청이 이번 사건을 너무 안이하게 대응한 게 문제"라고 말을 한 후 "만약 교육일선에서 이 같은 사건이 일어났다면 문제해결을 위해 진상파악을 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나 검찰에 계류된 (인사비리사건에 대한) 수순은 아무 것도 없다"며 도교육청의 안일한 대응을 나무랐다.

고봉식 전 교육감은 이어 "검찰에 계류된 사건은 어느 개인이 잘하고 잘못한 문제가 아니라 제주교육 전체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면서 개인의 해명에 급급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언론보도를 보면 선거부정이 현 교육감 재임 8년의 비리에서 비롯된 당연한 결과물로 보도되고 있는데 결국 검찰에 계류된 사건은 교육계의 치부와 부패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한 후 "수술로 환부를 도려내야지 미봉책에 그쳐서는 안되며, 시일이 흐르면 끝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가져서는 절대로 안된다. 제주도교육청은 하나의 복마전이었다"면서 교육청 인사비리 사건에 대한 철저한 대책마련을 강조했다.

고봉식 전 교육감은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야 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교육청은 겸허하게 이 사태를 100% 받아들여야 하며 변명이나 해명은 필요 없다"면서 "너 나 구분 없이 교육청 전 직원이 죄인이라는 입장에서 속죄해야 하며, (인사비리에) 관련된 사람은 철저하게 처벌해야지, 미봉책으로 일관한다면 도민사회나 교육계가 용납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정은 "사태 수습에 온 도민이 힘을 모아줘야"

마지막으로 발언에 나선 강정은 전 교육감은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말을 시작한 후 "이번 사태의 원인을 분석하면 제주교육사회가 위기라기 보다는 난국으로 (교육청) 혼자 힘으로는 벅차며 도민전체가 난국극복을 위한 방법을 도출해야 한다"며 도민사회가 중지를 모아줄 것을 요청했다.

강 전 교육감은 "이번 사태가 제도나 장치에서 비롯된 문제인가, 아니며 운영자의 비전과 철학의 문제인가를 이야기 할 수 있으나 이번 사태는 후자에 비중이 있다"고 전제 한 후 "운영자의 지혜와 도덕성을 바탕으로 운영했어야 했다"고 말해 이번 사태가 교육감의 교육행정 철학에서 비롯된 것임을 강조했다.

강 전 교육감은 이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주교육사회가 약진의 기회로 삼아야 하며, 온 도민이 참여해야 한다"면서 "대다수 일선 교사들은 지금 통탄과 울분에 허덕이고 있으며, 일부 잘못된 인사들로 교육계 전체가 매도되고 분열과 혼돈을 빚는데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전 교육감은 마지막으로 "결론적으로 이번 사태는 행정책임자에서 비롯된 것이나 일선교사와 학부모, 나아가 도민이 책임져야 할 문제도 온 도민이 도덕적으로 무장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줄 것을 호소한다"며 도민사회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세 명의 전직 교육감의 충고에 대해 이날 자리를 마련한 김경회 부교육감은 "날씨가 춥고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시간을 내 줘 감사하다"고 정중히 인사를 한 후 "제주교육을 사랑하는 심정에서 나온 질책과 위로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6000여명의 교직원이 철저히 거듭나 신뢰받는 제주교육의 회생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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