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심사 이모저모]영장전담판사, 두 후보에 호된 질책

부희식·허경운 후보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심리를 맡은 이재권 영장전담판사는 부인으로 일관하거나 애매한 진술을 하는 피의자들에게 호된 질책을 가했다.

이 판사는 부 후보가 '비밀장부'에 기재된 선거인 이름옆에 막대 표시가 된 것에 대해 "만난 횟수를 적거나 최소한 그 정도는 만나야 겠다는 의미로 표시한 것"이라고 진술하자 "몇번 만난 게 뭐가 중요하냐. 비상식적인 얘기를 하지 말라"고 질책했다.

혐의를 일부 인정, 일부 부인하던 허 후보가 심리 막판에 "혐의를 인정하라면 다 인정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선 "애매하게 진술하고 있다"며 "이렇게 된 이상 깊이 뉘우치는 뜻에서 다 시인하는게 어떠냐"고 다그쳤다.

그는 "선거기간에 '돈선거' 소문이 나돌았는데 결국 발각되지 않았느냐. 혹시 재수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냐"고 반문했으며, 특히 "토론회에선 거창한 얘기를 많이 해놓고는 나오면 또…. 너무 허무하다"며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허 후보 부인, 남편에 강심제 건네

○…이날 영장실질심사는 오전 10시10분께 시작됐으나 허후보 부인 이모씨는 일찌감치 법정에 도착, 남편을 기다렸다. 아들도 자리를 같이했다.

이씨는 남편 바로 뒷좌석에 앉아 귀엣말로 얘기를 주고받거나 간간이 눈물을 훔쳐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특히 이씨는 실질심사가 임박하자 강심제를 건네며 남편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부 후보에 대한 실질심사에선 통상적인 '부조금'의 액수를 놓고 설전이 오갔다.

모 학교 교장에게 건넨 부조금의 '선거관련성'을 묻는 검사에게 부 후보는 "과도한 것은 알지만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통상 부조금은 어느정도 하느냐는 질문에는 "3만~5만원 정도 한다"고 답변했다.

부 후보는 검사가 학운위원 명단을 보관한 목적을 묻자 "선거인 명단 정도는 알아야 하기 때문에 조금씩 비공개적으로 아는 사람을 통해 수합했지만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판단, 거의 활용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그는 또 감귤·화장품등 금품을 돌린 혐의와 관련 "(다른 것은 몰라도) 밀감은 내가 이웃 등과 나눠먹은 것"이라고 말했다.

'화요일에 만난 사람'? 아니면 '화장품'?

검사가 부 후보 부인 수첩에 기록된 '화' '선' '생'이란 글자에 대해 "부인은 경찰에서 '화요일에 만난 사람' '선거전에 만난 사람' '살아있는(生) 사람' 이라고 진술했지만 '화장품' '선물' '생선'을 돌린 증거가 아니냐. 학운위원 명단에도 똑같은 글자가 있다. 부인과 상의한게 아니냐"고 따지자 부 후보는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부 후보는 결선투표때 쓰려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1억2000여만원에 대해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졌다.

"결선투표와 자녀 유학에 대비해 임모씨로부터 빌렸다"고 출처와 용처를 밝힌 그는 "사람들은 내가 '1차투표에서도 안된 사람이 어떻게 결선까지 가느냐'고 하겠지만 평소 이미지로는 될수 있을 것 같았고 그래서 준비금으로 마련했다"고 말했다.

"현직교사인 집사람, 독자적 처리능력 있다"

○…부 후보는 변호인신문에서 더욱 강하게 혐의를 부인했다.

물품 등을 건넨게 부 후보와 직접적 관계가 없지 않느냐는 뜻으로 변호인이 "현직교사인 부인이 독자적인 '처리능력' 이 있죠?"라고 묻자 그는 "예. 집사람은 교단에 30년이상 몸담았다"고 답변했다.

부 후보는 또 일부 선거인들과의 접촉 혐의에 대해선 "바다·자연에 대한 얘기만 했지 선거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고 소속 교사들에 대한 선거운동 강요 여부에 대해선 "그럴 수 있는 사항이 아니"고 응수했다.

○…부 후보는 지난해 2~3월께 선거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판사가 그 이유를 묻자 '교육적 신념과 함께 제주교육의 선진화를 이루고 싶었고 내가 가진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받고도 싶었다"며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돈을 몇억 썼느냐는 질문에 "5000만원 내외 정도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변한 뒤 "결국 제도적 한계를 벗어나게 돼 죄책감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평소 형제간 돈거래 없었다" 금품살포 부인

○…허경운 후보는 검사신문에서 다량의 금품살포 혐의로 구속된 친동생과 금품살포 계획을 논의하거나 직접 뿌린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사가 "경찰 조서에는 동생으로부터 '지지표가 이탈하는데 돈을 써야겠다'는 말을 듣고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나와있는데 맞냐"고 묻자 "진술을 그렇게 했는지 글쎄 기억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는 특히 "돈을 어떻게 쓸 것인지 동생과는 전혀 대화를 안했다. 본래 형제간에 돈거래도 없었다"고 말했다.

허 후보는 그러나 검찰신문 와중에 "(지지표 이탈에 대한) 대안이라면 돈 아닙니까"라고 말해 검사로부터 "무슨 뜻이냐. 돈을 썼다는 얘기냐"는 질문을 받게되자 "경제적 여력이 없어 걱정만 했다는 뜻"이라고 꼬리를 내렸다.

그는 선거자금과 관련 "월급중 가정에 보태고 남은 돈과 친척·동창의 도움으로 3560만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진술 번복 않겠다" "자백으로 볼수 있나?"

○…허 후보의 변호인은 허 후보가 경찰에서처럼 혐의를 순순히 인정하고 있다며 시종 일관 선처를 호소했다. 변호인은 허 후보에게 "앞으로 다툴(진술을 번복할)일이 없느냐"고 질문해 "그렇게하겠다"는 답변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허 후보 역시 급기야 "300만원을 빌려준 것을 빼곤 다 인정하겠다. 그렇게 하라면 하겠다"고 마음을 완전히 비운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검사는 "경찰에선 혐의를 대부분 시인해놓고 여기선 '다 뒤집어쓰겠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진술이 틀리다. 이것을 자백으로 볼수 있느냐"고 반문했고 판사는 "동생일은 몰랐어도 그것까지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뜻인지, 아니면 묵인하겠다는 뜻인지 모르겠다"고 정확한 의사를 물었다.

이에대해 허 후보는 "동생의 그런 행위를 말리지 못한 것도 결국은 내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난 64년 교직에 몸담은후 지금까지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한점 부끄럼없는 자세로 일해왔다"고 회고한 뒤 "이 때문에 이번 일도 내 스스로 용서가 안돼 공직 사퇴의사를 밝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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