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이 밝힌 교육감선거 비용 총액은 "고작 2억뿐"

입을 맞췄나? 1억원 넘게 부른 후보가 없다. 4명 다 합해도 2억원을 넘지 않는다.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하나같이 이번 선거에 지출한 돈이 수천만원대라고 밝혀 의구심을 낳고 있다. 20여일째 이 사건에 매달리고 있는 경찰은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항간에 나돌던 '수십억 살포설'은 부풀려도 한참 부풀린 얘기가 된다. 그러나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수억원설에도 입이 벌어졌던 도민들이 이번에는 후보들이 밝힌 선거자금 규모에 또다시 입을 다물지 못할 판이다. 너무 적어서다.

후보들의 '고백'은 법정에서 나왔다.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자리였다.

먼저 오남두 당선자. 그는 이번 교육감선거에서 돈을 얼마쯤 썼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대해 "5000만원 가량 쓴 것 같다"고 답변했다. 차량 유지, 홍보자료 인쇄 등 등에 이 돈을 썼다고 진술했다. 일부 금품·향응 제공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봐선 여기에 든 돈도 5000만원에 포함된 것 같다.

노상준 후보는 운전기사 월급가 차량 유지비, 자신의 용돈 등등 해서 6000만~7000만원 가량 썼다고 했다. 노 후보는 "우리 집에 그 정도 돈은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말했다.

장오감삼 보다도 적게 쓴 교육감 선거비용

부희식 후보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얼마를 썼느냐"고 판사가 묻자 그는 처음엔 "계산을 안해봐서 모르겠다"고 했다가 다시 "몇억쯤 되느냐"는 질문에 "억대는 아니"라고 답변했다. "그럼 얼마냐"가 재차 묻자 "5000만원 내외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밝힌 내용만을 놓고 볼 때 액수는 허경운 후보가 제일 적다. 그는 "보수로 받은 것중 가정살림에 보탠 나머지와 친척·동창의 부조금을 합해 3500여만원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이쯤되면 수억원은 고사하고 교육계에 유행처럼 떠도는 '장오감삼(長五監三 : 교장이 되려면 5000만원을 써야하고 교감이 되려면 3000만원을 써야한다)'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경찰조서로만 보면 이들은 오히려 스스로 액수를 부풀려 말한 셈이 된다. 금품과 물품, 향응을 합쳐 오 당선자는 1325만원, 노 후보는 600여만원, 부 후보는 1057만원, 허 후보는 661만원 어치를 살포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법정에서 이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방청객은 없어보였다. 항간의 소문이 아니더라도 압수된 금품만 1억원을 훌쩍 넘어섰고 수천, 수억원대의 거래내역이 속속 포착되고 있기 때문.

또 이번 선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학운위원이 얼마되지 않는 것도 이들의 말을 의심케한다. 특히 많은 학운위원이 4명의 후보 한테서 금품을 받거나 수차례나 향응을 제공받았다.

조서상의 내용 역시 경찰이 "확인된 혐의만 밝히겠다"는 전제로 공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경찰이 압수한 금품만 1억4376만원이다. 오죽했으면 압수수색에 나선 경찰이 "돈을 세다 날 새는줄 알았다"고 했을까. 채 뿌려지진 않았지만 후보 중 한명이 "결선투표때 쓰기위해 보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해서 이게 선거자금이 아닐순 없다.

산술적으로 유권자 모두에게 1인당 50만원 상당의 금품(향응·선물 포함)이 건네졌다고 가정하면 후보 1명이 뿌린 금품은 9억5000여만원에 달한다. 후보 4명을 모두 합치면 그 규모가 40억원에 육박한다. 후보들이 전체 유권자들의 절반에게만 금품공세를 폈다 하더라도 후보당 최소 수억원씩 썼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굳이 복잡한 셈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이들의 말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정말 2억원 밖에 쓰지 않았다면 앞으로 모든 선거는 11대 교육감 선거를 본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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