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으론 첫 개인전 갖는 고승철 작가
현실의 압박 느끼는 인물들...사회적 의미 드러내

▲ 고승철 作, '도심(보이지 않는 틀)' ⓒ제주의소리

그림 속 인물들은 온갖 인상을 쓰며 목을 옥죄는 넥타이를 못 견뎌한다. 당장이라도 끊고 싶지만 결코 성공 못한다.

고승철 작가 자신이면서 현실에 막혀 꿈을 펼치지 못하는 같은 세대 작가지망생들의 자화상이다.

그가 제주지역 대학생으로선 첫 개인전을 열었다. 주제는 '도심(보이지 않는 틀)'이다.

‘도심’ 작업을 처음 시작한 것이 지난해 이맘때쯤. 여름방학이 되자 하루 4시간만 자고 학비를 벌어야 하는 아르바이트 생활이 시작됐다. 그림 작업을 멈출 수 없던 그는 어느 순간 거울에 비친 모습 속에서 보이지 않는 어떤 틀이 자신을 옥죄고 있다고 느꼈다.

고 작가가 밤 늦도록 학교 작업실에서 그림 그리다 경비원에게 쫓겨났다는 일화는 학내에서 유명하다. 쉬는 시간에도 자리에서 일어날 줄 모른다고 한다.

작가는 “내가 주로 다루는 보이지 않는 틀은 ‘사회’”라고 말했다. “사회를 벗어나지도 뿌리치지도 못하는, 자유를 갈망하지만 얻지 못하는 나를 비롯한 현대인의 속마음을 캔버스를 통해 말하고 싶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도심’은 그렇게 탄생했다.

제주지역 내 미술학과 학생 10명중 두세명만이 작가의 길을 선택한다. 그만큼 지역에서 작가로 활동하기란 쉽지않다. 개인전은 '하늘에 별따기' 같은 일이다.

▲ 첫 개인전을 연 고승철 작가. ⓒ제주의소리
고 작가의 이번 개인전도 혼자 힘이 아니다. 선배 화가이기도 한 강명순 관장이 운영하는 연갤러리가 신진청년작가 기획전을 공모하면서 성사됐다.

연갤러리 송정은 실장은 “학생이어서 떨어질 수도 있었지만, 작품을 보고는 선정할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고 작가는“첫 개인전에 걸린 제 그림을 보고 10분간을 뿌듯했지만 그 다음부터는 당장 떼 버리고 싶었다"면서 "개인전이어서 주제를 일관되게 하느라 다른 작품은 할 수 없어 괴롭기도 했다. 어서 다른 그림들을 그리고 싶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그림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들이 작가의 길과 생업을 두고 고민하다 대부분 전공과 다른 일을 선택하고 있는 현실. 그의 도약은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그는 동료 대학생들의 부러움이자 하나의 상징적인 의미가 됐다.

또 다른 그를 만들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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