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생이 김홍구, 오름속으로] 오름몽생이새별오름-이달오름-이달촛대오름

노란갯취가  새별오름을  감싸안고 있다.  어느새 새별오름은 갯취의 군락지가 되고 있는가 보다.  벌과 나비가 갯취의 향내음에 취해 날아든다.  새별오름과 갯취의 조화가 아름답게 보인다.  이러한 오름의 향기에 취해 오름에 오르는 나 자신을 느껴본다.

▲ 새별오름과 갯취 ⓒ김홍구

▲ 갯취 ⓒ김홍구

▲ 갯취 ⓒ김홍구

▲ 갯취 ⓒ김홍구

어제까지 비가 내려서 오늘은 깨끗한 날씨를 기대했는데 생각만큼 맑지가 않다. 새별오름은 일반인에게는 정월대보름 들불축제로 많이 알려져 있다.  매년 개최되는 정월대보름 들불축제는 새해 첫 대보름날을 맞아 드넓은 목야지에 큰 불을 놓아 무사안녕과 풍년을 기원하고, 인간과 자연의 하나됨 속에 무한한 행복과 복을 염원하는 축제이다.

옛날 목축업이 성행했던 제주에는 주민들의 생업수단으로 목야지에 불을 놓는 풍속이 있었다. 불을 놓고 나면  목야지가 깨끗해지고, 진드기등 병충해가 없어질 뿐 아니라 불탄 잡풀은 재가 되어 그 해의 목초를 연하고, 부드럽고, 맛을 좋게 해 소와 말들을 살찌운다.  이처럼 목축의 번성을 의해 행해졌던 풍속을 요즘 시대에 맞게  연출한 것이  정월대보름 들불축제이다. 정월대보름 들불축제의  최고는 새별오름에 불을 놓아 불바다의 대장관을 연출하는 것이다.

▲ 새별오름과 관광객 ⓒ김홍구

오름으로 오르는 길은 생각보다는 가파르다.  표고 519.3m, 비고119m 이며 저녁하늘에 샛별과 같이 혼자 서 있다하여 새별오름이라 부른다. 새별오름은 5개의 봉우리로 이어진 능선을 가지고 있다.  평화로에서 볼때  새별오름과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는 새별오름은 사뭇 모양새가 다르다.  대부분 오름의 특징이기도 하다.   새별오름은 2개의 말굽형 굼부리를 가진 복합형 분화구이다. 

▲ 새별오름 ⓒ김홍구

▲ 새별오름 ⓒ김홍구

▲ 새별오름-이달오름-이달촛대오름 ⓒ김홍구

새별오름 정상에 표지석이 서있다.  관광객에는 정보를 주는 역할도 하겠지만 꼭 정상에 세워야만 하는가하는 의구심도 든다.  일제강점기때 일본이 대한민국의 정기를 말살하려 산마다 쇠말뚝을 박아 놓는 듯한 느낌도 들고  고유한 오름의 경관에도 좋지 않은 것 같다.  입구에 표지석과 그에  따른 설명으로 충분한데 굳이 정상에다 세울 필요가 있었을까.

▲ 새별오름 정상의 표지석 ⓒ김홍구

정상에 오르면 사방팔방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야가 좋지 않지만 구름에 가려진 한라산 방향으로 큰,족은바리메오름과 다래오름,괴오름, 북돌아진오름, 폭낭오름이 보이고 왕이메,고수치, 돔박이오름도 보인다.

▲ 한라산 방향 ⓒ김홍구

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가까이에 이달오름과 이달촛대오름 그리고 저멀리에 감낭오름, 원물오름, 당오름, 도너리오름, 정물오름, 금오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이러한 풍경은 하늘길로 이어지는 새별오름에서의 특권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해넘이는 어느곳 못지않게 아름답다.  가을에 와서 해넘이를 볼 수 있다면 저녁 노을빛에 빨갛게 물들어 가는 억새의 춤사위는 들불축제 못지 않게 장관을 이룬다.  하지만 지금은 비구름이 물러가는 하늘을 배경삼은 새별오름에서 고운 자연의 숨결이 느껴진다.  
               

▲ 한라산 방향 ⓒ김홍구

▲ 이달오름 방향 ⓒ김홍구

새별오름일대는 목호(牧胡)의 난 당시 최대의 격전장이었다.  목호는 고려때 제주에서 말을 기르던 몽고인을 뜻하는데  역사적인 배경을 보자면 삼별초가 패배한 후 제주는 실질적인 원나라 지배하에 들어간다.  후에 목마장(牧馬場)을 설치하여 목호를 보내어 소나 말등을 기르게 하였는데 1294년(충렬왕 20) 탐라가 고려에 반환되면서 탐라의 이름은 제주로 바뀌었으며 고려의 관리들이 제주를 다스리게  되었다. 이러한 와중에 1372년(공민왕 21) 고려는 명나라와 우호관계를 맺고 제주의 말을 명나라에 보내기 위해 제주의 말을 징발하는데 목호들은 원나라의 적인 명나라에 말을 보낼 수 없다하며 1374년에 일으킨 난이 목호의 난이다. 

새별오름에서 내려다 보이는 광활한 벌판이 어름비벌판이다.  고려에서 최영장군을 전함 314척, 군사 2만5천여명을 보내어난을 평정하도록 하는데 명월포로 상륙한 최영장군의 군사는 금오름과 새별오름으로 이어지는 최대의 격전장 어름비벌판에서 피비린내나는 전투가 계속 되었고  목호들은 법화사를 거쳐 서귀포 범섬에서 최후를 맞는다.  이로써 제주는 몽고의 실질적인 지배에서 벗어나게 된다.   한림에서 새별오름에  이르는 광활한 어름비벌판에서 싸운 전투는 "칼과 방패가 하늘을 덮었고 간과 뇌가 들판을 덮었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치열한  것이었다.

역사를 뒤로 하고 새별오름은 하늘아래 땅위에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들꽃을  피우고 생명을 만들며 사람과 어우러져 멋스러움을 자랑하고 있다.

▲ 새별오름 넘어 ⓒ김홍구

발길을 돌려 서쪽에 위치한 이달오름과 이달촛대오름으로 향한다.  이제 초여름은 진한 녹새으로 다가오고 풀위를 걷는 자취는 한결 가볍다.   아름다운 이달오름의 모습에 잠시 눈길을  준다.  마치 여인의 가슴처럼 느껴지는 오름이다. 

▲ 이달오름-새별오름 ⓒ김홍구

이달오름은 표고 488.7m,  비고 119m이다.  두개의 높은 봉우리란 뜻을 가진 이름이며 옆의 이달촛대오름과 쌍둥이같은 화산체이다.  오르는 길에 갯취꽃에 벌이 날아들고 나비 한쌍이 사랑을 나누고 있다.  오르다 뒤돌아 보면 새별오름의 다른 모습이 눈에 들어 온다.  오름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 이채롭기만  하다.
                                            

▲ 이달오름-이달촛대오름 ⓒ김홍구

▲ 벌과 갯취 ⓒ김홍구

▲ 나비 ⓒ김홍구

가끔 오름에 오르다 신경이 거슬리는 것이 있다.  고무매트를 깔아 놓은 구간에서 고무냄새가 심하게 난다는 것이다.  오름에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가슴에 아름다운 풍광을 간직하려 오름에 오르려다 역한 냄새에 코를 막곤 한다.  숨을 헐떡거리며 오르는 사람들에게 냄새를 맞지 않기 위해 숨을 참는 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제주의 환경에도 좋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 새별오름 ⓒ김홍구

정상에서 바라보는 이달촛대오름이 앙증맞다. 이달촛대오름으로 향하는 길에 금오름과 누운오름, 가메오름이 한눈에 들어 온다.  금오름의 위용과 누운오름, 가메오름이 나즈막하면서도 정겹다.  발가는데로 가는것이 오름트레킹이지만 정겨운 오름에 몸을 맡기게 된다. 옆지기와 같이 도란도란 웃으며 자연과 벗하며 초여름의 오름을  느껴본다.
                            

▲ 고무매트 ⓒ김홍구

▲ 이달촛대오름 ⓒ김홍구

이달촛대오름은 표고 456m, 비고 86m 이다.  봉긋 솟아 오른 모습을 보고  촛대에 비유하여 부르고 있다.  벌이 꽃을 찾고 정상에서 바라보는 이달오름자락너머 새별오름과  큰바리메,  금오름과 비양도, 애월읍의 오름들이 희미하지만 어렴풋이 들어온다.

▲ 금오름-누운오름-가메오름 ⓒ김홍구

▲ 벌 ⓒ김홍구

오름을 한바퀴 돌아 이달오름과 새별오름의 사잇길로 내려오며 오름이 있는 제주에 살고 있다는 것이 오름몽생이에게 얼마나 큰 행복이라는것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새별오름 자락에서 풀을 뜯고 있는 어린노루처럼 오름에 오르려는 사람에게 자연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권하고 싶다.

▲ 큰바리메오름과 새별오름 ⓒ김홍구

▲ 노루 ⓒ김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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