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스님의 편지] 꼴등으로 살면 안 되겠습니까

▲ 길 위의 사람들 ⓒ제주의소리

지금 이대로 계속 가면 어디가 나올까.
길을 잘 못 들어선 것은 아닐까.
바람을 거슬러도 보고
바람을 따라도 봅니다.
그래도 결국 익숙해진 지금의 길
그 끝을 보기 위해 걷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매일 매순간 선택을 하며 살아갑니다.
알 수 없는 미래 앞에
신을 찾기도 하고
불안으로 떨기도 하고
기대와 희망을 걸기도 합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어렸을 적에는 기대와 용기 쪽이었다면
이 순간에는 조바심과 걱정이 앞서 있습니다.

그러기에 무엇이라도 하고 있어야 합니다.
어쩌다 시간이 나서 쉬는 날에도
무엇인가를 향해 움직입니다.
생각을 혹사하고 몸을 굴려 쉽니다.

▲ 길 ⓒ제주의소리

좀 나태하고 게으르게 살면 안 되겠습니까.
갖고 있는 능력 다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까.
2등 3등으로, 아니 꼴등으로 살면 안 되겠습니까.
혹 알 수 있습니까.
앞서가는 이가 기준이 되지 않고
한 걸음 뒤처져 가는 이의 삶이 의미 있는 것이라면
우리 삶의 비용이 훨씬 줄어들지 않겠습니까.
만나는 이마다 반갑지 않겠습니까.

▲ 오성 스님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바라는 것도 그리 대단한 것은 없잖아요.
한 생각 내려놓고 빈둥거림이 익숙해지면
차츰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나
내가 무엇을 하지 않아도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진정 내가 감사해야하고 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또렷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그리고 잠들었던 상상력은 깨어나
파란하늘을 유영할 것입니다.

<제주의 소리  / 오성스님 글.사진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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