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사랑의 사진·편지 공모전 수상작

사랑하는 나의 친구들에게

 안녕, 나의 친구들아.

난 우리 친구들에게 인생에 봄이 될 수 있는 따뜻한 말을 건네주고 싶은 25살 언니란다.

 봄 냄새가 물씬 풍기는 5월이 돌아왔어. 너희들도 봄기운을 받으며 5월의 푸르름을 만끽하고 있니? 나도 가끔은 내 자신에게 닥친 불행과 고통으로 주위를 돌아보고 느낄 시간이 없을 때도 많았어.

 언니도 어릴 적부터 가정불화로 고통을 겪어왔어. 아버지가 나와 식구들에게 상처가 되는 말과 행동을 할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고 속으로 고통을 삭혀야했어. 그래서 나에게는 보이지 않는 큰 상처가 생겼단다. 내가 의도한 것도, 자초한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이런 고통 속에 휩싸여야 되는지 의문도 되고 말이야. 어렸을 때의 나는 아주 작은 꼬마여서 어머니와 동생을 보호해 줄 수도, 다독여 줄 수도 없었지. 그래서 항상 무기력하고 그런 내 모습이 너무 싫었단다. 또한 나는 외부로 우리 가족의 모습을 감추고만 싶었어. 화기애애한 화목한 가족들을 보면 너무 부러웠고... 그럴수록 나는 더욱더 나와 내 가족의 모습을 꽁꽁 감추었어.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무것도 없었고, 내게 돌아온 것은 항상 감추려는 습관, 완벽하려는 성향뿐이었지. 중, 고등학교 때에도 아버지의 폭력은 나날이 심해져서 학교를 가기조차 힘들었었어. 하지만 막상 학교에 가면 친구들 앞에서는 아무 일도 없는 척 웃으며 지냈던 기억이 나. 내 속은 너무 아픈데, 아프다는 내색을 못해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 이러한 감추려는 성향이 나중에는 완벽해지려는 성향으로 변하게 됐어. 완벽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은 좋았지만 내 기준에 맞춰 완벽하지 못할 때 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서 힘이 들었단다. 내 머리는 조금만 쉬어가자고 생각해도 행동과 몸은 완벽을 향해 가고 있었어.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항상 힘들었고, 내 자신에겐 항상 여유를 주기보다는 상처를 주었던 것 같아. 지금도 완벽하고 감추려는 나의 모습과 가정폭력은 크게 달라진 게 없어.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 성인이 된 지금 느낀 것이 있다면 ‘차가운 불행 안에 나를 가둘 필요는 없다’는 거야.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많지만 처음보다 약해진 내 내면이 조금씩 강해지는 걸 느끼고 있단다. 예전에 나는 불행이 닥치면 불행 안에 나를 가두기에 급급했어. 그래서 그때는 그런 현실을 인정할 수 없어서 부인하려고 하고, 너무 힘들어서 감당할 수 없이 고통스러웠지. 하지만 불행에서 조금씩 빠져나와 내 마음을 비워보니 조금은 안정이 되더라.

처음보다 불행이 조금씩 줄어드는 느낌이야. 너희들이 지금 어떤 문제에 계속 빠져서 문제에만 연연하고 벗어나지 못한다면 나는 너희들의 꿈을 떠올렸으면 좋겠어. 꿈에 대한 목표와 계획이 생긴다면 조금은 불행이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거든, 고통과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너희들 안에 자라고 있는 푸른 씨앗이라고 생각해. 푸른 씨앗이란 곧 나의 꿈이며 나의 의지란다. 자연에도 사계절이 있듯이 우리 인생에도 사계절이 있더라. 하지만 불행과 시련에만 안주하게 되면 우리는 한 계절에만 머물러 사는 인생밖에 될 수가 없어. 고통과 고난이 있는 혹독한 겨울의 시간이 지나면 너희들에게도 따뜻하고 찬란한 봄의 시간이 찾아올거야.

 내 안의 푸른 씨앗을 위해 노력하고 밝은 사람이 되기를 바랄게. 잘 지내고 건강하렴. 파이팅!

너희를 사랑하는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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