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립미술관 1주년 특별기획전 '조우'
'올레'서 영감받아 '느리게 보기' 주제 기획

국내외 작가들의 제주와 교감한 작품들이 선보인다.

제주도립미술관 1주년을 기념해 제주도 출신 독립큐레이터인 양은희 씨가 기획한 ‘조우’에서다.

▲ 루실 베르트랑의 작품(위)과 패트리샤 레이튼의 '중정심'(아래). ⓒ제주의소리
양 씨는 조우의 영어 제목인 ‘Close Encouter’가 우연한 기회에 가까이 마주하게 된 어떤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벨기에, 중국, 서울 등 세계 각지에서 날아온 작가들이 마주친 제주는 어떤 영감을 가져다 주었을까?

제주올레에서 영감을 받은 전체 전시의 흐름은 낯익은 것들을 느리게 보기에서 시작된다. 올레가 전하는 미학 그대로다.

느리게 걷기는 느리게 보기로 또 그것은 스쳐 지나갔던 낯익은 것들을 낯설게 만들었던 올레에서의 경험처럼 말이다.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 패트리샤 레이튼의 ‘중정-심(心)’은 제주 잔디로 뒤덮인 방사형의 네 면이 마치 토성처럼 도립미술관의 중정(가운데 정원)에 묵직히 자리잡고 있다. 사면이 유리로 돼 있는 미술관 복도를 따라 360도 회전하며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게 돼 있다. 장식과 색이 단순화된 미니멀한 형태를 지닌다. 루실은 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대지미술 작가다.

#제주와 교감한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 '눈길'

자연의 특성을 작품에 반영하는 미국 출신 델 가이스트는 독일, 영국, 불가리아, 파푸아뉴기니 등 세계 각지의 공공장소와 조각공원에서 작업하고 있다. 주로 돌을 재료로 사용하는 델은 이번 제주 작업에서 제주의 현무암을 발굴해 ‘제주를 지키는 파수꾼’을 형상화하게 된다.

프랑스 출신의 루실 베르트랑의 ‘아주 느린 손길’도 눈길을 끈다. 양은희 큐레이터에 따르면 전시 기획 초기 제안서는 현재 준비중인 작업과 전혀 달랐다. 작품 방향을 바꾼 것은 그녀가 직접 발닿은 제주의 깊은 인상이었다. 수풀과 산등성이의 독특한 무덤에 영감을 받고는 작품 제안서가 전면 수정됐고 곧바로 주변의 나뭇가지와 돌들을 공수하기 시작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겸손한 재료’라는 게 양은희 큐레이터의 설명.

▲ 이중근 작가가 작업중인 도립미술관에 설치된 정방폭포의 모습.  ⓒ제주의소리
사진과 디지털 기술의 사용에 능력을 보이는 이중근 작가가 해석한 제주 정방폭포는 미술관의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수놓았다. 장소 특수적인 이 작품은 멀리서는 폭포수를 쏟아내듯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폭포는 어지러이 사라지고 만다.

#제주 작가도 다수 참가...1주년 기념 '심포지엄'도

제주도 작가들도 다수 참여했다.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거문오름을 주로 그려온 김연숙 작가를 비롯해 투명한 유리 위에 그린 그림을 겹쳐 독특한 도시의 풍경을 선사하고 있는 홍다슬 작가 등이다.

회화부터 설치미술, 영상까지 다양한 표현방식 속에서도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기조는 제주가 준 영감인 느림과 그 곁을 빠르게 스쳐가는 현대인들에 대한 우려섞인 시선이다.

대다수 제주에서 직접 영감을 받은 작품들이지만, 이 외에도 동양적 문화와 자연, 새로운 테크놀로지 등과의 ‘마주침-조우’를 주제로 한 작업들이 ‘올레길’을 이어간다.

양은희 큐레이터는 “올레가 추구하는 느림이 인간성을 되돌아보는 장치라고 할 때 이는 이미 예술가들이 오래전부터 실천해 오던 것”이라며 “예술과 느리게 걷기의 미학은 자연스럽게 만날 것”이라고 제주도민을 전시에 초대했다.

전시는 26일부터 시작해 ‘1부 낯익은 것들-느리게 보기’는 8월 29일까지 ‘2부 낯익어 가는 것들’은 9월 26일까지 진행된다.

26일 전시개막일에는 오후 3시부터 ‘1주년 개관기념 심포지엄’도 열릴 예정이다. 발제내용은 △윤진섭 한국미술평론가협회 부회장의 ‘국제화시대 지역 미술관의 활성화 방안과 전망’ △김미진 예술의 전당 전시감독의 ‘지역 미술관의 정체성 확립 및 발전방안’ △장민한 서울시립미술관 전시관장의 ‘모더니즘 이후 시대의 미술관의 역할’ △윤익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의 ‘문화중심도시의 전진기지’다.

문의=064-710-4265.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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