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여성농민회원 80여명, FTA저지 상경투쟁

"작년말부터 오늘로 벌써 세 번째입니다. 작년부터 FTA 비준 저지를 위해 싸워왔습니다. 오늘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오늘만 저지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있는 힘을 다해 싸워나갑시다" (김미랑 여성농민회 제주도연합회장)

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 동의안 처리절차를 밟게 될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국회비준 저지를 위해 전농제주도연맹과 여성농민회 제주도연합 회원 80여명이 9일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있게 될 전국농민대회 참석 차 제주를 떠났다.

전농제주도연맹 이태권 회장과 여성농민회 제주도연합 김미랑 회장 등 농민회원 80여명은 이날 오전10시 제주공항 3층 대합실에서 출정기자회견을 갖고 한·칠레 FTA 국회비준 저지를 천명했다.

이들은 이태권 의장이 낭독한 성명을 통해 "노무현 정권과 보수언론, 국회의원들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칠레와 협정을 맺지 못하면 국제 통상무대에서 외톨이가 되고 통상이익이 크게 훼손된다는 억지 논리로 국민을 우롱하면서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마지막 비준처리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농민들은 그동안 어떠한 탄압과 회유, 협박에도 굴함이 없이 한·칠레 FTA 비준저지를 위해 완강한 투쟁을 벌여 왔으며, 민족농업을 외세에 팔아먹으려는 매국노에 맞서 거리시위와 당사점거, 대규모 상경투쟁 등 시간과 조건을 가리지 않고 밤낮없는 투쟁을 전개했으며, 농촌현장에서 일한 것 보다 길거리에서 투쟁하는 날이 더 많을 정도의 처절한 싸움을 전개해 왔다"고 말해 한·칠레 FTA 비준저지투쟁에 농업과 농촌경제, 농민의 운명이 달려있음을 애절하게 호소했다.

전농 회원들은 "지금까지 셀 수 없을 정도의 상경투쟁을 전개했지만 오늘의 투쟁은 16대 마지막 국회비준처리여서 의미가 남다르다"면서 "이제는 농민만의 외로운 투쟁을 전개하고 있지 않으며,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우리 농민들의 정당한 요구에 동조하는 성명서와 기자회견을 발표하고 있으며, 급기야 일부 국회의원들은 비준저지를 위한 단식농성에 들어감으로써 한·칠레 FTA 국회비준 저지가 전 국민의 뜻으로 모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과 정당은 국민의 뜻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전제한 후 "오늘 국회비준 처리에 농민과 국민의 요구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한치의 흔들림 없이 비준반대를 위한 자기의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라며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다가오는 4.15총선에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며 FTA 비준 동의안에 찬성하는 국회의원에 대한 낙선 투쟁을 벌일 것임을 밝혔다.

전농과 여성농민회원들은 이날 오후2시 여의도 문화마당 일대에서 펼쳐질 '한·칠레 FTA 국회비준 저지 전국농민대회'에 참석, 제주농민들의 의지를 천명할 예정이다.

한편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이라크 추가파병 동의안과 함께 한·칠레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박관용 국회의장이 "농촌의원들이 FTA 비준안 표결을 저지할 경우 경호권을 발동해 강행 처리하겠다"는 밝혔으나 농촌의원들은 실력으로 표결을 막을 태세여서 물리적 충돌이 예상된다.

한·칠레 FTA 비준안에 대해 한나라당 지도부는 찬성 입장을 정리했으나 농촌출신 의원들이 표결저지 뜻을 밝히고 있으며, 민주당은 기명 자유투표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무현 정권의 정신적 여당임을 자처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은 FTA 비준안 찬성을 당론으로 정한 바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