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 스님의 편지] “희생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가 있어야”

삶의 길에는 늘 선택이 놓여 있습니다.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이것과 저것이라는 선을 긋고
취해야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분별합니다.

▲ 생명 ⓒ제주의소리 / 사진=오성 스님

요즘은 장마철이라
마당에 풀 뽑기가 좋습니다.
얼마나 풀이 잘 자라는지.
도구를 빌릴 것도 없이
길게 자란 풀의 밑동을 잡고 팔뚝에 힘을 주면
가슴속 찌꺼기로 남아있던 번민마저 딸려서 쑥 뽑히는 듯합니다.

▲ 경계 ⓒ제주의소리 / 사진=오성 스님

그렇게 풀을 뽑다보니 마당에 경계가 생겼습니다.
잔디가 나있는 곳과 휘휘한 곳으로
뽑아야할 것과 가꿔야할 것

▲ 오성 스님
차이와 그 기준은 어디에 있을까요?
풀에게도 잔디에게도 있는 게 아니라
뽑는 이의 필요에 따른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풀에 원망하고 화를 냅니다.

이렇듯 모든 살아있는 존재는
다른 삶의 희생을 통해 살아갑니다.
삶의 평화는 어떻게 올까요.
내 욕구에 따른 필요를 절제하고
내 노동으로 흘러내리는 땀의 대가만큼 취사하는데서…
그 바탕에는 희생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가 있어야 하고
매일 참회와 기도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글.그림=오성스님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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