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스님의 편지] 함안 성산산성 고려 연꽃은…

▲ 연지 ⓒ제주의소리 / 사진=오성 스님

경남 함안 성산산성
7백년 잠들었던 고려의 혼 깨워
한 서린 하얀 넋 피어나고
못 다한 붉은 설움 토해냅니다.
수장된 진실을 알고 있는
생명의 전설을 간직한 연꽃
화장세계에
사바세계에
다리를 놓아 피었습니다.

▲ ⓒ제주의소리 / 사진=오성 스님

잃어버린 하나의 고국
지금 나는
저 잠들었던 세월만큼의 거리를 두고
이국에 있는 듯 합니다.
UFO를 쏘아 올려 우주와 소통을 바라며
내 소망보다 더 높은 두 조국의 철망
그 보다 더 높은 너와 나의 장벽
내 욕심 채우려 쌓았습니다.

▲ 오성 스님
진흙 밭 저 깊숙이 뿌리박은
처염상정處染常淨한 연꽃
나는 탈을 벗어 나에게로 돌아가고
너는 그림자를 지워 너에게로 돌아가
너는 나의 외로움이 되고
나는 너의 그리움이 됩니다.
그리하여
한 고국의 자손임을
너는 나의 뿌리임을
나는 너의 꽃임을
일깨웁니다.

하늘 햇살에 천년의 미소를 지으며
오래토록 가슴에 묻어둔 연꽃의 전설 
시간의 다리를 넘어 심장의 귀로 듣습니다.

<글.사진=오성스님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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