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지사, 정무부지사, 그리고 여성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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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현 칼럼] 제주특별자치도 부지사의 어제와 내일

  제주특별자치도는 도지사 밑에 행정부지사와 환경부지사를 두고 있다. 통상 광역지방자치단체인 도의 경우 행정부지사는 중앙정부의 고위관료 가운데서 발탁되지만, 정무부지사는 지역 사회의 인사로 임명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제주의 경우는 정무부지사 대신에 환경부지사 이름으로 그 위상과 역할이 남다르다는 데서 특별자치의 한 특성을 보이고 있다.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전국에서 처음 도입된 환경부지사는 직급이 정무직이긴 하나 이전까지의 정무부지사와는 달리 그 역할이 크다. 이는 제주특별자치의 가능성을 높이는 데 환경부지사를 적극 활용하도록 한 취지의 것이었다. 부지사 이름 앞에 특별히 ‘환경’을 붙인 것을 보면, 그만큼 제주특별자치의 구상이 남다른 것임을 추론할 수 있다. 실제 환경부지사는 기존의 정무 기능에 덧붙여 국제자유도시추진국, 청정환경국, 친환경농축산국, 도시건설본부, 해양수산본부까지 맡게 되었는데, 이는 개발 중심의 정통적 관료적 마인드가 아닌 친환경을 십분 고려해야 할 것이라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고 볼 것이다.

  그러나 지난 4년에 걸친 제주특별자치도 환경부지사의 행보는 ‘환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지난 4년의 제주도정을 돌아보면 모두가 열심히 애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여전하다. 그래서 시-군을 없애고 도에 권한을 집중할 요량의 특별자치였다면, 기존의 행정부지사와 정무부지사에 이어 추가로 환경부지사를 하나 덧붙이는 게 ‘특별한’ 도정 운용에 더 부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하여 중앙정부에서 오는 행정부지사, 제주지역 사정을 잘 아는 정무부지사, 그리고 제주의 미래 비전으로서 생태-평화-복지 등의 가치를 담아내는 친환경적 인사를 배치했다면, 지난 4년에 걸친 김태환 제주도정이 그렇게 휘청거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그것이다.

  그러나 사태의 전개는 정반대였다. 초대 환경부지사직을 기획예산처 출신의 유덕상이 맡게 되면서, 제주특별자치도의 출범에서부터 자치와는 거리가 멀게 행정부지사와 환경부지사 모두 중앙정부의 고위관료가 차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행정부지사는 경영기획실, 특별자치도추진단, 자치행정국, 문화관광스포츠국, 지식산업국, 보건복지여성국, 소방방재본부, 교통관리단, 자치경찰단을 관할하면서 '지원' 업무에 치중되어 있다고 한다면, 환경부지사는 제주도의 주요 사업들을 추진하는 '집행' 업무를 관장하면서 예산 규모도 행정부지사보다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되기도 할 정도로 중대한 위상과 역할을 부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유덕상 부지사의 유용성은 중앙으로부터 예산을 따오는 데 치중되었을 뿐이었다.

  유덕상 부지사는 오랫동안 예산업무를 담당해온 만큼이나 중앙부처를 상대로 한 예산확보에 많은 성과를 내었기에 그 본분을 다했다. 다만 유부지사가 맡고 있는 정무직 역할이라는 측면에서는 많은 아쉬움을 남는다. 특히 강정해군기지 추진 과정에서 보여준 유부지사의 행보는 정무와는 거리가 먼 중앙부처의 대변인에 충실했을 뿐이었다.

  제주특별자치도정의 운용에서 더욱 한심한 것은, 2009년 9월 도가 환경부지사의 명칭을 그대로 사용한 채 청정환경국을 제외한 국제자유도시본부, 도시건설방제국과 1차산업 분야를 행정부지사 소관으로 넘기고 4·3업무와 정무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례 개정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사실상 3년여에 걸쳐 특별자치 구상에서 실험되었던 환경부지사는 도로 원위치의 정무부지사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냐하면 도가 제출한 ‘제주도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에 대해 제주도의회가 수정 의결한 바에 따르면, 환경부지사 업무 중 청정환경국 업무까지 행정부지사로 이관시키고 환경부지사 직제를 정무부지사로 바꾸도록 조건부로 의결하였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환경부지사의 기능이 너무 방대하였다면, 이를 줄이고 정무직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의 부지사 역할 조정은 필요하다. 그러나 특별자치 구상에서 배태되었던 ‘환경’부지사의 독특한 위상과 역할이 부담스러워 이 부분을 몽땅 다시 행정부지사로 몰아간 것은 과거로의 복귀에 다름 아닌 것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다. 물론 아직은 환경부지사직이 그대로 남아 있고, 그래서 우근민 도정이 출범하면서 조만간 김부일 환경부지사 내정자에 대한 공청회가 진행될 것으로 일정이 잡혀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제주특별자치의 비전과 관련해서 환경부지사 설치의 정신을 살리는 방향의 새 밑그림 그리기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는 왜 기초자치단체를 부활시켜야 하는 지의 이유와 맞물리는 것으로, 그것은 바로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제왕적’ 위상과 권한을 줄이고 분산시키려는 데 있다. 특별자치란 기존의 다른 지방자치와는 다르게 제주만의 독특성을 구사하는 것으로, 그것은 자율성 강화, 분권화 확대, 개방성 증진, 주민참여 심화 등으로 요약될 것이다.

  그래서 이왕 김태환 도정은 가고 이제 우근민 도정이 출범하는 시점이기에 제주특별자치에 걸맞는 부지사 직제와 관련하여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 싶다.

  먼저, 환경부지사로 하여금 원래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시의 업무를 그대로 맡도록 하는 게, 행정부지사의 과도한 업무를 분산시키면서 보다 창의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환경부지사를 굳이 제주 지역 인사로 보임할 필요는 없지만, 다만 국제자유도시가 ‘친환경의 복합기능도시’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국제적 감각과 창의적 열의를 가진 전문가라면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정부에서 오는 행정부지사도 환경부지사처럼 청문회를 거치는 게 형평성이 맞다는 생각은 너무 형식논리에 매달리는 것일까.

  둘은, 행정부지사와 환경부지사 외에 제주 사회를 잘 아는 인사로 정무부지사를 하나 더 임명하는 건, 기존 환경부지사의 과다한 업무를 줄이면서 민주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른 모든 지방자치에서 정무부지사를 두는 이유가 도의회, 언론, 시민사회단체, 정당, 지역 및 직능 단체 등 지역 현안에서 원만한 소통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지역 인사가 나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일 게다. 그렇게 본다면 김태환 도정의 양조훈 환경부지사와 우근민 도정의 김부일 환경부지사 내정자는 환경부지사 보다는 정무부지사에 더 어울려 보인다.

   
  셋은, 세계평화의 섬 제주와 세계환경수도를 꿈꾸는 제주의 특별한 위상과 비전을 고려할 때 여성-평화-생태-복지-국제교류-다문화 등을 맡게 되는 여성부지사 직제를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여성부지사 직제는 이미 특별자치도를 출범시키면서 김태환 도정이 역점 사업으로 공약한 것이기에 기대가 큰 만큼이나 아쉬움이 컸던 사안이다. 여성부지사는 다른 지방자치에서는 쉽게 도입하지 못하는 직제이기에, 그럴수록 우근민 도정이 만시지탄의 심정으로 조례 제정을 통해 선도적으로 행정과 정무라는 기존의 도식에서 벗어나는 21세기형 특별자치의 여성부지사 직제를 자리매김 해 나가는 것도 제주특별자치의 의의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양길현 제주대 윤리교육과 교수<제주의소리>

<양길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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