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스님의 편지] 타투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  사진=오성 스님 ⓒ제주의소리
참으로 오랜만에
밤바다를 벗들과 걸었습니다.
까만 바닷가에
등대불빛 조명에 춤을 추는 파도의 하얀 포말
어둠의 정적과 조화로운 파도소리…

건장한 사내가 숨을 고르며 뛰어가고
나이 지긋한 노부부가 발등을 적시는 
물결 길 따라 하염없이 걸어간 뒤편 모래언덕에서
몇 쌍의 연인들이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 사진=오성 스님 ⓒ제주의소리

시계의 끝에 진지하고 다정한 연인이 보였습니다.
천천히 다가가 보니
맥주와 과자를 앞에 놓고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당신 얼마 줬어”
“000원 줬는데”
“잘못 지불했네, 가서 돌려받고 와”
“요즘 시즌이라 비싼 것이겠지”
“아냐 잘못 계산한 것이라니까”
“난 몰라 당신이 갔다 와”
 …… ……

▲ 오성 스님
점점 멀어져
다시 돌아보니
어둠 속 그들은 처음 그대로 다정해 보였습니다.

삶이란 그런 것이겠지요.
멀리서 보면 아름답고
지나고 보면 그리운…
그러니 타투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우리의 모습도 그런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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