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은행들도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는 주위의 권고를 당사자들은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 G20 모임에서 중국이 유럽은행들의 신뢰를 문제삼자 태도가 바뀌었다. 91개 은행의 명단이 확정되어 곧 이들에 대한 테스트 결과가 공개된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조4000억 달러에 달해 세계최대다. 이중 3분의 2를 달러표시 유가증권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를 관리하는 단일기구인 중국외환관리청(SAFE)의 한 관리가 “중국은 핵폭탄 옵션(nuclear option)을 행사할 의향이 없다”고 말한 것이 언론에 인용된 적이 있다. 중국이 미국 채권을 시장에 갑자기 쏟아낼 경우 발생할 미국 채권가격 및 달러화 가치 폭락 사태를 핵폭탄에 비유한 것이었다.

위 일화들이 공통적으로 뜻하는 것은 중국이 돈이 많다는 것이다.

돈이 많은 중국

그러나 중국 자신의 실상은 어떠한가? 지난주 중국농업은행 기업공개는 그 일면을 보여준다. 중국의 5개 국유은행의 기업공개는 이번의 농업은행으로 일단락된다.

기업공개(IPO)에서는 공개 후 거래소에서의 거래가격이 큰 관심사다. 5년 전 건설은행과 통신은행의 경우 수요가 크게 몰려 거래 첫날 각각 32% 및 71%씩 주가가 올랐던 경험이 있다.

농업은행의 공개는 달러환산 221억달러에 달하는 신주발행을 수반했다. 규모로도 세계기록을 갱신하는 것이었지만 시기적으로 보아 이것의 성공은 중국 경제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전문가들은 10% 정도의 가격 상승을 점쳤다. 그러나 7월 15일 상하이 거래소와 다음날 홍콩 거래소에서의 첫 거래는 기관투자가들을 동원한 정부의 시장개입에 불구하고 발행가 대비 2% 내외의 상승에 그쳤다. 큰 실망이었다.

농업은행은 2007년까지 ‘불량은행’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중국은 이 은행을 공개하기 위해 총자산의 4분의 1에 맞먹는 8000억위안(미화 약 1000억달러)을 쏟아부어 부실자산을 정리했다. 그리고 작년 한 해에 다시 이 은행을 통해 1조4000억달러의 신규대출을 풀었다. 이는 농업은행 총 대출금의 3분의1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중국을 앞날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부정적인 시각은 은행 부실의 재발과 주택가격 거품을 염려한다. 은행 부실의 문제는 1990년대 이후 일관되어 온 사항이다.

정부주도의 신용 배급은 부실을 양산하기에 적합한 모델이다. 1998년 이후 5대 은행의 부실을 정리하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고서도 중국은 이번 위기극복 처방으로 은행을 통한 유동성 공급에 전력했다.

2008년 말 GDP의 102%이었던 은행 총 대출은 작년 말에는 GDP의 127%로 증가했다. 그 결과 중의 하나로 상하이의 주택가격은 약 30%의 거품이 형성되어 있다고 스탠다드 차터드 은행은 분석하고 있다.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주택가격은 4~5월 중까지 연 12% 상승하다가 6월에 11.4%로 상승률이 둔화됐고 월간으로는 6월 중의 가격이 전월 대비 0.1% 하락했다. 또한 은행의 주택 저당대출 합계액은 아직 GDP의 15% 선으로서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 중국 경제는 금년 1/4분기와 2/4분기에 각각 11.9% 및 10.3%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연간 인플레이션은 5월은 3.1%, 6월은 2.9%로 안정되고 있다는 점 등을 든다.

지금 세계경제의 세 축인 미국과 유럽과 중국은 서로 상대방에게 성장 정책의 지속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 그런 자세를 취한다. 남들이 열심히 소비해서 나의 물건을 사주기를 바라는 형국이다.

중국도 집안단속으로 기울어

그러나 이제는 중국도 홀로 세계시장의 견인차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중국의 상하이 종합지수는 금년 들어서 24%의 하락을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선택은 ‘집안 단속’ 쪽으로 기울고 있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제주의소리
거품붕괴의 충격을 겁내면서도 주택가격을 끌어내리기 위한 정책을 과감히 동원하고 있다. 은행의 자기자본비율(tier 1기준)도 9%로 높이도록 은행들을 독려하고 있다.

바젤위원회의 은행자본금 강화지침은 금년 11월경 발표될 예정이지만 중국이 선수를 치고 있는 것이다. 세계경제가 어떻게 거시적 균형을 이루어야 할지 최소한 이론적으로라도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이 힘들어 보인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제주의소리 /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이 기사는 내일신문에도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