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향상.홍수출하 자제도 한몫...'행정 개입'은 고민거리

"2009년산 감귤의 운명은 불보듯 뻔하다"

지난해 이맘때 제주도청 감귤부서에 근무했던 한 공무원은 주위에서 이런 우려를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다고 했다. 열매가 한해는 많이 달리고 이듬해는 적게 달리는 '해거리' 현상으로 인해 대풍작과 처리난이 우려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20일 발표된 2009년산 감귤의 유통처리 상황은 결과적으로 1년전의 걱정이 기우였음을 보여줬다.

전체 조수입이 6011억원으로 2008년산(6313억원)보다 다소(4.7%) 감소했지만 2년연속 6000억원을 넘어섰다. 생산량이 2008년산 59만2160톤에서 2009년산 74만1014톤으로 무려 14만8854톤(25.1%)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매우 선전한 셈이다.

전체 생산량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노지감귤만 놓고 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2009년산 노지감귤은 65만5046톤을 처리해 3535억원의 조수입을 냈다. 역시 해거리로 풍작을 기록한 2007년산(67만8000톤)의 2515억원보다 1000억원 이상 많았다.

생산량이 가장 많았던 2002년산(73만8000톤)의 2056억원과 단순 비교해도 1500억원 이상 많은 수입이다.

제주도는 그 원인을 여러가지로 분석했다.  

먼저 해거리로 인한 대풍작에 대비해 감귤안정생산직불제를 시행한게 주효했다고 꼽았다. 제주도 자체 시책인 감귤안정생산직불제는 지난해 처음 시행했다. 열매를 모조리 따낸 과수원에 대해 ha당 224만원을 도비로 지원했다.

이를통해 1641ha에서 2만9538톤을 줄인 것으로 집계했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도비 지원액이 36억7584만원에 이른다.

여기에다 1/2간벌(1655ha 2만9790톤)과 열매솎기(3만6000톤), 전정(1만5000ha 3만톤), 폐원(227ha 8172톤)을 합쳐 13만3500톤을 줄였다.제주도는 감산시책을 펴기 전에 생산량을 78만8000톤으로 예상했었다.

시장에 물량이 쏟아지는 시기인 지난해 12월 농가에서 홍수출하를 자제한 것과 감귤 맛이 좋은 것도 가격상승에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또 감귤유통조절명령에 따라 비상품의 출하를 억제하고,가공용 수매를 통해 시장에서 격리한 것도 조수입 증가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감귤유통조절명령은 2007년산에도 발동됐다.

제주도 분석은 감산시책에 대한 범도민적 참여가 조수입 증가로 이어졌다고 요약할 수 있다. 한가지 덧붙인다면 첫 시행된 감귤안정생산직불제를 들 수 있지만 비용 문제가 뒤따른다.

여기서 한가지 고민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제주도는 당초 감귤 감산을 농가와 생산자단체 자율에 맡긴다고 해놓고 나중에는 대대적으로 공무원을 동원했다. 연인원 3만7000명이 투입됐다. 당시 김태환 지사의 의중 변화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도 관계자는 "어떤 작물이든 생산과 유통을 시장원리에 맡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면서 "결과적으로 도민 소득이 늘어난 점은 좋은 일이 아니냐"고 말했다.

풍작에도 괜찮은 조수입을 올린 지난해산 성적표는 내년에 다시 제주도를 부담스럽게 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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