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 업무보고] 제주해군기지·영리병원 비판목소리 ‘쩌렁쩌렁’
행정자치위 민주·민노 5인방 ‘개혁블록’ 구축…도정 견제 ‘확실’

제9대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 색깔이 바뀌고 있다. 제1당이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바뀌면서 제주도정을 향해 ‘좌 클릭’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도정에서 최대 현안이면서도 갈등이 끊이지 않았던 제주해군기지, 영리병원 문제와 관련해 ‘재논의’ 또는 ‘폐기’를 주문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 왼쪽으로부터 강경식(민주노동), 박규헌, 박원철, 위성곤, 윤춘광(이상 민주당, 가나다 순서) 의원. ⓒ제주의소리
제주도의회의 이러한 모습은 지난 16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제9대 의회 첫 의사일정이라고 할 수 있는 도정 업무보고에서 눈에 띄게 달라졌다.

제주도정의 방향타 역할을 하고 있는 경영기획실, 특별자치도추진단, 자치행정국 등 ‘빅3’ 부서를 소관하고 있는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위성곤)가 도정의 ‘좌 클릭’을 주도하고 있다.

행정자치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박규헌, 박원철, 윤춘광 의원 등 4명이 민주당이고, 한나라당 소속은 장동훈, 현정화 의원 2명뿐이다. 여기에 민주노동당 소속 강경식 의원이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진보·개혁 블록’을 형성하고 있다.

먼저 민주당·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영리병원과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일 특별자치도추진단 업무보고서 강경식 의원은 “우근민 지사가 영리병원 논의 중단을 선언했음에도 4단계 제도개선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영리병원을 시행하는 것이 아니냐”며 도정의 확실한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그는 “제주도가 (영리병원 중단) 의견서를 제출하거나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통해 수정 발의해야 한다”면서 “이후 도정조정위원회에서 재논의하고 도의회 동의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는 방법론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박원철 의원 역시 “우근민 지사는 후보자 당시 4단계 제도개선안이 국회에 상정된 것을 알고 있었고, 당선이 된 후에 논의 중단을 선언했다”면서 “도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영리병원 재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윤춘광 의원도 “영리병원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다. 특별법 개정안 자체가 국회에서 발목이 잡힐 수 있는 만큼 실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영리병원 조항을 빼고 추진하는 방향으로 지사께 건의할 용의는 없느냐”고 따져 물었다.

공직자 출신인 박규헌 의원도 “도민통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영리병원 등 갈등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해서는 안된다”며 영리병원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반면 한나라당 소속 장동훈 의원은 시각을 약간 달리했다.

장 의원은 “영리병원과 관광객전용카지노에 대해서는 권한을 이양 받은 후 시행 여부는 조례로 정하는 게 순리”라며 “지금이 아니면 권한을 이양을 받을 수 없다. 시기가 중요하다”며 ‘선 권한이양, 후 논의’에 방점을 찍었다.

▲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위성곤) 회의 장면. ⓒ제주의소리
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서도 도정의 전향적인 자세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강경식 의원은 “지금까지 추진과정을 보면 제주도정이 해군에 너무 이끌려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절대보전지역 해제, 환경영향평가 심의 문제를 왜 해군에 질의를 하나. 제주도 공무원들은 자존심도 없느냐”고 다그쳤다.

강 의원은 특히 지난해 김태환 전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과 관련해 “광역자치단체에서는 처음으로 주민소환이 추진됐는데, 이유가 뭐라 생각하느냐. 도정이 잘못 나갈 때에는 참모인 공무원들이 잘 보필해야 한다”면서 “주민소환까지 가게 된 데는 ‘충신’보다는 ‘간신’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진정한 ‘공복’의 자세를 주문하기도 했다.

박원철 의원은 “제주도가 사회협약위원회를 전국 최초로 만들었다고 홍보를 하는데, 제주사회의 가장 대표적인 갈등인 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어떤 해결사례가 있는지 얘기를 해보라”면서 “해군기지는 추진하다 반발에 부딪히니까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이름만 바꿔 추진하고, 영리병원은 투자개방형으로 바꿔 추진하는 ‘꼼수’만 쓰기 때문에 도정이 도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3월 결성된 ‘민간사회단체장협의회’와 관련해서는 “작년 3월이면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청구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는 때다. 갈등조정은커녕 제주도가 민-민 갈등을 유발한 대표적인 케이스”라며 “지난 6.2선거는 이러한 선심성, 관치행정에 대한 도민들의 혹독한 심판이었음을 잊지 말라”고 일침을 놨다.

이러한 도정운영 방향에 대한 궤도수정 요구에 대해 집행부는 아직까지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리병원과 관련, 오승익 특별자치도추진단장은 “제주도가 법안 통과 여부에 관한 입장을 국회에 전달하는 것이 오히려 영리병원 논의를 촉발시킬 수 있다. 현재로선 국회 심의 결과를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는가 하면 해군기지와 관련해서도 “지사께서 일단 논의중단을 공언했기 때문에…”라며 ‘정권교체’에 따른 확실한 도정정책 방향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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