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제주도민과 도민증, 그리고 신문

 민주주의에서 언론의 독립과 자유는 그 첫걸음이다. 그렇게 언론의 독립이 피치자의 권리를 보장해 주는 지렛대가 되는 만큼이나. 언론을 장악하고자 하는 권력의 시도도 거의 상시적이다. 언론을 활용하고 장악하려는 의도는 단순히 국정 홍보에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인가를 넘어서는 정치적 책략의 하나이기도 하다. 정치권력만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는 자본력이 강한 기업마저 언론을 장악하고자 하는 의도를 감추지 않는다. 그럴수록 언론의 독립과 자유는 더욱 중차대한 정치적 사안이 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이명박 정부가 YTN에 이어 KBS와 MBC 등 방송을 장악하여 나간 일련의 과정은 그만큼 언론을 통한 대국민 여론조성이 정권의 지지도 유지에 얼마나 유용한 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세상사가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점을, 지난 6·2 지방선거는 웅변으로 보여 주었다. 이는 언론 장악과 언론 활용은 같은 듯하면서도 다른 것임을 고려하지 않은 이명박 정부의 실책을 그 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언론을 장악하고 싶은 게 어디 이명박 정부만이겠느냐마는,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그 이전 정부에 비해 염치를 보이지 않고 무대뽀로 나가는 데서 국민들의 반발을 많이 받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여기서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차이가 단순히 염치의 차이만이 아닌, 이명박 정부가 민주적인가의 여부를 가를 정도로 큰 차이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르몽드는 프랑스의 권위 있는 중도 좌파 일간지이다. 세계적 정론지로 명성이 높은 르몽드도 경영 위기를 피하기는 어려운지, 2010년에 이르러는 8,000만 유로 상당의 부채 때문에 새로운 인수자를 찾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르몽드 장악 기도를 보이면서 르몽드 인수자를 둘러싼 논쟁이 한 때 정치적 쟁점이 되기도 했다. 결국 르몽드는 기자협회의 남다른 역량 때문인지 PNB라고 불리는 좌파성형의 컨소시엄에 넘기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르몽드 인수 과정은 언론 장악을 위한 정치권의 시도가 결코 어느 특정 정부만의 일이 아님을 보여주었는가 하면, 그 과정에서 르몽드 운영과 관련한 기자협회의 권한이 얼마나 큰 지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도록 하였다. 왜냐하면 르몽드 기자협회는 르몽드 주식의 일정 지분을 보유하고 있음으로 해서 회사 경영과 조직 구성에 일정한 발언권을 행사하여 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르몽드 재정상태의 어려움은 언론의 독립이라는 것도 언론사의 재정 상황이 건전해야 가능한 것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다.

  이렇게 세계적인 언론마저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게 오늘날의 신문사의 구조적 취약점이라고 본다면, 제주 지역의 신문들의 사정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제주 지역신문들 대부분이 제주에서 가장 막강한 재력을 갖고 있는 제주도청 앞에 속수무책으로 엎드려 있는 형국을 보면서도 우리는 유구무언이다. 왜냐하면 신문사의 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언론 독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아는 입장에서는 신문사의 제주 도청 눈치 보기를 그냥 넘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지역신문의 재정 상황을 조금이나마 보전해 나가는 방책이 없을까를 머리 맞대야 할 절박함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주 제주국제협의회(고성준 이사장)와 재외제주도민회총연합회(회장 백명윤) 등이 공동 주최한 한 세미나에서 재외제주도민과 제주와의 상호적 관계 증진을 어떻게 도모할 것인가의 지혜를 찾는 논의가 있었는데, 거기서 그냥 흘려버리기가 아까운 제언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재외제주도민에게 ‘재외제주도민증’을 주자는 것으로, 이를 통해 재외제주도민의 제주사랑을 더욱 확대-심화하고 조직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외제주도민 가운데 상당수가 자기 거주 지역의 자치단체장 못지않게 혹은 그 보다도 더한 관심과 열정으로 제주도지사 선거를 바라보고 있을 만큼 재외제주도민에게 제주는 남의 지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이 그렇다면, 제주의 미래 가운데 한 동력을 재외제주도민의 역량 활용에서 찾자는 주장은 결코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다. 

  바로 이 점에서 재외제주도민에 대한 도민증 발급은 보다 진지하게 그리고 세세하게 그 법적 가능성과 활용도 여부 및 문제점 등을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 가운데 필자는 재외제주도민증 제도의 다음과 같은 긍정적 측면에 먼저 주목하고자 한다,

  도민증 소지자에게 제주도민에 준하는 예우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면 더욱 많은 재외도민들이 도민증 소지를 원하게 될 것이다. 또한 도민증 발급에 일정한 회비를 납부하도록 하는 수익자 부담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수익자 부담의 일부는 제주지역 신문을 하나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혜택과 교환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신문을 제공한다는 것은 곧 제주 지역사회의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으로서, 이는 어쩌면 ‘아는 만큼 (제주가) 보이고, 아는 만큼 (제주를 더욱) 사랑하게 되는’ 선순환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러한 독자층 확보의 체계화는 지역신문의 재정 상태를 보완해 주는 부수적 역할도 할 것이다.

  바로 이 점이다. 제주지역 신문의 재정을 지나치게 제주도청에서 제공되는 광고비 등에 의존하는 만큼이나 신문의 독립성은 줄어들게 된다. 그러니 재원을 보다 다원화 할 필요가 있는데, 그것은 인구 50만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되는 재외제주도민에게로 눈을 돌리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 재외제주도민에게 제주지역 신문을 구독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기적으로 회비를 납부하는 방식으로 도민증 발급과 연동시켜 나가면 안 되는 것일까.

▲ 양길현 제주대 교수
  물론 너무 앞서서 장밋빛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재외제주도민에게 그리고 나아가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라도 도민증을 발급해 주자는 제언의 유용성에는 이의를 제기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제주와 세계의 관계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전향적이고 창의적인 시도를 마다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양길현 제주대 윤리교육과 교수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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