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스님의 편지] 장마 때 물이 새서…

장마 때 물이 새서
처사님들 몇 분이 오셔서 지붕을 고쳤습니다.
비가 온 뒤라 햇볕이 따가운데다
익숙히 않은 일을 하시느라 고생들이 많았습니다.

▲ 장마가 끝난 후…  ⓒ제주의소리

며칠 뒤,
솔잎차가 생각났다며
더위를 피해 차를 마시러 오셨습니다.
지난 번 고친 곳을 돌아보며
모두 흐뭇한 표정이었습니다.

그분들 가운데 한 분
“스님, 제가 그날 일을 해보고 자신이 붙어
시골집 대문을 고쳤습니다.”
“힘 안 드시던가요?”
“전기 드릴과 몇 가지 공구가 있으니 할 만하던데요.”
“사모님 앞에서 목에 힘 좀 주셨겠네요?”
“말씀 마십시오.
폼 좀 잡고 반나절 만에 고쳤다고 자랑했더니
칭찬은커녕, 그렇게 금방 고칠 수 있는 것을
1년 넘게 그냥 나뒀다고 혼만 났습니다.”

▲ 오성 스님 ⓒ제주의소리
“헐”
모두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역시 우리네 아줌마는 강자입니다.
아이들에겐 한없는 사랑의 화신이지만
남편에겐 절대 권력을 갖고 통치를 아는 고수입니다.
어쩌겠습니까? 이게 다
우리네 남자들에게
그렇게 만든 6할 정도의 책임은 있을 테니까요.
이럴 땐
얼음 몇 개 동동 띄운 솔잎차가 최고 입니다. 

<글.사진=오성스님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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