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유투브 들썩인’ 바디섹션 광고제작 추진 비하인드 스토리
중간고사 학사일정에 무산…‘황선홍 밴드’ 광고가 결국 낙점

지난 해 세계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유투브’에 퍼지면서 세계적인 유명세를 탄 제주 대기고 학생들의 ‘바디섹션’ 응원전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응원 CF로 제작될 뻔 했던 비하인드 스토리가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대기고 학생들이 12번째 전사로 광고에 출연, 우리나라 축구국가대표팀의 월드컵 16강 진출에 한 몫 할 뻔 했던 뒷이야기다.

대기고는 그동안 제주일고.오현고.중앙고.서귀포고 등과 함께 ‘백호기’ 축구대회 등 제주도내 축구경기에서 ‘화끈한’ 바디섹션 응원으로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해왔다. 디지털 영상을 보는 듯한 ‘10, 9, 8…1, 0’ 카운트다운에 맞춰 ‘대기(大起)’라는 글자가 점점 커지거나 ‘마지막 승부’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탱크와 군함, 헬기가 전.후진하면서 미사일을 발사해 명중하는 장면 등은 대기고 바디섹션 응원의 백미로 꼽힌다.

▲ KT가 대기고 학생들이 펼치는 바디섹션 응원전을 지난 남아공 월드컵 기간 우리 대표팀의 16강 진출을 기원하는 광고로 제작하려다 무산된 소식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백호기 대회 당시 대기고 학생들이 펼친 응원전 모습 ⓒ제주의소리

대기고 관계자와 대기고 학생들에 따르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후원사인 KT는 지난 4월 하순, 남아공 월드컵 대회를 앞두고 온 국민의 승리염원을 담은 CF를 제작키로 하고 광고기획사인 'J'기획을 통해 대기고에 출연섭외를 해왔다.

광고출연 섭외를 받은 대기고 측은 교직원 회의에서 출연여부를 놓고 뜨거운 논쟁(?) 결과, 결국 출연할 것을 결정했다.

당시 회의에선 고등학생들의 상업적 기업광고 출연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많았으나, 학생들의 참여의사가 워낙 뜨거웠고, 온 국민이 열망하는 월드컵 16강 진출에 제주에서 대기고가 대표해 일조할 수 있다면 학교로서도 의미 있는 일이라는 의견이 앞서면서 출연이 결정됐다.

특히 광고제작에 따라 지급되는 학생들의 출연료와 소정의 기부금 등은 학생들의 동의를 거쳐 학교발전기금 또는 어려운 재학생에 대한 장학금으로 활용함으로써 학교측의 광고출연 결정이 자칫 상업행위로 비쳐질 수 있는 점도 방지키로 했다.

▲ 대기고 등 도내 고교 학생들이 펼치는 바디섹션 응원전은 한치의 오차가 없는 사관생도들이 펼치는 응원에 견줄만큼 수준 높은 응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은 대기고 학생들이 체육복을 통해 펼치는 바디섹션 모습 ⓒ제주의소리

이후 기획사와 학교 측 간 CF 시나리오가 오가고, 제작에 따른 양측의 의견이 조율되면서 5월16일 제주종합경기장에서 1~2학년 800명으로 구성된 바디섹션 응원단이 CF촬영을 진행키로 잠정 합의하는 등 상당히 진척되는 모습을 보였다.

기획사는 23명의 태극전사를 상징하는 바디섹션을 펼치기로 하고, 조선왕조 27대 임금(태정태세문단세…) 중 중복되는 글자를 제외하면 23명으로 압축되는 점에 착안, 학교 측에 이같은 바디섹션 응원구성안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광고제작 작업은 5월초에 결국 ‘무산’됐다. 5월10일부터 나흘간 예정됐던 중간고사가 끝나야 광고제작에 참여할 수 있다는 학교 측의 입장과, 6월초 개막하는 월드컵을 앞둬 하루빨리 광고를 내보내야 하는 기획사가 5월초로 촬영일정을 앞당기자는 입장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무산된 것이다.

촉박한 제작 일정과 중간고사 일정이 겹치면서 대기고의 월드컵 광고 제작이 안타깝게도 성사되지 않자 학생들도 기획사도 모두 크게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KT는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 ‘황선홍 밴드’란 이름으로 제주출신 최진철을 비롯한 김태영, 유상철 등 2002 월드컵 4강신화의 주역들을 내세운 ‘올레 광고’로 주머니도 ‘두둑이’ 채우고, 국민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며 수천억의 광고효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고 관계자는 “이제 대기고의 바디섹션 응원전은 도민들의 관심사를 넘어 전국으로, 또는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며 “학생들에게 모교사랑에 대한 일체감과 소속감을 불어넣는 장점이 커 학부모들도 매우 좋아한다. 학교의 명예를 높이고 학생들에게 좋은 추억이 될 뻔했던 남아공 월드컵 응원CF가 무산돼 아쉽지만 또 다른 기회가 찾아 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사관학교 생도들이 펼치는 응원에 견줄 만큼 한 치의 오차가 없는 수준 높은 응원으로 평가받고 있는 대기고의 바디섹션 응원전이 이번 남아공 월드컵 전사들에게 전해질 뻔 했다는 소식이 제주사회에 조금씩 알려지면서 도민들은 한결같이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일본 니혼TV도 올해 3월 제주 백호기 축구대회를 직접 취재해 대기고 등 도내 고교생들의 응원전을 일본 전역에 소개한 바 있고, 스페인 프로축구 1부 리그인 프리메라리가에서도 올해 초 대기고 측에 스페인 현지에서 응원 시연을 펼칠수 있는지 등의 의사를 타진해오는 등 대기고 바디섹션 응원에 대한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 대기고 응원 ⓒ제주의소리 DB
▲ 대기고 응원 ⓒ제주의소리 DB
▲ 대기고 응원 ⓒ제주의소리 DB
▲ 대기고 응원 ⓒ제주의소리 DB
▲ 대기고 응원 ⓒ제주의소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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