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향 소통 문화의 출발점 ‘친절’

예전에 “제주도청에 이메일로 투자의향서를 보냈는데 몇 개월 동안 열어 보지도 않았고, 또한 그간의 노력에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도 없었다”는 교육계의 원로 한 분의 볼멘소리를 들으며, “잘 받았다” “감사하다”라는 간단한 인사 한마디만이라도 친절을 베풀었다면, 건실한 제주의 후원자를 확보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며 당황함과 부끄러움에 한참동안 얼굴을 숙이고 속을 끓어야 했던 일이 떠오른다.

지금 만약 당신이 누군가와 열렬한 사랑을 하고 있다면, 상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주고도 모자람이 없는지 마음 졸이며 살펴보게 될 것이다. 인생사에서 이성간의 애정만큼 열성을 갖고 생활에 임하는 경우가 결코 많지 않으며, 열애는 자기본위에서 벗어나 타자본위로 아량을 베푸는, 일생에 몇 번 안되는 기회이다. 이러한 애정의 감정을 다소나마 실생활에 적용을 할 수 있다면, 아마 당신은 어렵지 않게 성인군자라는 칭송을 듣게 될 것이다.

제주도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넉넉한 인심을 갖추고 있어, 외지인들에게는 강한 매력과 인상을 심어주는 환상의 섬이다. 이렇게 소중한 자연자산과 선량한 인적자산은 세계화 시대의 경쟁에서 국부를 창조할 수 있는 훌륭한 자산임이 틀림없지만 이에 걸맞는 도민의식이 수반되지 못하면 그 효과는 반감된다.

제주는 지구촌 개방화 시대의 진전으로 도서의 고질인 폐쇄성, 배타성 등 지정학적 특성이 많이 완화되고 있지만 아직도 특유의 고립문화는 지역사회의 품격 및 경쟁력 향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하지만 쌍방향 소통문화의 출발점이 되는 친절의 생활화가, 자원이 부족하고 도세가 약한 제주가 선진사회로 나아가는데 훌륭한 무형의 자산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깊이 깨달아야만 한다.

만약 제주 도민이 제주 지주산업의 핵심 고객인 관광객을, 그리고 제주도정이 제주 도민을 연인 대하듯 애정으로 친절을 베푼다면 우리의 제주도는 과연 어떻게 평가가 되고 발전될 것인가 하는 의문에서 글월을 풀어본다.

2009년 3월 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포럼)이 세계 1백33개국의 ‘관광 경쟁력’을 조사하여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관광 친밀도(외국인에 대한 국민환대 태도, 관광 개방성)는 1백15위로 한참 뒤처진다. 같은 보고서에서 한국의 관광 경쟁력을 31위로 평가한 데 비하면 관광 친밀도는 너무나 낮은 순위다. 이는 우리가 부단한 관심과 노력 없이는 관광 선진국이 되기가 결코 쉽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는 실증이다.

친절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따뜻한 마음과 행동으로 이뤄지는 쌍방향 소통문화의 핵심이며, 친절이 만연된 사회는 아량과 포용으로 대화와 타협이 살아 숨쉬는 공동체가 된다. 또한 만사에 있어서 몸에 배어있는 친절은 무형의 자산을 유형화하는 생존의 필요조건이며, 투자 없이 소득을 창출하는 매우 효율적인 경제행위의 한 방편이다

오늘날 관광에서는 음식문화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관광의 만족도를 결정짓는 데는 음식의 다양성과 품질에 못지않게 친절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친절을 습관화하지 못하고 먼발치로 쳐다보는 제주의 음식점들은 큰 장애를 안고 영업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제주가 갖고 있던 관광지로서의 독점적 지위는 이제 사라진 지 오래되었으며,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요구하는 관광제주의 수준은 상당히 높아져 가고 있는데 이제까지 대충 대충해오던 구태의연한 방식으로는 급변하는 경쟁시대에서 당연히 뒤쳐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가장 손쉽게 제주 관광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길이 바로 친절이다. 이제는 친절이 무엇인지, 왜 우리가 친절해야 하는지 등 원론적인 것들을 얘기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친절은 이미 모든 분야에서 필수전략이 되어 버린 생존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관 주도의 형식적인 친절 캠페인을 전가의 보도처럼 꺼냈다 집어넣었다 하면서 허례에 식상한 경우도 허다했다. 이제라도 마음에서 진정으로 우러나오는 모성애적인 친절의 생활화 운동 전개와 함께, 기관별 경쟁을 통해 관광객 지향적 고급 서비스가 정착이 되도록 유도하기 위하여 관광관련 업체에 대한 친절도를 정기적으로 조사•발표해야만 한다.
 
이러한 친절을 출발점으로 시작되는 쌍방향 소통문화는 내적인 도민의 삶이나 외적인 관광에서의 문제만이 아니라, 도정의 운영에도 지대한 영향으로 너울이되어 밀려올 것이다.

새 도정이 성공적으로 자리매김을 하기 위해서 넘어서야 할 첫 번째 장애물도 도정과 도민 간 쌍방의 인식의 차이이며, 제주특별자치도가 이러한 장애물을 극복하고 도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민과의 거리를 좁히고 함께 호흡하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은 원활한 쌍방향 소통인 것이다.

정책서비스를 계획하는 과정에서부터 실행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쌍방향 소통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때 정책의 성공도를 향상시킬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도 정책에 대한 도민들의 신뢰와 만족도를 높일 수가 있다.
 
도민중심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민선5기 도정은 생활화된 친절로 국제적 감각과 에티켓을 배양하여 반목과 불신을 불식하고, 인정이 넘치고 서로 나누어 돕던 제주인의 전통을 회복하며, 문화적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쌍방향 소통문화의 정착을 통해 제주사회의 선진화를 창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급변하는 시대에는 혁신 이외의 별다른 방법으로는 경쟁력을 높일 수가 없다. 우리는 흔히 혁신하면 거창한 변화만을 생각하지만 혁신은 작은 변화에서도 시작이 된다. 호수 가운데 떨어진 돌 하나의 파장이 처음에는 작은 파동으로 시작하지만 호반에 이를수록 크게 확산되는 것처럼, 비록 시작은 미미하지만 그 결과나 영향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 있는 것이다.

▲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
새 도정을 맞이하여 우리 제주도민들은 구시대의 잔재인 만용과 질시와 좌절과 개탄을 미련 없이 훌훌 털어버리고, 현실에 안주하는 삶에서 벗어나 친절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을 통해 선진제주 창조를 위한 돌파구를 지속적으로 찾아가야 할 것이다. 그 결과 “세계로 가는 제주” “세계가 찾는 제주”의 시대가 눈앞에 활짝 열릴 것이며, 그 열매를 따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손을 자손들은 존경스러운 눈으로 올려보게 될 것이다.

친절은 밥상 한쪽에 치우쳐있는 양념장이 아니라, 주식물인 밥으로 굳건히 자리할 때 우리의 관광제주가 세계인이 찾고 싶은 동경의 대상지로 각인 될 것이다./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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