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제주해군기지 논의를 바라보는 한 생각

  2010년 여름 무더위만큼이나 제주해군기지도 뜨겁다. 이명박 대통령은 휴가를 가고 국방장관 경질도 눈앞에 다가온 마당에, 해군기지를 둘러싼 제주도와 의회간의 정책협의회를 두고 논란이 무성하다. 제주의 언론에서는 정책협의회를 열고 내놓은 게 뭐냐며 대책 없는 시간 끌기에 비판적 초점을 맞추고 있는가 하면, 조선일보와 서울신문은 서울행정법원이 제주해군기지 적법성을 인정했는데도 제주도와 의회가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을 사설로 싣고 있다.

  이와 관련 제주의 언론에 대해서는 ‘밥 한 숟가락에 배부르랴’는 속담을 그리고 중앙언론에 대해서는 ‘급할수록 돌아가자’는 격언을 전하는 것으로 시작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제주해군기지는 그 논란이 크고 복잡한 만큼이나 그 해법이 결코 쉽지 않은 사안이기 때문이다. 우근민 지사는 자신 있게 해군기지를 해결할 방안이 있다고 큰소리 치고 있지만, 그건 의지의 표명이라 보아 무방하다. 지난 4년간 지속적인 찬반 논쟁으로 제주를 흔들어 왔다는 것 자체가 그리고 온갖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진행되어 온 저간의 사태 지전을 고려할 때, 제주해군기지는 결코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비추어보면 도와 도의회의 정책협의회 한 번 개최했다고 금방 솔로몬 해법이 제시되리라 기대하거나 요구한 것은 그간의 복잡다단한 기지건설 과정을 애써 눈 감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제 또 하나의 새로운 접근이 막 시작되고 있을 뿐이다. 필자가 보건대 적어도 2010년 제주의 해군기지 새로운 접근은 지난 7월 법원의 양면적 판결을 반영하듯 상호 모순적인 것 같으면서도 무언가 상호적 수용을 모색해 나가는 허허실실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미 법원 판결에서 보듯이 제주해군기지는 절차적 하자를 안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무효로 처리하지 못하는 정치적 사안으로 자리하고 있다. 명쾌해야 할 법원 판결마저 양면적인데, 하물며 해군기지 해법이 어떻게 단순하게 찬성과 반대로 쉽게 제시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제주해군기지 해법은 상호 모순적인 내용을 담아낼 때 비로소 다수를 만족시킬 수 있으면서 동시에 오히려 가장 실현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역설적 생각을 해 본다. 필자의 이러한 생각은 마치 여름날 우산과 밀짚모자를 파는 사람이 하늘에 대고 비가 오길 바라야 하는지 아니면 햇볕이 쨍쨍하길 기대해야 하는 지의 모순성 속에서도 하루하루 잘 살아가고 있음에 착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제주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는 것도 아니고 건설되지 않는 것도 아닌 애매함과 모순성에서 해법을 찾을 수는 없는 것일까. 다시 말해서 제주에 커다란 부두가 건설되지만 그것이 군사전용 기지가 아닌 것으로 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마치 민군복합항을 염두에 두는 게 아니냐는 반론이 가능하지만, 아예 군을 빼고 대신 정부가 참여한다는 점에서 민관복합항이라 하는 것은 어떤가.

  일부 비행장을 보면 군용기가 있다고 그 비행장을 공군기지라 칭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제주부두에 간혹 혹은 필요하면 주기적으로 군함대가 정박한다고 이것까지 거부하지는 않으면서 가는 방안은 없을까. 그러나 원론적으로 그 부두의 전문 용도는 관광과 물류에 있지, 군사적 용도에 있지 않음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제주부두가 군사적 용도에 있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 이 부두에 한국의 군함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중국 등 대한민국과 외교관계를 맺는 어느 나라의 군함도 필요할 때는 정박이 가능하도록 한다면, 이 부두는 그야말로 세계평화의 섬 및 국제자유도시에 걸맞는 국제적 항구로서 자리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떻든 제주해군기지 해법 찾기는 발상의 전환과 함께 군사적 시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어차피 21세기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이 하드웨어적 힘이나 군사력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적 유연함이나 다원성에 있다고 한다면, 한반도 최남단 제주의 21세기적 활용도 새 시대적 사고에 맞춰 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중국과의 교류협력이 점점 더 중요하게 되어가는 최근의 시대적 조류에서 볼 때, 미국 일변도나 군사력 비중이 점점 더 커져가는 데서 제주도의 미래상을 찾는 건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국제자유도시의 비전과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국가안보상 필요하면 언제든 대한민국의 일부분인 제주도를 안보적 용도에 맞게 활용하는 걸 거부할 제주도민은 한 사람도 없다. 그러나 한국형 이지스함을 포함 20여척 규모의 제7기동전단의 모항으로서 제주 강정마을을 전진기지화 하려고 하는 것은 과잉안보적 사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미국이나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이 군사대국화 한다고 대한민국까지 그래야 하는지도 의문이지만, 한반도 남방해역의 해상교통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렇게 많은 비용과 군동원을 해야 하는지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제주도가 동아시아의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에 있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제주국제자유도시를 기획하면서 정부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꺼내는 게 바로 제주에서 비행기로 2시간 이내의 반경 안에 인구 500만 이상의 도시가 18개나 있다는 것인데, 이러한 전략적 요충지를 그다지 불요불급한 군사적 용도에 쓰는 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하는 건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제주에 군기지를 건설해서 전투기로 2시간 내에 중국과 일본 등지로 나아갈 수 있는 대양해군력을 갖춘다고 해서 대한민국의 안보가 얼마나 나아질 것인지도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 양길현 제주대 교수
  차라리 제주에 동북아 다국적 항구를 만들어 동아시아의 안보위기시 제주가 동아시아 안보를 위한 다자간 협의 및 다국적 군대의 집결지로 역할하려고 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동아시아적 구상은 그나마 아쉬운대로 용인할 만하다. 그러나 필자로서는 일국중심적 안보에 급급해 하면서 동아시아의 전략적 요충지인 제주를 그렇게 값싸게 활용하는 데 급급한 대한민국 정부의 단견이 못내 못 마땅할 뿐이다. 제주가 대한민국의 한 영토이지만 동아시아의 전략적 요충지로서 새로운 위상과 역할을 담당하게 될 미래를 위해 제주를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 오히려 대한민국의 장래와 장기적 이익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 55만의 약소도서인 제주의 광대한 미래 가치를 4,500만의 단기적 이익 앞에 여지없이 훼손되는 것을 보면서, 어찌 안타깝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양길현 교수(제주대 윤리교육과)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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