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외면하는 미국과 중국의 소리없는 '웃음'

작년 겨울 세계 곳곳을 휩쓴 폭설과 추위를 보면서 일부에서는 지구 온난화가 역행하는 게 아니냐고 했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었다. 그래서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만 같은 사람은 지구의 기후변화를 글로벌 워밍(global warming)이 아니라 글로벌 위어딩(global weirding)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한다.

중앙러시아의 가뭄, 섭씨 40도에 근접하는 모스크바의 폭염, 파키스탄의 홍수, 그리고 다른 한편에선 아르헨티나의 극한 추위 등의 기사를 자주 접하게 되면서 역시 지구가 더워지고 있기보다는 이상해(weird) 지고 있다는 말이 더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세계 주요국들이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모습은 서로 매우 상이하다. 유럽은 일찍이 온실가스 배출거래제도(Emissions Trading Scheme)를 출범시켰다. 1만개 이상의 대형 온실가스 배출업소를 선정해 배출허용량을 할당하고 각 업소는 할당 받은 배출허용량의 부족이나 여유분을 상호간에 매매하는 제도(cap and trade)다.

변화 외면하는 미국

국가가 세금을 부과해 막는 전통적 방법과는 달리 시장에서의 이윤동기를 이용해 더 효과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자는 시도다. 이 제도는 에너지 가격을 높였고 높은 에너지 가격은 지속가능 에너지 연구 개발로 이어졌다. 독일이나 덴마크의 환경 산업기술이 다른 나라보다 크게 앞설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배경 덕분이기도 하다.

미국은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이었으면서 유독 쿄토 의정서에 비준하지 않았다. 중국과 인도가 빠진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무의미할 뿐 아니라 불공정하다는 것이 미국의 주장이다.

지역적으로는 뉴욕 주를 중심으로 북동부 10개 주가 유럽의 배출거래제도를 도입해 시카고에 기후거래소를 만들었고 캘리포니아 주도 의욕적인 감축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작년 6월에는 유럽식 배출거래제도를 연방법으로 정하는 법안을 하원이 통과시킨 바도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상원에서 제대로 법안으로 상정되지도 못한 채 지난달 폐기처리됐다. 외견상으로는 공화당의 반대를 이유로 들었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석탄 등 구(舊) 에너지 산업의 비중이 높은 지역 출신의 민주당 의원들이 반기를 들었다고 한다.

금년 3월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갤럽 조사에 의하면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언론에서 과장되고 있다’는 대답이 48%에 달했는데 이는 2년 전 같은 응답률 35%보다 크게 증가한 것이다.

최근 LA 타임스는 에너지 관련 기업들과 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대규모의 정치자금을 모으고 있으며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는 상하 양원의 다수당이 뒤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의 의욕적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도 이번 중간 선거와 동시에 실시되는 주민투표에 의해 철회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2007년부터 미국을 뛰어 넘어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등장한 중국은 한편으로는 선진국들로부터 많은 압박을 받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기후변화를 사업의 기회로 삼고 있는 듯하다. 작년 겨울 코펜하겐 기후 회의에서 중국은 총량 기준으로 배출가스를 감축하자는 선진국들의 논리에 대항해 GDP 단위당 배출량을 줄여 나가는 대안을 제시했다. 뒤늦게 경제성장을 하다 보면 총 배출량은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알리앙스 금융그룹의 펀드매니저 보제나 얀코스카는 환경 분야에 특히 밝은 사람이다. 그에 따르면 중국의 경쟁력은 기술보다는 저렴한 제조원가에 있다.

현재 온실가스 절감비용은 탄소 1톤당 30유로인데 거래소에서 살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 허용권이 톤당 13유로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린 테크놀로지는 아직까지는 채산성이 없다. 그러나 중국이 이 구도를 조만간 깨뜨릴 수 있다고 그는 기대한다.

중국의 소리없는 웃음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 제주의소리
유럽과 중국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멀리 내다보고 있다. 미국은 개인의 자유가 가장 존중되는 나라다. 오바마 류(流)의 국가개입에 대해 유럽적(的)이라는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나라다. 그러나 자유와 민주라는 것은 그 사회의 구성원이 아는 만큼, 느끼는 만큼 성과를 낼 뿐이다.

미국의 여론은 ‘경제’에 인질이 되어 있는 듯하다. 멀리 내다보지 못하는 미국의 모습을 보며 중국은 지금 소리 없이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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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내일신문에도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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