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스님의 편지] 가끔은…

가끔은
일상에 길들여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 역시 오늘 같을 것이고
이런 무탈한 일상이
머리로는 감사한 것임을 알지만
가슴은 지루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이럴 땐 떠나는 것이

▲ 이럴 땐 떠나는 것이... ⓒ제주의소리

이 번 여행은 중국 윈난성 쪽으로 정했습니다.
구름도 쉬는 남녘의 이국
티베트로 가는 차마고도의 길목
속내로, 예스런 향취에
마음의 위안과 정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여기며

▲ 윈난성 거리 ⓒ제주의소리 / 사진 =오성 스님

때로 배낭여행은 비용도 많이 들고
몸도 마음도 피곤합니다.
그러기에 동행자들과 불편해지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도 여행의 일부입니다.
길도 얼굴도 설고
먹는 것도 말도 선
그런 상황이 매순간 다가옵니다.
이처럼 불편함을 맡겨버린 패키지여행과 다르게
배낭여행은 스스로를 깨어있게 합니다.
평소에는 모르고 지나쳤던 습관이
스스로를 얼마나 불편하게 만들었는지를 살피며
얼마만큼의 도움을 받고 살았는지를 알게 됩니다.
습관의 허물을 하나하나 벗고
그 불편함이 익숙해지면서
여행지와 여행자도 하나가 됩니다.
 
그렇게 걷다가 최종목적지인 지금의 자리로 돌아오면
오늘의 주변들에 감사할 수 있고
어제도 내일도 기쁘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결과물로 얻어지는 것이고
떠남은 온전히 떠나는 발걸음에 있어야 합니다.
한줄기 야속한 바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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