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스님의 편지] 배가 항구에 다다르면 안전하지만…

배가 항구에 다다르면 안전하지만
그 역할은 끝이나 그 생은 무의미할 것입니다.
집을 떠나는 것
어쩌면
본연으로 돌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바위 숲 ⓒ제주의소리/ 사진=오성 스님

쿤밍에 도착해
유명세의 석림을 가려하는데
가는 방법을 찾고
또, 도중에 일행을 잃어버려 반나절을 보냈습니다.
길들여진 일상의 때를 벗고
여행에 익숙해지는 것도 시간이 필요한가봅니다.
무작정 목적지를 향해 가는 흥분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 다가올 긴장과 불안을 함께 챙겨야겠습니다.
계획된 일정에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속도도 조절해야 합니다.

▲ 공중전화 ⓒ제주의소리 / 사진=오성 스님

▲ 오성 스님 ⓒ제주의소리
석림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2억5천 년 전 솟아오른
거대하단 말도 초라해지는 광활한 바위 숲을 보며
내려 놓아야할 나의 오만의 무게가
나의 종아리 힘으로는 버틸 수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상념의 숲을 걷다가
비를 맞고 있는 공중전화기를 보며
누군가에게 연락해야할 것만 같고
누군가 그리워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여행의 짐인 것을
살그머니 그 돌 숲에 내려놓고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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