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스님의 편지] 있는 그대로 보면 되는 것을

▲ 중국 다리(大里)시 거리 풍경 ⓒ제주의소리 / 사진 =오성 스님
버스표에 다리(大里)라고 써 있습니다.
이국의 이정표, 이국의 사람들
그 곳에서 고향이 떠오릅니다.
아마도, 내려놓고 싶은 삶의 짐에
중년의 지친 몸과 마음만이 아닌
생의 계단을 하나씩 오를수록 점점 멀어져가는
또렷한 유년의 그리움이 담겨져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태어나고 자랐을 뿐만 아니라
고단한 삶 속에 기도하는 순수 영혼
풍요 너머의 자유로운 영혼
▲ 중국 쿤밍 거리에서 만난 차마고도(茶馬古道) 상징 조형물 ⓒ제주의소리 / 사진 =오성 스님
 
그러나 차마고도의 감상은
경제 강국으로 가는 상징의 길
고속도로 위에서 흔들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쿤밍은 푸얼차의 집결지답게
차(茶)시장은 상상 이상으로 큰 하나의 성이었습니다.
그만큼 다리고성에 대한 기대는 컸습니다.
덜컹거림 없이 편안하게 도착한 다리시는
우리네 도시 한복판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다시 30분정도 택시를 타고 이동
성의 귀퉁이에 내리면 돌길을 따라 인파속으로 묻힙니다.
다리고성은 오화루를 중심으로 사방에 성문이 있고
그 안에 중국풍의 기와지붕을 한 인사동 거리가 있습니다.
은제 장신구를 비롯한 각종 기념품 가게와 음식점들
군데군데 과일과 솜사탕 같은 것들을 파는 노점상들

▲ 오성 스님 ⓒ제주의소리
생각의 걸음을 옮깁니다.
나는 다리에서 무엇을 보고자 했던가.
내 안에서 생겨나는 이질의 실망감
그것은 다리를 보려 했던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다리이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 보면 되는 것을
나의 아집으로 몸만 아니라
마음마저 힘들게 하였습니다.
그렇게 그리던 자유는 내 아집에 갇혔습니다.
여전히 이기의 순수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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