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팔용 (사)서귀포매일올레상가조합 상무이사

▲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이 중소기업청 선정 ‘2010년 문화관광형 시장’에 뽑혀 문화관광명품시장으로 탈바꿈이 한창이다. 그 중심에 한팔용 (사)서귀포매일올레상가조합 상무이사가 산파역을 맡아 바쁜 발품을 팔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그를 처음 만난 순간 딱 떠오른 단어는 길들여 있지 않은 ‘야생마’ 세 글자였다. 한라산 자락에 봉긋봉긋 솟아 앉은 오름과 들판 사이를 거침없이 내달리는…. 지난 7년간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의 ‘변화’를 주도해온 한팔용 (사)서귀포매일올레상가조합 상무이사(51)가 바로 그다.

재래시장이란 곳이 어머니 품처럼 한없이 푸근한 곳이지만, 억척스럽기론 둘째가라면 서러운 것이 또한 시장 상인들의 삶이다. 그만큼 상인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일은 녹록치 않은 일이다.

서귀포지역 대표적 재래시장의 하나인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이 자구노력 끝에 최근 수년간 활성화 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장 사람들은 야생마 같은 기질로 서귀포매일올레시장 ‘야전사령관’ 역을 맡아 재래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한 상무를 주목한다. <제주의소리>가 그를 만났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은 올해 3월 중소기업청 선정 ‘2010년 문화관광형 시장’에 뽑혀 문화관광명품시장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컨설팅 작업이 요즘 한창이다. ‘2010년 유비쿼터스 육성시장’에도 뽑혀 겹경사를 맞고 있다. 변화를 맞고 있는 시장상인들의 기대도 크다.

▲ 한팔용 (사)서귀포매일올레상가조합 상무이사는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 같다. 그런 그의 기질이 억척스런 시장상인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비결(?)이란다.  ⓒ제주의소리
지난 31일 <제주의소리>와 만난 한 상무는 ‘시장 상가조합 일은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서귀포매일올레상가조합 일을 맡아 본지 7년이 넘었지만 그동안 쉬어본 날이 일 년에 1~2일 밖에 되지 않습니다”라며 “주말이나 휴일에 우리 아이 데리고 맘 편히 놀러 한번 다녀보질 못했습니다. 이게 책임자의 아픔이라면 아픔이지요”라고 말문을 뗐다.
 
이어 그는 “그래도 저 욕 많이 먹습니다. 책임자는 욕을 먹지 않고는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매일올레시장이 옥동자를 낳을 수 있도록 산파역을 맡다보면 욕도 약이 됩니다”라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가조합의 일상을 에둘러 표현했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이 현재 위치에 자리 잡은 지는 약 45년 됐다. 사단법인 서귀포매일올레상가조합이 출범한지는 이제 7년째다. 서귀포매일시장과 아케이드 상가 등 같은 공간에 있는 200여 곳에 달하는 점포의 정회원들과 130여 곳의 노점 준회원들이 모여 조합이 운영되고 있다.

상인회가 조직돼 처음 출범할 당시는 ‘서귀포아케이드상가진흥사업협동조합’이었다. 매일상설시장에 지난 1999년부터 1~3단계로 나누어 총길이 620m의 아케이드 시설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케이드 상가로 불려오다, 서귀포가 고향인 언론인 출신 서명숙 씨가 제주도에 ‘올레길’을 내고 지난 2008년 올레 6코스에 매일시장을 넣으면서 매일시장과 올레의 운명적 만남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한 상무의 말이다. “소위 ‘올레 효과’는 대단했습니다. 올레코스에 매일시장이 들어가면서 날마다 등산복 차림의 올레꾼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상인들도 모두 놀랬죠. 올해 초 상인회 내부에서 아예 시장 이름을 ‘매일 올레시장’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물론 반대도 많았죠. 수십년 써온 매일시장이란 이름을 바꾸기가 쉽지 않았지만 상인들을 만나 일일이 설득했습니다. 변해야 산다고. 결국 상인들 스스로 상가번영회 이사회의를 거쳐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이란 새 이름을 선택했습니다. 그게 지난 5월입니다”

상인들의 선택은 적중했다. 약 3개월전 중소기업청이 서귀포매일올레시장에 유입되는 올레꾼 조사에서 일일 약 1500명의 올레꾼이 시장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레꾼 등 관광객들의 유입효과가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다. 매출도 올레코스에 매일올레시장이 포함된 2008년 이전과 비교해 평균 25% 정도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 안길을 쌩쌩 내달리던 차량출입을 막은 것도, 올레시장을 만들자고 ‘우긴’ 것도 그다. 지난 2003년 상가조합 ‘운영실장’ 자리를 제안 받아 서귀포매일올레시장과 인연을 맺은 그는 이제 서귀포매일올레시장에 없어선 안되는 그런 포지션에 올랐다.

▲ 한팔용 (사)서귀포매일올레상가조합 상무이사의 꿈은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이 고객들의 신뢰로 운영되는 대한민국 일등 재래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그의 꿈이 점점 영글어가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서귀포매일올레시장에 추진되고 있는 문화관광형 육성시장과 유비쿼터스 육성시장 사업도 모두 그의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 컨설팅사를 통해 하드웨어 구축은 물론 문화와 관광이 어우러진 각종 이벤트 등 소프트웨어를 개발, 도민과 관광객을 상대로 홍보사업도 추진 중이다.

한 상무의 말이다. “처음엔 상인들도 저를 좋아라 하지 않았어요. 말하자면 껄쩍찌근하게 봤던 것이지요. ‘저 놈 성질 더럽다, 육지놈이다’ 라며 욕도 많이 했지요. 그래도 지금은 아군이 많이 생겼어요. 하하”

그의 고향은 광주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일찍 서울로 나가 객지 생활을 시작한 터라 소위 말하는 산전수전에 공중전 수중전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제주에 정착하게 됐다. 서귀포에서 붕어빵 장사와 포장마차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고, 강원도 출신 13살 연하의  아내도 서귀포에서 만나 서귀포 사람으로 알콩달콩 잘 살고 있다.

“제게 이제 바람이 있다면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이 물건만 파는 시장이 아니라 지금보다 사랑과 인심이 더 듬뿍 묻어나는 대한민국 일등 재래시장이 되고, 특히 믿을 수 있는 시장, 고객에게 신뢰를 주는 시장으로 거듭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거기에 저 한팔용도 힘을 좀 보탰다는 소릴 들을 수 있으면 더 바랄게 없겠지요”

인터뷰를 마치고 차를 몰고 시장을 빠져 나올 즈음, 한 무리의 올레꾼들이 시장으로 몰려든다. ‘팔용(八龍)’, 그의 이름처럼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이 대한민국 재래시장 중 제일 활기 넘치는 곳으로 용트림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그의 꿈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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