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스님의 편지] 누구보다 일찍 아침 거리를 걸으면
어느 곳이든
그곳의 속살을 보고 싶으면
누구보다 일찍
아침의 거리를 걸으면 됩니다.
햇살의 거리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가식의 불빛 치장을 걷고
어둠의 커튼 뒤로 숨었던
맨 얼굴의 사람들이 수줍은 듯 다가옵니다.
어제의 피로가 남아
아직 힘이 붙지 않은 어깨를
햇살이 토닥거리며
그 부드러운 손길로 위안합니다.
당신, 오늘 하루도 애쓰세요.
빈 의자에 온기가 묻어나자
하나
둘
여행자들이 다가와
어제, 첫 만남의 서먹한 경계를 풀어
주인집 아저씨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네고
식사와 한 잔의 차를 주문합니다.
남아 있을 사람과 떠나 가야할 이가
의자를 당겨 앉아
다음 목적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확실해집니다.
이렇듯
매일, 맨 얼굴의 아침을 맞아
나의 일과 목적지를 알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글.사진=오성 스님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오성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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