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주도 일자리 박람회' 진두지휘 오태문 과장
"도외기업, 지역인재 채용 적극적...취업연수지원금 지급"

▲ 제주도청 오태문 경제정책과장이 '2010 제주도 일자리박람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부분 기업이 스펙(Spec)이 다소 모자라도 지역인재를 채용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취업 후 1~2개월, 길면 6개월 정도 근무하다 그만두는 사례가 많습니다. 사회적 체면을 벗어던지고 참고 견디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기업들도 지역 외 근무에 따른 보상 등 현실적인 문제 해결에 전향적 사고를 가져야 합니다"

17일 열리는 '2010 제주도 일자리박람회'의 준비를 이끌어온 제주도 오태문 경제정책과장의 얘기는 구인-구직 사이의 미스매치(mis-match) 실태를 잘 보여준다. 눈높이를 낮추지 않으려는 구직자와, 현실적 문제를 외면하는 기업이 평행선을 달리는 한 미스매치를 풀 수 없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하는 대안은 '상생(相生)의 노력'. 구직자는 처음부터 안정된 일자리만을 고집할게 아니라 먼저 기업이 원하는 직업능력을 계발해야 하고, 기업도 장기간 근무에 따른 인센티브를 던져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 과장은 이번 박람회에 큰 기대를 거는 듯 했다. 예전의 그것과 질적으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10일 그를 만나 2010 일자리박람회의 준비과정과 특징, 업계 동향, 박람회 발전 방안 등을 들었다.

-올해 일자리박람회의 가장 큰 특징은?

"도내 기업 뿐만 아니라 도외 기업(제주출신 기업인)까지 참여범위가 확대됐다. 맞춤형 채용면접도 추진되고 있다. 구인을 원하는 기업은 채용조건 등 기업정보를 공개하고, 구직을 원하는 학생 등은 채용 신청서를 사전에 제출하게 된다. 보다 많은 사람이 채용되도록 실효성을 높였다.

▲ 오태문 경제경책과장.
합격자에 대한 사후관리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채용 후 1~2개월 안에 그만둔다는 기업인의 의견을 반영했다. 대학을 중심으로 직장 적응, 직업관, 사회생활에 대한 교육, 지속적인 관리로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도록 했다. 취업 후 3년이상 근무를 유도하려는 것이다.

기업인들의 지역 인재 채용의지와 협력 분위기도 어느해보다 높아졌다. 개인별 스펙이 좀 모자라더라도 지역 청년들이 취업에 대한 절실함과 열정이 있으면 우선 채용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행정 중심에서 벗어난 점도 달라진 내용이다. '일자리 박람회 추진협의회'를 구성해 참여 기관별로 역할을 분담,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행사가 되도록 했다"

-제2회 글로벌상공인대회(9월17~19일)와 연계한 배경은?

"올 상반기에 대학생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47%가 도외 기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에게 좀 더 다양한 도외기업에 대한 취업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도외 기업 입장에선 글로벌상공인대회와 맞물려 시간과 경비를 줄일 수 있게 했다. 또 외국에서 참가하는 기업들에게 직간접 홍보 효과도 있어 도내 청년들의 국외 취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올해 행사는 사실상 전국단위 박람회로서 격이 달라졌다. 그동안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지난해까지는 행정이 중심이 됐다. 올해부터는 민간을 중심으로 추진한다. 제주대학교에 위탁을 줘 10여개 기관으로 추진협의회를 구성하게 했다. 참여 기관별로 각자 역할이 주어졌다.

제주도에서는 도.내외 중소기업인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갖고 기업 한 곳 당 1명이상 지역 청년을 채용하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상설채용관 운영은 제주도의 몫이다.

제주대 등 협의회 참여기관들은 정기 간담회를 통해 홍보 부스 설치, 교통대책 등 행사에 필요한 여러가지 준비를 해왔다. 도내 기업은 제주도가 직접 방문을 통해 참여를 유도했고, 도외기업은 서울 제주도민회를 중심으로 참가업체를 선정했다.

각 대학은 참가 기업이 제공하는 기업 정보에 맞춰 해당 기업에 적합한 구직 희망자의 취업신청서를 제공했다. 참여기관 공통으로 일자리 박람회 홈페이지를 통해 현장 면접과 다양한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성과가 있었나.

"이런 노력의 결과 박람회 참가 규모 뿐아니라 채용규모도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체 90개 기업이 참여해 450명을 뽑을 계획이다. 참여 업체수(45개)는 도내.외 기업이 같지만 채용인원은 도외기업(250명)이 50명 많다"

-구인/구직은 서로의 눈높이가 중요하다고 본다. 양쪽에 주문하고 싶은 내용이 있을텐데.

"일자리 창출에 가장 큰 걸림돌은 미스매치다. 동아일보가 지난4월 실시한 경제전문가 설문조사에서도 미스매치가 35%로 나왔다. 중소기업인 면담 결과 취업자들이 6개월이내 포기 사례가 빈번한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구인 기업들은 지역외 근무에 따른 보상, 일의 숙련, 정보비대칭으로 인한 불신 등 문제 해결에 전향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 구직자들은 사회적 체면이나 안정적 일자리 고집에서 벗어나 기업이 원하는 직업능력을 키워야 한다. 처음의 눈높이보다 낮춰 단계적인 취업 전략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다.

가령 이번 박람회에서 도외 45개 기업이 250명을 채용하려 하지만 구직을 신청한 대학생은 60여명에 불과했다. 구인난과 구직난이 동시에 존재하는 미스매치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본다.

▲ 그는 구직자와 구인 기업의 미스매치를 풀려면 '상생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도외에 취업할 경우 직업능력 외에 숙식, 사회.직장적응 등 현실적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구직자와 구인기업, 공동이익의 가치를 추구하려는 상생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올해 박람회 참가 기업들의 요구, 희망을 종합한다면.

"기업의 입장에선 가장 먼저 우수한 인재를 필요로 하지만 이번 박람회 참가 기업들은 대부분 개인별 스펙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지역인재를 채용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취업 후 1~2개월, 길면 6개월 정도 근무하다 그만두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따라서 기업들은 개인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일에 대한 열정과 취업에 대한 절실함을 중요하게 보고 오랫동안 근무할 인재를 찾고있다. 지역출신 인재를 선발해 지역에 나름대로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것이 공통된 바람이기도 하다.

기업인들은 3년정도 참고 견디면서 낮은 곳에서부터 차근차근 노력해 나간다면 대기업에서보다 자신의 능력을 더 인정받는 성공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가 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2006년이후 일자리박람회의 실적과 공과는.

"2006년과 2007년에는 한해 두 차례씩 개최해 각각 132명과 46명을 채용했다. 2008년과 2009년에는 59명과 40명의 취업을 주선했다. 제주 최대 일자리 박람회로서 역할을 했지만 도내 기업에 한정됐고, 행정중심으로 추진하다보니 한계가 많았다.

구직자들은 서류 준비 소홀에다 서비스업체 쏠림현상이 나타났고, 기업들도 사적교류에 의한 채용관행과 경력직 선호 경향 때문에 박람회 기능을 잘 살리지 못했다. 행정에서는 지속근무 여부 등 안정적 사후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일자리박람회,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나.

"올해 처음으로 민간 중심으로 협의회를 구성하고 추진하고 있다. 박람회가 끝나면 추진방법, 내용, 성과에 대한 비교분석, 평가와 함께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

그 결과에 따라 앞으로도 민간중심으로 갈지 검토하겠다. 다만 민간이 중심이 돼야 도민, 학부모, 학생, 기업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실질적인 박람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취업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도외 기업뿐 아니라 해외기업, 대기업과 미래 신성장분야 기업의 참여도 유도하겠다.

또 취업 후 사후관리까지를 포함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채용관리시스템을 구축하겠다. 기업이 원하는 직업관 교육, 중소기업 취업 희망자에 대한  일대일 맞춤형 컨설팅도 빼놓을 수 없다. 일자리를 제공하는 중소기업에는 2개월간 1인당 월 200만원의 취업연수지원금을 지급하겠다.

취업 희망자에 대한 사전조사를 좀더 면밀하게 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개학때부터 박람회 참가기업에 대한 홍보와 함께 박람회 참가 학점 이수제를 추진하겠다.

장기적으로는 도외 취업자에 대한 숙소, 보수, 직업능력 계발과 관련한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해결방안을 마련하겠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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