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성 문화유적100] (32) 성산읍 여섯 마을 본향당 - 수산본향당

▲ 수산본향당 ⓒ김은희

수산리 올레모루하로산당은 제주특별자치도 민속자료 9-4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으며, 수산1리, 수산2리, 고성리, 오조리, 성산리, 신양리 여섯 마을의 본향당신이다. 지금은 난산리와 신양리는 따로 떨어져 나가 별도로 하고 있으나 수산리에서 파생된 마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평상시에는 신당 문이 잠겨 있어 안을 볼 수가 없다. 당집 안에는 나무인형을 신체로 모시고 있는데, 나무인형의 머리가 없다. 머리는 처음부터 없었다는 사람, 원래는 있었는데 없어진 거라는 사람들로 의견이 나뉘었다.

나무인형은 두찬이라는 사람이 제주4·3사건 조금 전에 할망, 하르방 한 쌍을 만들어서 올린 것이라 한다. 올레모루당은 정월 초2일 신과세제, 정월 15일 영등제, 이월 13일 영등송별제, 칠월 7일 백중마불림제, 동짓달 14일 시만곡대제를 올린다. 굿은 마을에서 관장을 하고, 메 3기(메친 쌀, 불린 쌀) 떡, 과일, 생선, 소고기, 소주, 계란, 자치로 시마지천, 양단, 소지를 준비하여 간다. 굿이 끝나면 수산1리, 수산2리, 고성리, 오조리, 성산리 순으로 일일이 마을사람들 1년 운세를 점을 쳐 준다. 성산리 사람들이 운세를 다 보면 날이 저물었다.

이 당에 갈 때는 3~4일 전부터 돼지고기를 금하고, 동물 죽은 것을 보거나, 장례식에 다녀와서 부정 탔다면 가지 못한다. 몸과 마음이 아주 깨끗해야 당굿을 볼 수 있다.

영등제 때는 메 2기, 생선, 과일, 계란, 과자를 준비하고 지드림으로 몸지와 요왕지를 메, 계란, 과일, 과자를 준비하는데, 바다에 놓아두고 돌아온다.

당 입구에는 ‘수산리본향당’이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주변에는 후박나무와 팽나무가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고, 높은 동산에 자리 잡고 있어 마을을 내려다보는 형세이다. 당집은 볼품없는 기역자로 각진 슬레이트집으로 되어 있다. 심방은 수산리 조옥선과 조인배, 온평리 강금자 씨로 대를 이어가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무당을 심방이라 한다. 심방은 인간이 굿을 할 수밖에 없는 간절한 사연을 신에게 아뢰고, 굿법에 따라 굿을 하여 인간의 문제를 풀어주는 ‘신의 아이’이며, ‘신의 형방’이다. 심방에 대한 기록을 보면, 제주도엔 남자심방들이 많다고 전한다. 김정의『제주풍토록』엔 ‘남자 무당이 매우 많다.’고 했고 김상헌의『남사록』에도‘이 지방 풍속엔 예로부터 여자 무당이 없고, 귀신을 모시고 기도하는 일은 다 남자 무당이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조선시대엔 남자심방들이 많았으나 현재는 여자심방이 많아지는 추세이다. 올레모루하로산당까지 길 안내를 부탁하자 마을사람들은 조심스러워 했다. 지난해에 왔을 때 노인회장님은 당 근처까지만 데려다 주고 가버렸고, 올해도 정자나무 밑에 있던 할머니들이 선뜻 자청해서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이렇듯 올레모루하로산당은 마을사람들이 경외하는 본향당이다. / 김은희

*찾아가는 길 - 수산리 수산초등학교 동쪽길 → 팽나무 세 그루 있는 삼거리 → 누루못 → 수산본향당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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