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김승석 변호사, "지자체 설치 운영권한은 국회 몫"

행정계층구조 개편을 위한 3차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행정개혁추진위원회가 '주민투표 실시'를 제주도에 건의하면서 행정계층구조 개편이 헌법위헌 소지가 있다는 새로운 논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제주대 윤양수 교수는 행자부장관이 시장군수가 아닌 도지사에게 주민투표실시를 요구하는 것은 주민투표법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혁신안은 주민의 참정권을 제한하는 위헌소지가 높다는 의견을 발표해 새로운 논쟁이 촉발되고 있습니다. 행정계층구조 개편문제는 제주사회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제주의 소리'는 이와 관련한 각계 전문가와 도민들의 적극적인 의견을 기다립니다. 먼저 김승석 변호사의 '기고'를 싣습니다./편집자 

지난 5월 20일 중앙정부는 조례를 통한 자치입법 강화, 국세의 일부 지방세 이양을 통한 자치재정의 확대 등 지방행정 모든 분야에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제주특별자치도 기본구상안을 확정, 발표했다.

도내 사회 직능단체들은 연일 지역신문에 이를 환영하는 의견광고를 내고 있고, 이로 인해 제주사회 전체 분위기는 좀 들떠 있는 느낌이다.   

제주특별자치도 구상이 ‘장밋빛 환상’이 아니라 실현가능하려면 우선 올해 안에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이 특별법 제정과 맞물려, 김태환 도정은 도내 4개 시군의 자치(정치)기능을 없애고 제주시, 서귀포시로 통폐합하여 시장을 임명제로 하는 행정계층구조 개혁안을 입법화하려는 전 방위 외교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3차 여론조사결과, 도내 4개 시군을 제주시와 서귀포시로 통합하는 단일 광역자치안(혁신안)의 찬성률이 55.5%, 현행 1도 4개 시군의 자치조직을 유지하는 안의 찬성률이 39.5%로 나타나자 金지사는 중앙정부에 행정계층구조 개편안을 주민투표에 부칠 것을 건의하겠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 지방자치는 그 나라의 역사·제도적 산물, 입법 선택권은 국회에 있다

이에 대하여 현직 시장과 군수는 물론, 정당과 시민 사회단체까지 시군의 정치적 기능을 소멸시키려는 金도정의 속도전에 대하여 강력한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그래서 제주사회는 사분오열된 상태이다.

지방자치는 역사적, 제도적 산물이다. 그 생성과정이 나라마다 다르지만 민주헌법의 역사가 일천한 우리의 지방자치는 헌법상 민주주의 원리를 지역적 범위에서 실천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것이 아니라고 본다. 

지방자치의 민주성과 효율성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종류와 조직 및 운영을 어떻게 입법화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국가의 일, 영역에 속하고 해당 자치단체의 천부적 고유권한이라고 볼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중앙정부는 어느 지역에 광역자치단체인 도(道)만을 두고, 기초자치단체인 시군을 설치하지 않을 수 있고, 광역과 기초단체 양쪽을 모두 설치할 수도 있으므로 그 입법선택권은 오로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만이 갖고 있다.

현행 지방자치법과 주민투표법에서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주민투표법 제8조 제1항에서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지방자치단체의 폐치(廢置) 분합(分合) 또는 구역변경, 주요시설의 설치 등 국가정책의 수립에 관하여 주민의 의견을 듣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주민투표의 실시구역을 정하여 관계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주민투표의 실시를 요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4개 시군을 폐치 분합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주요결정사항이므로 주민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해서 행정자치부장관은 주민투표결과에 따른 정책결정 여부에 대하여 법적으로 구속받지 않는다.

# "헌재, 도농복합형 시설치 위헌 아니...법률로 군 폐지 자치권 침해 아니"

실제로 1994년 8월 제정되어 1995년 1월 시행된 ‘경기도남양주시등 33개 도농복합형태의 시설치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영일군이 위 법률 제4조에 의하여 폐지되고 인근 포항시에 흡수 편입되게 되자, 영일군 주민들은 위 법률 제8조 제1항 중 영일군을 폐지하는 부분과 같은 조 제2항 중 영일군 일원을 관할구역으로 하여 포항시를 설치하는 부분이 영일군 주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여 위헌심판(94헌마175)을 제기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1995년 3월 23일  “지방의회 의견은 국회가 입법할 때 판단의 자료로 기능하는 데 불과하다. 그러하지 아니하고 국회가 지방의회의 의견에 구속된다면 지방자치단체의 폐치 분합은 법률의 규정에 의하도록 한 지방자치법 제4조 제1항의 입법취지가 몰각될 뿐만 아니라 국회에 대한 지방의회의 우위를 초래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리고 자치제도보장은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자치행정을 일반적으로 보장한다는 것뿐이고 특정자치단체의 존속을 보장한다는 것은 아니며 지방자치단체의 폐치 분합에 있어 지방자치권의 존중은 법정절차의 준수로 족한 것이다. 그러므로 군 및 도의회의 결의에 반하여 법률로 군을 폐지하고 타시에 병합하여 시를 설치한다 하여 주민들의 자치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거나 헌법 제8장에서 보장하는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의 이런 판지에 비추어 본다면, 시군을 폐지하는 것은 자치제도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고, 또한 金지사의 행정계층구조개편 주민투표건의가 주민투표법의 절차규정에 위배되고 헌법상 보장된 참정권(자치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윤양수 교수의 주장도 소수의견에 불과하다고 본다.

# 국제경쟁력 강화위한 지자체 규모의 경제는 필수적

출범 15년차를 맞는 지방의회의원들의 추문과 부정부패, 각종 이권개입은 ‘풀뿌리 민주주의‘가 아닌 ’뿔뿔이 민주주의‘로 역행하고 있다. 그래서 민심은 낡은 것과의 결별과 시대의 변화를 열망하고 있다.

2002년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선점효과도, 후속 법률인 경제특구지정및운영에관한법률과 기업도시특별법에 의해 상실되고 있다. 이제 국제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기 손으로 조직을 허물고 문화는 혁신하고 사람을 교체해야 한다.

프랑스의 경험을 참고해 제주지역 특성화를 통한 자립형 지방화를 이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프랑스의 경우는 엄격한 행정적 분권에 국한시키고 있다. ‘레지용’이라고 하는 새로운 광역자치단체를 창설하여 규모의 경쟁력을 추구하고 있다.

나라 안팎의 첨예화한 경쟁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속도가 빠르거나 규모(조직)가 커져야 한다. 따라서 국제경쟁력 강화에 필수 불가결한 제주행정조직혁신이 올해 안에 이루어져야 한다.

제주국제자유도시 또는 제주특별자치도와 행정계층구조개혁 문제는 함수관계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전자를 상수(常數)로 하고 후자를 변수(變數)로 할 것인지는 최종적으로 도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  [김승석 변호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