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스케치] 추석 연휴 이틀전 찾은 제주시 동문재래시장
전체적으로 한산 '대목 옛말' 푸념..."그래도 재래시장"

▲ 추석 연휴 전 주말, 제주시 동문재래시장의 모습.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추석 연휴 이틀 전인 19일 제주시 동문재래시장은 ‘흥정 소리’로 들썩였다. 조상들께 올릴 제숫거리를 고르는 손길도 바빴다.

비싸다고 소문난 채소전의 한산한 모습과 어물전의 활력은 대비됐다. 전체적으로는 주말이라 붐빌 것으로 예상됐던 데 비해 한산한 모습이었다. "명절 전 대목이 주말일 때 재래시장보다는 대형마트를 선호한다"는 한 상인의 분석이 눈길을 끌었다.

10여 년간 제주시 동문재래시장에서 장사를 해왔다는 박광진(60) 씨는 “평소보다도 못하다”며 한숨 쉬었다. 추석 상품으로 준비했던 대추는 곱절 이상 올랐고, 밤은 예년 수준이지만 방문객이 많지 않아 (판매가) 예상보다 못하다”고 말했다.

채소전은 울상이다. 추석 명절 물가가 오르는 것은 자연스럽다 쳐도 채소는 올라도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상추 대신 고기를 드리겠다”는 어느 고깃집 주인의 떠도는 얘기처럼 ‘상추’로 대표되는 ‘서민 야채’(?) 값은 하늘을 난다.

60대 초반이라고 자신을 밝힌 한 할머니는 “상추 한 상자에 7-8만원 하고 있다. 한 줌 쥐면 3천원”이라며 “워낙 비싸니 양껏 사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어물전은 조금 나은편이었다. 특히 제주산 은갈치가 7마리에 1만원-1만3천원 꼴로 시민들이 느끼기에 저렴한 편이다.

▲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상인들이야 '대목은 없다'고 푸념이 절로 나오지만 장을 보러 나온 이들은 "재래시장에서부터 명절 분위기를 느낀다"며 설레임을 감추지 못했다. 재래시장에서 이뤄지는 흥정이 좋아 명절만큼은 재래시장에서 구매한다는 이들도 드물지 않았다.

부부가 함께 제숫거리 마련을 위해 재래시장을 방문한 현용우(45, 이도이동) 씨는 “생선만큼은 고르는 맛이 있는 재래시장에서 사려고 한다”며 “대형마트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재래시장에서 구매해야 하는 품목은 따로 있다”고 말했다.

‘알뜰한 살림꾼’ 젊은 새댁도 재래시장을 즐겨 방문한다고 했다. 양진희(29, 화북동) 씨는 “같은 가격에 한 줌이라도 더 주는 곳은 재래시장밖에 없다”며 “고르는 재미도 있고 흥정하는 것도 재미있어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2년여 간 동문재래시장에서 생선장사를 해온 한 상인은 “명절 대목을 기대하긴 힘들어졌지만 그래도 명절은 명절”이라며 “그저 건강하게 장사 오래오래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밖에 없다”며 추석절 소박한 바람도 밝혔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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