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제주호의 순항을 기원하면서

지난 1970년대 한국경제가 강력한 수출드라이브 정책에 힘입어 고도성장을 지속하자 당시 세계 언론들은 "한국 기업들이 몰려오고 있다."며 수출전선의 선봉에서 승승장구하는 우리 기업들에 대해 찬사와 함께 위기의식을 표출했다.

수출주도 성장정책은 부존자원과 인구가 적은 우리나라로서는 선택 가능한 최선의 전략이었고 이에 발맞추어 정부·기업·근로자 등 각 경제주체들은 해외시장 개척에 온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2008년에 수출 4000억 달러를 달성하여 세계 12위를 차지한 데 이어, 2009년에는 9위로 올라서 한국수출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는 무엇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어려웠던 가운데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우리나라 수출 4000억 달러 돌파는 1964년 수출 1억 달러를 돌파한 지 44년 만에 이룩한 것으로서 이제는 2시간마다 약 1억 달러를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 수출 1억 달러 돌파 당시 온 국민이 감동과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든다. 또한 1995년 수출 1000억 달러 돌파 후 13년 만에 4000억 달러를 돌파함으로써 우리 보다 먼저 수출 4000억 달러를 돌파한 10개국의 평균소요기간(17.2년) 보다 4년 이상이나 단축했다.

수출상대국은 1960년 59개국에서 2007년 227개국으로, 수출품목수는 같은 기간 중 712개에서 8,641개로 각각 크게 늘어났다. 수출구조면에서도 1960년에는 1차산업 45.4%, 경공업제품 45.4%로 노동집약적 상품이 대부분이었으나, 1980년 이후 자동차, 선박, 반도체, 철강판 등 중화학제품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여 2007년에는 총수출액의 91.5%를 차지했다.

이제민 연세대 교수는 우리나라가 다른 개발도상국들에 앞서 수출지향적 성장전략 채택, 개방 및 자유화 추진, 기술개발능력 강조 등으로 시장경제 시스템을 먼저 수용한 것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한다.

한편 우리 제주는 섬이라는 특수한 지리적 여건을 반영하여 제조업과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전체 경제구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농림어업(17.7%, 2008년 기준) 및 관광 등 서비스업(69.8%)의 비중이 높은 반면 제조업 비중은 3.1%로 전국의 27.8%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작은 수준이다. 또한 금년 상반기 중 수출실적은 1.3억 달러로 전국 대비 0.02%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와 같은 1・3차 산업, 내수 중심의 경제구조로는 지역경제의 안정적 ․지속적 성장을 도모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주는 지역 생산품의 수출시장 개척, 제조업 기반의 신성장동력 육성, 합리적 지역경제 발전 전략의 추진 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주민소득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감귤 등 농수산품의 생산량과 가격은 계절적 요인 및 수급상황 등 외부여건의 변화에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 이처럼 외부여건 의존도가 높은 농수산품 수익구조는 주민의 소득과 소비의 불안정성을 높여, 지역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저해한다. 따라서 제주산 농수산물의 해외시장 개척을 통한 수요측면에서의 안정성 도모는 제주경제 발전에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둘째, 최근 도내 경제 성장률의 둔화와 함께 고용부진 문제가 심각한 경제이슈가 되고 있다. 이는 제주의 전통적 지주산업인 관광부문과 농수축산부문이 개방화 등에 따른 경쟁심화로 과거와 같은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못하는 데다가, 농림어업부문에서 퇴출되는 실업자들이 자영업 등 다른 부문으로 원활히 흡수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경제 성장을 견인하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교육, 의료, 첨단기술산업, 녹색성장산업, 물산업, 마산업, 융복합산업, 고령친화산업 등 제주의 여건에 적합한 새로운 성장동력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 특히 제주의 향토상품을 개발하여 해외로 수출하는 제조업을 육성하는 일은 주민의 소득 및 고용 증대, 타산업과의 연관효과 등 많은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육성하는 일이 주요한 과제이다.

셋째, 1990년대 말 이후 국내 경제성장이 수출 및 IT산업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내수 및 1차 산업 비중이 높은 제주지역은 성장의 혜택에서 소외되면서 성장률 둔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따라서 앞으로 제주경제가 국내경제 성장에 따른 성과물인 소득 향상, 고용 창출 등을 같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산업구조 조정과 함께 경제정책 운용전략도 정부의 수출위주 성장전략에 궤도를 맞출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과거 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가 수출주도 경제성장 정책으로 오늘날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했던 것처럼, 민선5기 제주 도정이 그동안의 외자유치 중심의 내수 확대 정책에서 벗어나 ‘해외 수출 1조원 시대’를 목표로 한 수출확대 정책을 새로운 제주지역 경제성장 전략으로 채택하게 된 것은 매우 적절한 선택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제주의 수출확대정책 추진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최근 세계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어 해외 수출시장 개척이 쉽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제주지역의 수출여건도 제조업 취약, 전문인력 부족, 물류기반 조성미흡 등 글로벌 무한경쟁시장에 도전하기에는 너무나 열악한 실정이다.
우선 물류기반을 보면 물류단지나 물류터미널 등 중대형 공동물류시설이 전무하고, 물류장비 및 시설의 표준화가 미흡한 실정이며, 화주도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같은 비효율적 물류체계는 물류비의 상승을 초래함으로써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가령 활넙치를 미국으로 수출할 경우 물류비가 수출단가의 49.7%를 차지하고 있어 물류시스템의 선진화가 시급한 과제이다.
무역거래의 기반도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즉 수출업체가 자체 인프라를 통해 바이어를 직접 유치, 계약을 성사시키기 보다는 해외무역박람회 등 간접 유치 방법에 크게 주로 의존하는 초보단계에 있다. 또한 지자체의 수출지원 전담조직 미비 및 전문인력 부족 등 효율적인 수출산업 지원체계도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다.

수출품목은 농수축산물 등 1차산품에 편중되어 있으며, 국가별 수출비중도 일본 및 중국 수출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수출 품목 및 수출 시장의 다변화가 시급하다. 또한 최근의 수출부진은 주요 수출품의 비가격경쟁력 약화와 중국 등과의 가격경쟁 심화에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수출상품의 품질 향상이 긴요한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민선5기 새 도정은 해외수출 확대가 제주경제 도약을 위한 필수요건으로 보고 '세계로 가는 제주, 세계인이 찾는 제주' 라는 슬로건 하에 야심차게 '해외수출 1조원시대' 개막을 선언했다.  따라서 도정은 앞으로 수출확대를 위한 여건조성과 수출산업 지원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생각되는데, 특히 다음과 같은 점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수출지원 관련 인프라가 모든 면에서 초보적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는 제주지역 수출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도와줄 수있는 여건조성이 긴요하다. 따라서 수출 대기업과의 상생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대기업의 수출관련 노하우 및 수출망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상생의 시대를 열어가는 최근의 트렌드를 잘 활용한다면 성공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자치도내에 통상진흥, 투자 및 기업유치, 연구개발 지원 등 수출정책 관련 모든 기능과 업무를 아우르는 새로운 조직을 구축하여 수출산업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통상마케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과 시행착오를 수반하게 되는 자체적인 시장조사나 판매망 구축보다는 세계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는 한상(특히 제주출신 한상) 및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세째, 대내외 여건 변동에 영향을 받지않는 안정적인 수출기반 확보를 위해서는 수출 품목 및 지역의 다변화가 무엇보다 긴요하다. 특히 거대한 시장 잠재력, 지리적 접근성 외에도 고속성장에 따른 고급 수산물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중국시장에 대한 수산물 수출확대를 통해 대일 수출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
중국에 대한 수산물 수출은 소득수준이 높은 동부지역을 거점삼아 해외시장 개척단 파견, 국제무역박람회 참석 및 해외 마케팅․홍보 등 종합적인 전략추진을 통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IT, BT 등 고부가가치 산업과 교육·의료·관광산업의 육성 및 도내투자유치를 통해 1차 산업 위주의 편향된 수출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수출품목 다변화는 제주지역 특성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인센티브 부여 등을 통한 도외기업 유치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넷째, 일본의 수산물 수입감소, 중국의 대일 수출증가 등 대외 환경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해외 시장정보 등을 신속하게 수집할 수 있는 체계적인 수출정보망 구축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보부족 및 복잡한 절차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액수출을 증대시키기 위하여 바이어 초청전시회 및 박람회 등을 유치하고, 도내 수출업체, 유관기관 및 단체들간의 협력강화를 통해 정보 접근성을 강화하는 등 지역특성에 부합되는 수출지원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겠다.

다섯째, 일본에 대한 농수축산물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수출전략을 기술 및 자본집약적 품목과 고부가가치 품목 위주로 전환하여 일본내 고급수요를 공략하는 것이 긴요하다. 따라서 새로운 품종개발, 식품산업  연구소 설립, 식품 인증제도 구축, 제주 농축수산물의 청정이미지 홍보 등을 통해 경쟁국의 저가 농수축산물과 차별화를 이룸으로써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여야 한다. 특히 향후 한미․한중 FTA 체결은 제주경제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품질 고급화 등 틈새시장 전략을 통해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여섯째, 경쟁심화 등에 따른 채산성 악화에 대처하기 위해 생산성 향상 및 원가절감 등을 통한 수익성 개선 노력과 함께 브랜드 관리 등 비가격경쟁력 강화도 긴요하다. 또한 제조업의 성장 과정에서 유출되는 폐기물 및 공기오염을 철저히 관리하여 청정자연환경을 보존함으로써 제주의 청정 이미지를 보전하는 데에도 최선을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환경산업의 발전은 탄소배출권 거래를 통한 수출증대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 외에 도내 수출업체들이 환위험 걱정 없이 수출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환변동보험 가입 장려 및 보험료 보조 등 환위험 관리에 대한 홍보 및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수출규모 증대에 대비하여 공장부지 확보, 공단 조성, 항만 진입도로 등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에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

청운의 꿈을 품고 출범한 '수출 제주호'가 거센 삼각파도를 헤치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키를 잡고 있는 도정의 정책수행능력이 중요하다. 도정은 경제성장,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사회안전망 구축 등 많은 과제들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각종 개발사업의 차질없는 추진과 함께 원활한 수출산업 지원을 통해 현재 3,300억원의 수출규모를 1조원까지 끌어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
우리나라의 수출 60년사를 돌아보면 6·25전쟁의 잿더미에서 세계 13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서게 한 것도 수출이고, 1970년대 두차례의 오일쇼크도 중동특수를 활용하여 경제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은 것도 수출이며, 1990년대말 외환위기에서도 IT수출 특수로 IMF사태를 조기 졸업하고 경제회복을 주도한 것도 바로 수출이었다.

이처럼 수출이 언제나 어려움에 처한 우리 국가경제를 회생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했듯이 민선5기 새 도정의 ‘수출 제주호’가 만선을 이뤄낙후된 제주경제를 우리나라 최고의 선진경제로 도약시키는 견인차가 되기를 기원한다. /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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