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과 상품전환 딜레마] (1) 생산자단체 주장 완강
"장기적으로 봐야 하는데..." 건의 받고 '고민 또 고민'

9월24일 열린 감귤출하연합회 전체회의에선 2003년 이후 유지돼온 감귤 ‘상품’ 규격의 변화를 예고하는 심상찮은(?) 결정이 내려졌다.

감귤 중에서 가장 크기가 작은(0번과 제외) ‘1번과’(51mm 미만)를 상품으로 전환해줄 것을 요청하는 의견서가 채택된 것이다.

출하연합회에는 제주도와 행정시도 참여하고 있지만, 숫적으로 훨씬 우세한 농협 등 생산자단체에 분위기가 압도됐다. 지금처럼 1번과를 상품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행정의 목소리는 사그라들 수 밖에 없었다.

1번과를 상품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 것은 올해산 감귤 생산량이 사상 최저 수준에 머물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여기에다 1번과는 그 보다 큰 감귤보다 당도가 높고, 상대적으로 가격도 싸 소비자가 선호한다는 이유가 붙었다.

올해산 생산예상량이 발표된 후에도 농협과 농가의 요구를 완강히 물리쳐온 제주도는 느닷없이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과잉생산에 따른 대폭락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끝에 어렵사리 마련한 상품의 규격을 이제와서 바꾸면 여러 가지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1번과만 놓고 보면 가공용으로 처리될 때 보다 훨씬 좋은 가격을 받게된다는 점을 외면하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비상품 감귤의 시장 격리로 인한 전체 조수입의 증대 효과가 더 크다고 제주도는 판단하고 있다.

이밖에 농가 자구심리의 저하, 수출입에 따른 대외 협상력 약화, 소비자 혼란과 상품 규격의 일관성 부재 등을 걱정하고 있다.

제주도 윤창완 감귤정책계장은 “생산량이 줄어든다고 오랜기간 고수해온 기준을 바꿔버리면 생산량이 증가하는 이듬해에는 더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할 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감귤 상품의 규격은 ‘감귤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감귤조례)의 시행 규칙에 정해져있다.

2002년산 감귤이 대폭락하자 이듬해 농안법상의 유통명령제 시행으로 1번과와 10번과(가장 큰 감귤)가 상품에서 배제됐고, 2004년 감귤조례와 규칙의 잇따른 개정으로 법적 근거를 마련한 이래 오늘에 이르렀다.

따라서 상품의 규격을 새롭게 정하려면 제주도 판단으로 규칙만 고치면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간단치않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노지감귤이 본격 출하되는 시점은 10월 중순. ‘1번과의 상품 전환’ 건의를 받아든 제주도가 어떤 해답을 내놓을지 결정의 순간이 눈앞에 다가왔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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