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과 상품전환 딜레마] (2) '현실 인식' 극과 극
과잉생산때 걱정은 일치...문제는 대외교섭력 약화

감귤 '1번과'를 상품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쪽 주장의 핵심은 그동안 비상품으로 분류해 시장에서 격리한 결과 전체적인 가격이 높아졌고, 조수입 증가로도 이어졌다는 것이다. 시장 격리에 따른 눈앞의 손실을 상쇄하고도 남았다는 논리다.

제주도가 1일 제시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비상품 감귤(1번과를 포함한) 1만톤을 시장에 내놓지 않고 가공했을 때 농가 전체 조수입이 56억원 늘어났고, 3만톤일 때 165억원, 5만톤일 경우 271억원 증가했다.

반대논리를 펴는 쪽이 ‘소비자 선호도 상승’의 근거로 제시하는, 1번과의 당도가 높은 것도 품질 개선 노력, 즉 재배기술을 높인 결과라기 보다는 자연적인 현상이라는게 제주도의 시각이다. 일반적으로 감귤은 크기가 작을수록 당도가 높게 나온다.

반면 일본의 경우는 꾸준한 품질 개선 노력을 기울인 결과 크기가 큰 감귤의 당도를 높임으로써 소비자의 선호도를 끌어올렸다고 제주도는 보고 있다.

초유의 가격파동을 겪었던 2002년산 감귤의 생산량은 73만9000톤. 가격은 kg에 278원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듬해 유통명령제가 발효되면서 1번과 9번과(77mm 미만)가 상품에서 제외된 것도 '1년전의 악몽‘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당시 농협 조사에선 농가의 93%가 이를 지지했다는 통계도 심심찮게 인용된다.

하지만 7년새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소비자의 기호가 바뀐데다, 현실적으로 1번과가 시장에서 상품으로 공공연하게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다.

1번과를 시장에 푼다고 시장질서를 교란시키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농협 제주지역본부의 이용민 감귤팀장은 “농가들의 요구가 비등한데 7년동안 1번과를 묶어놓기만 했다”며 “규제가 능사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과잉생산이 되는 해에 1번과를 어떻게 할 것인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학습효과도 있지 않느냐”며 “그때 가서 다시 규제를 가했을 경우 오히려 농가 의식이 확연히 달라질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점쳤다.

‘조례에 갇혀’ 큰 소득이 예상되는 상품(?)을 격리하는 건 합당하지 않다며 탄력적인 제도 운용을 주문하는 의견도 있지만, 제주도가 가장 걱정하는 대목은 대외 교섭력 약화.

FTA 협상을 벌이는 국가간에 불공평을 없애기 위해 통용되는, 이른바 ‘6대 원칙’ 가운데는 ‘내국민 대우 원칙’ 이란게 있다. 외국인도 내국인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관례적으로 55mm 이하의 감귤을 가공용으로 분류해 시장에 내놓지 않는다. kg당 가격은 한화로 60원 정도. 이 크기면 제주산 감귤로 치면 2번과에 해당한다. 제주산은 1번과가 80원에 가공용으로 수매된다.

한일간에 FTA가 체결되면 일본에서 가공용으로 분류된 감귤이 국내에선 상품 취급을 받으면서도 가격은 싸기 때문에 대책이 없다는 얘기다.

상품 규격이 왔다갔다 하면 소비자에게 혼란을 안겨줘 신뢰가 떨어지고, 열매솎기 등 고품질 적정생산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게 제주도가 걱정하는 점이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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