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파동에 잡초매고 돌 골라 배추밭 만들다

▲ 불모지 텃밭 돌과 잡초 자갈을 골라 만든 텃밭 ⓒ 김강임

▲ 어린배추 3주만에 자란 배추 ⓒ 김강임

시장에 나갔더니 채솟값이 금값이더군요. '채솟값이 비쌀 때는 안 먹을 수 없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이쯤되면 그동안 등한시해 온 푸성귀들에 대해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사실 육고기는 가끔 먹지만, 날마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것이 바로 김치며 채소 아니겠습니까?

배추 3포기 1망에 4만5000원. 배춧값 폭등이 뉴스인 줄만 알았더니, 시장에 가보니 피부에 와 닿습니다. 총각무 1단에 7500원, 쪽파 한줌에 3000원, 애기배추 4뿌리에 2000원, 채소 서너가지 사니 1~2만 원이더군요.

▲ 자투리땅 이용 자투리 땅 일구다 ⓒ 김강임

▲ 알타리무 제법자란 알타리무 ⓒ 김강임

▲ 3주만에 자란 알타리무 알타리무 ⓒ 김강임

그래서 나섰습니다. 3주 전, 주말농장 감귤원 자투리땅에 텃밭을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돌과 자갈, 잡초가 무성한 자투리땅에 5평정도 텃밭을 만들었지요. 뙤약볕에서 돌을 골라내고 잡초를 맸어요. 지나가던 지인들은 "두 식구가 채소를 얼마나 먹는다고 그 고생이야?"라며 한 마디씩 거듭니다.

그러나 늘 먹는 것이 된장국이고 늘 식탁에 올리는 것이 바로 김치가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농약방에서 얻어온 배추씨와 총각무씨를 뿌렸습니다. 예전 같으면 생각도 하지 못할 일입니다.

일주일 후 새싹이 돋아나더니, 3주가 되자 제법 자라 얼갈이 배추가 되었습니다. 돌담아래 파랗게 자라나는 배추와 열무는 며칠 전 내린 가을비로 쑥쑥 자라나더군요.

파릇파릇 자란 배추와 총각무를 보니 저절로 콧노래가 나옵니다. 자식을 키우는 맛이 이만할까요. 예전에는 사서만 먹었던 야채기 때문에 더욱 그 의미가 큽니다.

▲ 알타리 김치 씨뿌린지 3주만에 담은 김치 ⓒ 김강임

아직은 벌레가 손을 대지 않아 배추이파리도 아주 싱싱합니다. 드디어 1차 수확, 어제는 어린배추를 한바구니 뜯었습니다. 그리고 참기름에 무쳐먹고, 된장국을 끓여먹었지요. 어디 그뿐입니까. 총각무를 속아서 김치를 담갔습니다.

얼추, 벌써 우리집 식탁이 어느새 풍성해졌습니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주변 지인들에게 어린배추와 총각무를 나눠줬습니다. 예년 같으면 관심도 없던 어린배추를 덥썩 받으며 "고맙다"는 말을 수도 없이 하더군요.

▲ 김장배추 심다 김장배추 텃밭 ⓒ 김강임

▲ 김장배추 김장배추 ⓒ 김강임

어제(2일) 오후, 다시 감귤원 자투리땅에 돌을 고르고 잡초를 맸습니다. 그리고 3평 정도에 텃밭을 추가했습니다. 김장배추를 심을 요량이었지요. 종묘사에 들려 김장배추 모종 120개를 샀지요. 모종값은 8000원이더군요. 검은 흙을 삽으로 파서 고랑을 만들었더니 또 하나의  텃밭이 생겼습니다. 종묘사에서 사 온 김장배추 모종을 하나하나 심었습니다.

백일도 안 되는 신생아를 키우는 기분이 들더군요. 아니, 소꿉놀이를 하는것 같았습니다.이 배추가 잘 자랄지는 의문입니다. 그러나 어린 배추 한 뿌리가 한포기 김장배추가 된다고 생각하니 감개무량합니다.

지금 내 마음은 아주 행복합니다. 120포기 김장 배추에 대한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이죠. 수확이 시기가 조금 늦을 수 있겠지만, 겨울에 지인들과 김장배추를 나눠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 마음은 배추밭에 있습니다.

채솟값이 비싸다고요? 주변을 돌아보고 자투리땅에 이용해 보세요. 아니면 베란다를 이용해서 손수 야채를 키워보세요. 자식처럼 키우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자연과 가까워지며 수확하는 재미 또한 배가 됩니다. 그것뿐이겠습니까? 이웃과 나눠 먹는 재미 또한 100배 즐길 수 있답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 실렸습니다>

<제주의소리>

<김강임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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