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양수 교수 재반론] 위헌판시로 특별자치도 낭패볼 수 있어

계층구조개편 내용 중 혁신안이 주민참정권을 제한해 '위헌소지'가 높다는 윤양수 교수(제주대)  주장에 대해 김승석 변호사가 "위선소지가 없다"는 반론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이에 윤양 수 교수가 김 변호사의 반론에 대한 재반론을 보내오셨습니다. 도민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립니다./편집자

  지난 5월 20일 정부는 ‘제주특별자치도 기본구상안’을 확정 발표하였다. 그 안에는 제주도를 자치입법·자치재정·자치조직 및 인사 등 자치행정 전 분야에 걸쳐 파격적인 자치권을 갖는 ‘자치 파라다이스’로 육성하고, 국가사무를 제주도에 많이 이양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 안을 필자도 크게 환영한다.

  이러한 기본구상안에 따라 제주도가 제주특별자치도로 될 경우, 제주도에 파격적인 자치권이 부여되고, 제주도관련 국가사무가 제주도의 자치사무로 전환되며, 행정각부장관들의 권한이 제주도지사에게 많이 이전될 것이므로, 제주도의 사무는 현재보다 대폭 늘어나고 제주도지사의 권한은 크게 증대될 것이 분명하다.

# 시군 폐지보다는 도지사의 권한을 시장 군수에게 분산하는 게 바람직

  그런데 근간에 논의되는 행정계층구조개편안(소위 혁신안)대로 도내 시·군이 폐지될 경우에, 혁신안에서의 2개 통합市는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아니어서 자치사무를 갖지 못하므로, 현재의 제주도의 사무뿐만 아니라 앞으로 제주특별자치도가 됨으로써 중앙정부로부터 이전되는 많은 사무와 현재의 시·군의 사무들이 모두 제주도의 사무로 될 것이고, 이렇게 크게 늘어난 사무들을 제주도당국이 처리함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제주특별자치도를 추진하면서, 제주도당국은 시·군을 폐지하여 시·군의 사무를 제주도의 사무로 만들려고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군을 존치(存置)시키고 그 기능을 강화시켜서, 제주특별자치도가 됨으로써 대폭 증가될 제주도의 사무 및 제주도지사의 권한 중 일부를 도내 시·군과 시장·군수에게 위임 또는 이전하여 그 행정책임도 분산시킬 준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즉, 제주특별자치도의 합리적 추진을 위해서는 제주도당국이 현재의 국가사무 및 행정각부장관의 권한 중 어떤 것을 제주도와 제주도지사의 관장(管掌)으로 만들고, 그 중 어떤 것을 도내 시·군과 시장·군수에게 위임 또는 이전할 것인지를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연구·검토해나가야 할 것으로 보아진다.

이는 제주특별자치도의 근거가 될 ‘제주특별자치도 특례에 관한 특별법’에서 수많은 행정관련 법률규정들과 다른 행정특례(행정사무·조직·권한·절차·재정 등에 관한 특례)를 정하여야 할 것이고, 그러한 특별법을 성안(成案)하는 일이 꽤 어렵고 준비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 특례에 관한 특별법안’을 성안하는 과제가 바로 눈앞에 놓여있는 이 시점에서, 도내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시·군의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제주특별자치도를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  시장 군수, 기초의회 폐지는 유권자들의 참정권을 불평등하게 제한한다

  한편, 행정계층구조개편을 굳이 제주특별자치도의 추진과 연계시키고, 시·군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제주특별자치도 특례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할 경우, 그 특별법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그 특별법으로 인하여 지방선거시에 시장·군수 또는 시·군의회의원선거에 입후보하고 싶지만 입후보할 수 없게 된 자를 포함하여 도내 유권자 중 어느 누가, 도내 기초지방자치의 부활을 위해서라도, 다른 지역 유권자들과 달리 불평등하게 자신의 참정권(선거권 또는 피선거권)을 제한받는 것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고,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시··군의 폐지를 규정한 그 특별법 조항이 위헌으로 판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그 자세한 논거는 2005.6.3, 올바른 행정계층구조개편을 위한 도민연대 준비위원회 주최‘행정계층구조개편 주민투표, 무엇이 문제인가?’ 공개포럼 기조발제 자료 참조).

  제주도외 다른 여러 지역에서 시·군이 통합된 도농복합시가 설치되면서 폐지되어진 군지역역 주민들은, 새로이 출범한 도농복합시의 시민으로서 시장·시의원의 선거권·피선거권을 가지므로, 지방선거시에 기초지방자치단체장 및 기초지방의회의원의 선거권·피선거권을 제한받고 있지 않다(시·군의 폐칟분합과 도내 행정계층구조개편의 차이점은 다음 기회에 상술하기로 한다).

#  참정권은 스스로 포기할 수도 없고, 주민투표로도 참정권 제한 정당화될 수 없어

  그런데 근간에 논의되는 행정계층구조개편 혁신안대로 될 경우, 제주도내 유권자들은 도외 다른 모든 지역 유권자들이 갖고 있는 기초지방자치단체장·기초지방의회의원의 선거권·피선거권을 갖지 못하게 될 것이니, 이것이 국민 각자에게 보장되는 기본권인 참정권을 제주지역 유권자들에게만 불평등하게 제한하는 것이 되고 헌법 제11조를 위반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주지역의 어느 젊은이가 장차 훌륭한 정치인이 될 뜻을 품고, 우선 기초지방의회의원이 되어 정치에 관한 학습과 경험을 하고자 하지만, 제주도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꿈을 제대로 실현할 수 없게 되었다면, 그 젊은이가 이렇게 불평등하게 만들어진 법과 제도에 대하여 불만을 갖게 될 것은 자명하며, 이러한 법제(法制)가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 및 헌법 제11조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당연히 주장할 수 있지 않겠는가?

  국민 개개인의 참정권은 권리주체 스스로가 포기할 수도 없는 것이며, 다른 많은 사람들의 의지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주민투표절차를 거쳤다고 해서 국민의 참정권을 불평등하게 제한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재의 유권자들이 90%이상 동의한다고 할지라도 현재의 미성년자나 후손들의 참정권까지 불평등하게 제한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  참정권 위헌소지 문제로 행정특례가 보장된 특별자치도가 낭패를 볼 수 있다

  행정자치부장관이나 제주도당국이 이 문제에 관하여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논거가 어떤 것인지 알고 싶다. 행정자치부장관이나 제주도당국이 합헌이라고 주장한다고 하여 그것이 위헌이 아니라고 할 수 없음은 2004년 10월 21일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위헌으로 판시한 사례를 통하여 알 수 있는 일이다.

  도내 어느 유권자가 ‘제주특별자치도 특례에 관한 특별법’으로 인하여 자신의 참정권을 불평등하게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도내 시·군 폐지를 규정한 조항이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위헌으로 판시될 경우, 시·군 폐지와 관련시켜 제주도에 대한 각종 행정특례를 정한 다른 많은 규정들이 제대로 효력을 발하지 못하게 되어, 제주특별자치도는 낭패될 수 있다.

  따라서 제주특별자치도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제주도당국은 도내 기초지방자치단체의 폐지를 추진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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