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장포 귀촌 이야기 5] 귀농 전학생을 위한 풍성한 배려

▲ 하례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이 한라산을 등반하는 도중 자연해설가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서 조릿대 잎으로 피리를 만들어 불고 있다.
 

3학년생인 진주와 유치원생인 우진이가 하례초등학교로 전학을 와서 등교를 시작한 지도 한 달이 지났다. 많은 부모들이 그러겠지만, 우리 부부가 귀촌을 결심하면서도 가장 우려했던 것 중 하나는 아이들이 새로운 학교의 환경을 잘 받아들일지 여부다. 특히 다니던 학교의 아이들과 이별하는 것을 섭섭해 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노라면 부모로서는 참으로 아쉽고 미안할 따름이다.

우리 가족이 망장포로 이사를 온 것은 아이들이 여름 방학 중이던 8월이었다. 전학 수속을 밟기 위해 온 가족이 초등학교를 방문할 때만 해도 난 우리 아이들의 마음속에 떠나온 선생님과 친구들을 향한 그리움과 새로 다닐 학교가 주는 서먹함이 뒤섞여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학수속을 밟는 내내 우려가 가시지 않았다.

 

▲ 하례초등학교는 유치원생을 포함해서 전교생이 70여명이다.

하지만 우려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9월 1일, 시골학교에서 첫 수업을 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 아이들의 얼굴엔 함박웃음이 피어 있었다. 낯선 학교에 대한 경계의 벽이 쉽게 허물어뜨린 계기는 교장 선생님의 배려 어린 한마디 말씀이었다고 한다. 전교생이 모여 개학식을 하는 자리에서, 교장 선생님께서 진주와 우진이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시며 "학교에 새로운 어린이들이 전학 왔으니 반갑게 맞아달라"고 모든 어린이들에게 당부하시더라는 거다.  

진주가 전학을 오기 전 하례초등학교의 3학년에는 8명의 어린이가 있었다. 주변에서는 학생수가 너무 적어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하례초등학교는 예기치 않았던 선물들을 준비해놓고 있었다. 주변의 우려를 한꺼번에 불식시키고도 남을 만한 분량이다.

 

▲ 하례1리 마을회에서 학교를 살리기 위해 운행하는 버스다. 이 버스가 있어서 부모들은 궂은 날씨 속에서도 자녀들을 안심하고 학교에 보낼 수 있다.

 

우선,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면서 통학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매일 오전 8시 무렵이면 멀리서부터 신나는 동요가 들려온다. 통학버스가 아이들을 태우러 오고 있다는 신호다. 수업이 끝나면 버스는 다시 아이들을 태우고 집 앞까지 데려다 준다. 하례1리 마을회에서 학교를 살리기 위해 운행하는 버스인데, 이 버스가 있어서 부모들은 비가 내려도 아이들을 안심하고 학교에 보낼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정부가 농어촌 지역을 지원하는 수많은 사업의 수혜대상이 되었다. 우리가 시내 학교에서 두 명분으로 매달 지출했던 6만 원 정도 급식비와 우진이가 시내 병설유치원에 다니면서 납부했던 학습료와 종일반 교육비를 합한 5만 원 정도의 유아 교육비를 이곳에서는 전액 면제받는다. 게다가. 진주가 방과 후 학교에서 컴퓨터와 영어 두 과목을 합해 1만 원에 참여할 수 있는 것도 파격적이다.

학교가 전해준 선물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9월 마지막 주 어느 날, 아이들이 집으로 가정통신문을 가져왔다. 하례초등학교에서 '학부모와 함께하는 한라산 등반'이라는 테마로 가을소풍을 기획했다는 내용이었다. 돌이켜보니 학교 소풍을 가는 게 고등학생 시절 마지막으로 다녀온 지 20여년 만이다. 마침 날씨 또한 화창한 가을이라, 온가족이 모여 한라산 등반을 떠날 생각을 하니 어찌 반갑지 않을까?

소풍 당일, 아내가 새벽에 일어나 김밥을 만들었다. 말은 안 하지만 아내 역시 마음이 설레었나 보다.

 

▲ 진주와 우진이가 이 학교에 등교를 시작한 지 한달이 지났다.

 

아이들은 교육청에서 지원해준 버스를 타고, 부모님들은 마을에서 운행하는 통학버스와 각자 몰고 온 승용차에 나눠 타서 어리목 주차장까지 갔다.  

유치원생과 1, 2학년 아이들은 어승생오름을 등반하고, 3학년에서 6학년까지 아이들은 한라산 윗새오름까지 올랐다. 시골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 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산들바람소리가 어우러져 한라산에 생기가 흘러 넘쳤다. 

오랜만에 떠난 산행이라 다리가 무척이나 아프지만, 온가족이 참여했던 한라산 등반의 추억은 하례초등학교가 지금까지 우리에게 전해준 것들 중 가장 신나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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