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재정위기서 벗어날 해법은?

  김동욱 제주대(회계학과) 교수는 현재 미 워싱턴대학에서 방문학자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한국전산회계학회 편집위원장, 한국지방재정학회 편집위원, 한국정부회계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거나 맡고 있습니다. 제주경실련 공동대표로도 활동 중인 김 교수는 그동안 제주특별자치도의 자주재원 재정위기에 대한 문제점을 꾸준히 제기해 왔습니다. 미국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가 다시 그곳에서 교환교수로 있으면서 밖에서 본 제주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이야기 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바랍니다. /편집자주

미국 시애틀에 있는 워싱톤대학에 방문학자로 머물다 보니 미국 지방정부의 재정위기와 관련된 기사를 접할 때마다 요즘 이슈화된 제주의 재정위기의 해소 방안에 대한 논란을 생각하게 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지난 10월8일에야 2011 회계연도 예산안 법정처리시한인 7월1일을 넘긴 지 100일 만에 예산안이 처리되었다. 역대 최장 예산안 처리 지연 기록이다. 이러한 재정위기는 재정적자의 극복의 한 방법인 세금인상안이 의회에서 3분의2의 찬성을 얻도록 규정되어 있는 것이 한 원인이기도 하다. 결국 세금인상을 인상하지 않고 복지프로그램을 축소하거나 폐지로 지출을 줄이는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 아놀드 슈워제너가 미 캘리포니아주지사가 지난 8일 2011 회계년도 예산안 통과에 따른 연설을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심각한 재정위기로 법정처리시한 7월1일을 넘긴 100일만에야 처리됐다. 사진출처=캘리포니아 주지사 홈페이지.
미국 지방정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심각한 재정위기 상태의 한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아직 없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재정위기는 정도에 따라 재정압박(fiscal stress)에서 재정고통(fiscal distress), 재정비상사태(fiscal emergency), 재정파산(fiscal bankruptcy) 순서로 진행되게 되는데 제주도를 비롯한 몇몇 지자체는 재정위기 초기 단계인 재정압박(fiscal stress)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지난해부터 제주재정의 상태는 압박단계에 진입 가능성을 여러 토론에서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물론 지방정부의 재정난이 한국만의 얘기는 아니다. 미국의 몇몇 주를 제외한 모든 주나 시정부는 더욱 심각한 재정난에 처해 있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의 재정상황은 미국 주 정부가운데서도 최악의 상황인데 세계 금융위기에 따른 가파른 경기악화와 실직자 증가로 세수가 큰 폭으로 줄면서 260억 달러(30조원)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대규모 재정적자에 시달려온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지난해이어 금년에도 새로운 회계연도를 시작했지만 주 의회가 재정적자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해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결국 재정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지난 2003년 유명한 영화배우인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오르는 과정도 재정적자 이슈 때문이었다. 당시 380억 달러에 달한 재정적자 문제가 부각되면서 그레이 데비스 당시 주지사는 미국 역사상 82년 만에 주민소환투표의 대상이 되어 주지사에서 물러났다. 이처럼 캘리포니아 재정위기는 슈워제네거 현 주지사 시절 이전부터 워낙 구조적이고 오래된 일이어서 극복에도 상당한 고통을 겪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재정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해 7월 재정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부분 공무원에게는 무급 휴가를 떠나도록 했다. 의료·교육·복지 지출을 삭감했다. 학교 예산이 크게 감축되어 캘리포니아 주립대는 등록금을 최고 30%를 연차적으로 인상할 방침이다. 학생들은 경제 부진으로 가뜩이나 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 등록금마저 오르자 잇따라 격렬한 시위에 나섰다. 빈곤층 의료 지원이 줄고 주립 교도소도 일부 폐쇄했다. 도서관 등 주정부 산하 공공기관들도 비용 절감을 위해 휴일과 별도로 한 달에 세 번 추가로 문을 닫는다. 공공 서비스의 질이 크게 하락한 것이다. 이런 조치에도 캘리포니아는 재정적자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주에서는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부동산은 물론 상수도와 주차 사업, 공항과 동물원 운영권까지 닥치는 대로 팔아치우고 있다. 또한 한시적으로 또한 세금을 인상하는 정책을 적극 펴기도 한다. 이처럼 미국에선 재정위기는 현실이다. 연방정부로부터 높은 수준의 재정자주권을 부여 받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도 주민들의 몫이라 인식하고 받아들인다. 또한 이런 정책의 결과는 선거에 반영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자가 선거에서 쟁점으로 부각된 예는 드물다. 지난 지방선거로 새로운 우근민 도정이 출범하면서 재정위기론을 제기하였다. 당시 후보자 토론에서는 다른 주요 현안 쟁점에 밀려 재정위기에 대한 심각한 논의가 없었음은 아쉬운 대목이다. 자연히 거론될 수 있는 세금의 인상, 감면제도의 유예, 신세원 발굴, 수수료 및 사용료의 현실화에 대한 도민의 선택의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다.

현재 도에서 제시하고 있는 재정위기의 극복방법으로 제시한 세금인상과 사용료 및 수수료의 현실화, 카지노 사업 등 신세원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하고 있다. 우선 예산낭비에 대한 도민들의 불신이 크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정치적 고려에 의해 개혁이 안 되던 분야까지 과감한 예산편성의 개혁대상이 되어야 한다. 비효율적인 사업예산의 재정지출 관행을 고치지 않거나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세수기반을 강화시키는 산업구조에 일대 혁신을 가하지 않고서는 재정위기의 논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 김동욱 제주대 교수
 또한 제주특별자치도는 꾸준히 일부 국세의 이양, 세율자율권 등 재정자주권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미국 지방정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재정자주권 확대에 따른 재정운영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시키고, 재정위기를 방지하거나 극복하기 위한 제도도 준비하는 것도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미국 지방정부에 번지는 재정난의 여파에 주민들은 춥기만 하다. /김동욱 제주대 교수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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